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예요 - 마르그리트 뒤라스

뒤라스의 아름다운 유서

by 멧북


# 22. 11월 22일, 오후, 생브누라 거리

Y.A. 그럼 죽음 이후에 뭐가 남죠?

M.D. 아무것도, 서로 미소 짓고 기억하는 산 자들 말고는(p.10)


# 23. 얼마 뒤, 같은 날 오후

나는 당신에게 말하고 싶었지요. 당신을 사랑한다고. 그렇게 외치고 싶었지요. 그게 다예요.(p.13)


# 24. 생브누아 거리, 11월 27일 일요일.

함께 있다는 것, 그것은 사랑이고, 죽음이고, 말이고, 잠자는 것이다.(p.14)


# 25. 침묵, 그러고 나서

Y.A. 무슨 소용이죠, 쓴다는 것이?

M.D. 그건 침묵인 동시에 말하는 것이지. 쓴다는 것, 그건 때로는 노래하는 걸 뜻하기도 해.

(중략) 쓴다는 것은 말의 리듬과 아주 가깝다.(p.16~17)


# 26. 침묵, 그러고 나서.

내가 안다고 믿었던 것 또는 다시 보기를 기다린다고 믿었던 것에 대해 이젠 아무런 생각이 없다. 그래, 이게 전부다.(p.23)


# 27. 침묵, 그러고 나서

이해할 수 없는, 시간의 심연에서 솟아나는. 무서운 시각. 근사하고 무서운. 나는 마침내 자살하지 않게끔 되었다. 단지 그의 죽음에 대한 생각만으로는 그의 죽음과 그의 삶에 대한 생각만으로는.(p.24)


# 28. 내게는 본보기가 있어본 적이 없다. 나는 복종하면서 불복종했다. 글을 쓸 때, 나는 삶 속에서와 같은 광기에 휩싸인다.(p.29)


# 29. 길 읽은 것 같다. 죽음이 이와 대등하다. 무시무시하다. 더는 뭔가에 힘 쏟고 싶지 않다. 나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나머지도 끝났다. 당신도 역시. 나는 혼자다.

침묵, 그러고 나서

네가 사는 것은 더는 불행에 의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절망이다.(p.31)


# 30. 1월 6일. 얀, 오후가 끝날 때쯤 널 보게 되길 바라. 내 온 마음으로. 내 온 마음으로.(p.37)


# 31. 헛되고 헛되도다. 모든 것이 횟됨이요 바람을 뒤쫓음이라

이 두 문장이 지상의 모든 문학을 낳는다.(p.39)


# 32. 성 금요일.

네 눈물 속에, 네 웃음 속에, 네 울음 속에 날 데려가렴.(p.43)


# 33. 얼마 뒤에 마지막 입맞춤이란 없어.(p.48)


# 34. 6월 11일.

당신은 당신 됨됨이 그대로예요, 난 그게 기뻐요.(p.55)


# 35. 6월 28일. 사랑이라는 말은 존재해.(p.57)


# 36. 네게 또 다른 갈망들이 있다는 걸 난 잘 알고 있지.

네가 슬프다는 걸 난 잘 알고 있지. 그렇지만 내겐 상관없어.

네가 날 사랑한다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해. 나머지는 상관없어.

내가 알게 뭐람.(p.58)


# 37. 난 삶을 사랑해. 비록 여기 이런 식의 삶일지라도.

좋아, 난 말들을 찾아냈어.(p.63)


# 38. 삶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아무도 그걸 모르지. 살려고 애써야 해. 죽음 속으로 뛰어들어선 안 돼. 이게 다야. 이게 내가 해야 할 모든 말이야.(p.70)


# 39. 당신을 단념하지 않을 만큼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p.75)




# 22-39. 에필로그.


뒤라스가 죽기 일 년 전 발표한 작품이어서 그럴까? 짧지만 유려한 문장들에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마냥 슬프거나 공포스럽지 않았다. 이는 아마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도 삶의 생명력에 대한 강렬한 의지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연인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생이 길어져도 결국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인사하기 전까지 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상처받기 싫어서 좁은 공간에 갇혀 웅크린 채 홀로 중얼거리며 살아야 할까?


그렇게 살기 싫다는 생각이 가득한 요즘. 1995년. 그녀가 생을 마감하기 1년 전 써 내려간 아름다운 유서는 나에게 상처받아도 괜찮으니까 마음껏 사랑하고 살기 위해 애쓰라고 격려해 줬다.


그녀의 말처럼 결국 내가 죽으면 세상에 남는 것은 서로 미소 짓고 날 기억하는 산 자들만 남지 않던가? 난 남은 자들이 따뜻했던 사람으로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는 내 삶을 사랑하고 애쓰며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