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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멧북 Aug 28. 2024

Diptyque - MAGAZINE BISSUE NO.

개성과 스토리의 중요성. 결국 브랜딩.



오랜만에 친구와 점심 식사를 한 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향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나는 향수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주로 친구의 말을 경청했다. 친구는 열심히 다양한 향수 브랜드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브랜드는 이솝(Aesop) 하나뿐이었다. 그럼에도 새로운 취향에 대해 알게 되어 즐거웠다. 대화가 끝난 뒤 카페에서 나왔을 때 친구가 말했다. "저녁에 약속 있어? 없으면 딥티크 들렸다 갈래?" 나는 특별한 계획이 없었다. "그래."라고 답변했다. 그렇게 딥티크 제품을 처음 보게 되었다.


백화점 내부에 위치해서 그런지 매장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독특한 패키징의 향수들이 보였다. 평소 향수를 사용하는 친구는 향수를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바로 구매한 뒤 향수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 나에게 본인이 알고 있는 부분을 설명해 줬다.


친구와 헤어진 뒤 딥티크라는 브랜드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어서 며칠 뒤 서점에 방문했을 때 구매해서 읽기 시작했다.


딥티크의 시작은 단순히 성공적인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이브 쿠에슬랑, 데스먼드 녹스 리트, 크리스티안 고트로라는 세 창립자는 경제적 이득보다는 예술가의 입장에서 제품을 기획하고 만들었다.


"우리는 아티스트였어요. 아티스트는 돈이나 야망에 휘둘리지 않죠. 열정, 영감, 창조적 마인드가 중요했어요."(p.93 / 크리스티안 고트로)


그렇기 때문에 특별하게 마케팅을 신경 쓰지 않았고 그저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뿐이었다. 그 결과 뛰어난 품질과 독창성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도 처음 시작한 패브릭이 반응을 얻지 못해 재정적으로 압박을 받았다. 그러던 중 뜻하지 않은 곳에서 기회를 얻게 된다.


"이들은 부티크 창문을 장식하기 위해 종이로 만든 작은 독일식 크리스마스 램프에 오리나 꿩, 거위 같은 것을 수채화로 그려 걸어두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창문의 전등을 사고 싶다며 가게로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판매용으로 만든 것이 아니었지만 패브릭이 아닌 전등을 사겠다는 사람만 계속해서 나타났다. (중략) 세 사람은 딥티크를 그때까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디자인은 계속하되, 패브릭과 어울릴만한 다른 장식용 소품과 오브제도 함께 팔기 시작한 것이다. (중략) 오늘날의 '편집숍' 개념을 일찍이 도입한 셈이다."(p.93)


향초도 그들이 소개한 제품 중 하나였다. 이들은 향초를 만들 때도 온갖 수식어로 멋을 부린 것이 아닌 단순하면서도 진실한 향을 원했고 이를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그들은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나간다. 예를 들면 예전에 살던 추억의 장소, 여행지에서 느꼈던 향기를 재현한 것이다. 향수 또한 향초를 만들 때와 같은 원칙을 고수하였고 거기에 딥티크만의 특성을 추가했다.


"딥티크는 언제나 완벽하게 창의적이며 자유로웠다. 상업적 제약이라는 족쇄에 끌려다니지도 않았다. 트렌드나 소비 패턴을 분석하지도 않았으며, 컬렉션을 만들거나 스케줄을 정해놓고 일하지도 않았다. 대신 꿈과 상상력과 뛰어난 품질을 제공했다."(p.96)


책을 읽으면 브랜드의 역사뿐만 아니라, 본인들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지속적으로 변화를 추구하고, 꾸준히 자신들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딥티크의 특징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더 이상 니치 브랜드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유명해진 브랜드가 여전히 니치 브랜드로 인식되는 것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했다.


완독 후 개인의 브랜딩에 대해 생각해 보며 가장 중요한 점은 고집스럽게 본인의 특징을 유지하며 끝없이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반응이 좋지 않다고 해서 중간에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딥티크의 감성과 역사 그리고 브랜딩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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