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무엇인가?
얼마 전까지 이곳저곳에서 김영하 작가의 신간 ‘작별 인사’에 대한 광고, 서평들이 많이 보였다. 예상했던 것과 같이 호평이 많았고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 당시에 나는 다른 책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읽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사실 내가 읽은 그의 글은 ‘여행의 이유’가 전부여서 그런지 관심이 없었던 것도 한몫했다. 다른 사람들이 하나같이 좋다고 말해도 자신이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하지 않는 성격이기에 이번 소설도 읽지 않으려고 하였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을지로에서 친구와 만나기로 한 날, 조금 일찍 도착하여 광화문 교보문고로 향하였다. 그곳에서 책을 구경하던 중 ‘이벤트 도서 10% 할인’이라는 광고 밑에 ‘작별 인사’가 놓여있었다. 오프라인에서 10% 할인이라니.. 마음이 끌려 책을 구매하였다. 사실 작가 때문이 아니라 10% 할인 덕분에 책을 읽게 되었다.
# 01.
글을 읽으며 인간과 비슷한 로봇이 개발되면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였다. 초반에 요양원과 노인들의 정서지원 목적으로 만들어진 로봇이 폐기처분당하기 전에 자신의 최후를 알고 있었다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그 정도의 생각과 감정이 있는 존재라면 그들을 어떤 존재로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단순한 로봇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처음에는 그런 생각, 감정도 인간들이 프로그래밍한 것일 뿐이다.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생각을 할수록 그 로봇들이 불쌍하다고 느껴졌고 다른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정말 그들을 로봇으로만 생각하였으면, 이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만약 가까운 미래에 이 정도의 생각과 감정을 가진 로봇이 출현한다면 단순히 물건 취급을 하지 못할 것 같다. 그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존재라고 해도 말이다. 스스로 어리석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렇게 할 것 같다.
# 02.
인간이 멸종한 이유에 대하여 고통이 없는 쾌락에 빠졌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주장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쾌락을 번거로움과 고통이 없이 제공되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라면 나 역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을 것 같다. 인간이라면 무엇인가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번거로움과 고통을 참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런 과정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깨달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현재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고통스러운 것은 당연한 것이고 올바르게 살아가고 있다고 위로하려고 한다.
# 03.
철이 아버지인 최 박사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며 “인간이란 나약하고 불안정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러한 인간의 나약함을 이겨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최 박사가 망가지게 된 이유도 다른 사람들과 다른 주장으로 인한 마찰과 직장에서 퇴출당한 것,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신념을 잃은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상황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사람들이 매일 같이 소통하고 서로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직시하는 노력, 새로운 것에 대한 열려있는 마음가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새로운 것에 대한 열려있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최 박사가 방황하게 된 가장 큰 이유도 “인류의 지성이 끝내 승리하리라"라는 신념이 무너졌기 때문이라 생각하였다. 만약 이때 최 박사가 조금이라도 다른 가능성에 대해 생각했으면 어떠했을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가 그랬다면 개인적으로 그가 새로운 삶을 살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철이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 조금 울컥하였다. 글의 후반부까지 인간과 가장 비슷하지만 결국 로봇이라고 생각했던 철이가 진정한 인간이 되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인간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인간의 모습을 하지 않았더라도 인간답게 생각하고, 인간의 문화를 즐기고, 인간과 같은 감정이 있다면. 삶의 최후까지 인간과 같다면 그들을 인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하였다.
결말까지 내 취향이었고 지속적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어렵고도 좋은 질문을 던져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