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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멧북 Jan 02. 2023

에도로 가는 길 - 에이미 스탠리

에도시대 진취적인 여성의 삶에 대하여.

일본과 관련된 책을 찾던 중 눈에 들어온 책이다. 책의 설명을 읽어보니 에도 시대의 쓰네노라는 여성의 편지를 통한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했다. 설명을 읽는 순간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에도 시대의 여성이 편지를 구체적으로 작성할 만큼의 교육을 받을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그녀가 어설프게 작성한 편지 몇 장과 작가의 어설픈 상상력이 결합된 형편없는 글이라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동안 고민했지만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다. 결국 책을 구매하여 읽기 시작했다.




# 01.

쓰네노는 평범한 농민의 집안이 아닌 비교적 부유한 절을 운영하는 집안의 자녀로 태어난다. 그녀의 조상들은 사무라이였지만 사무라이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줄어들자 칼을 버리고 평범한 삶을 선택했다. 그들이 선택한 직업은 종교인이 되는 것이었고 ‘정토진종’을 선택했다.


정토진종은 다른 종파들에게 ‘지나치게 세속적이다.’이라며 많은 비판을 들었다. 하지만 정토진종에도 긍정적인 면이 존재했다. 특히 당시 미비키(영유아 살해)를 혐오하였고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엄청난 부를 가진 집안은 아니었지만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절 집안에서 태어난 쓰네노는 평범한 다른 여성들보다 많은 교육을 받았다. 물론 그의 오빠인 기유와는 다른 내용이었다. 당시 여성들은 "어차피 다른 곳으로 떠날 존재.”로 인식되었고 그녀들에게 강조되는 덕목은 침묵, 순종, 정조, 자애 등이었다. 자신을 위한 생각이 나 행동은 허락되지 않았다.


특히 여성들이 중요하게 받은 교육은 바느질이었다. 가족의 옷이 찢어지거나, 다른 천으로 만든 물건들이 문제가 생겼을 때 바느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주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그녀들에게 바느질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바느질을 못하면 너는 여자가 아니다.”라는 모욕적인 말까지 들었다.


한편으로는 바느질은 여성들이 홀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지금의 상식으로 생각해 보면 어이가 없지만 당시에는 남자는 할 수 없고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쓰네노는 에치고국이라는 곳에서 거주했다. 그곳은 걸어서 에도까지 2주 정도 걸리는 거리에 위치한 곳이었다. 그곳은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는 까닭에 겨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고 겨울에는 에도에 가서 일을 하며 거주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에도의 생활상, 풍경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접했다. 그래서인지 화려한 에도의 모습을 동경하여 그곳에서 살아가기 원하는 여성들도 많았다.


시장경제가 시작되면 어느 문명이든 많은 농촌의 여성들이 도시로 몰려온다. 시장 경제에서 여성들이 참여하는 노동의 종류가 바뀐 것이다. 에도시대의 여성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쓰네요는 이를 조금 늦게 받아들이게 된다.



# 02.

쓰네노는 열두 살에 첫 번째 결혼을 한다. 결혼 조건은 나쁘지 않았으나 십수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시댁이 운영하는 절에 큰 화재가 발생했고 이후 그녀는 이혼을 당한다. 그렇게 그녀의 첫 번째 결혼은 실패로 끝난다.


첫 번째 결혼이 실패했을 당시 그녀는 스물여덟의 나이여서 정상적인 재혼이 힘든 상황이었지만 운이 좋게 평범한 재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쓰네노의 인생은 평탄하지 못했다.


그녀가 새로 시집을 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대기근이 발생했고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길에 나앉았다. 다행히 쓰네노의 집안은 굶주림을 겪을 정도로 사정이 나쁘지 않았으나 중요한 것은 서른셋인 그녀가 아이를 낳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보통 시절이 좋으면 입양 등을 통해서 가정을 유지했겠지만 대기근으로 모두가 힘든 시기였고 그녀의 두 번째 남편은 그녀와 이혼을 하기로 선택했다. 결국 그녀는 두 번째 결혼도 실패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또다시 결혼을 하게 된다. 세 번째 결혼인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결혼 역시 이혼으로 끝나버린다. 더 이상 가족들은 그녀를 안타까워하지 않았고 이혼을 하게 된 이유를 그녀의 개인 탓으로 몰아갔다. 이제는 아무 홀아비에게 시집을 보내버리려는 생각도 했고 또다시 그녀에게 결혼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이때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한다. 어떠한 혼담도 거절한 것이다. 그녀는 에도에 가고 싶어 했고 가족들에게 수차례 말했으나 그들은 귀담아듣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가족들을 속이고 에도로 떠난다.


그녀는 에도로 향하는 중 많은 불쾌한 경험들을 한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고 결국 꿈에 그리던 에도에 도착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의 삶은 막막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많은 고통과 희생이 필요하다. 두렵지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쓰네노의 모습을 보며 “꼭.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라며 마음속으로 응원하였다.



# 03.

에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업이 굉장히 발달했다. 도매를 전문으로 하는 시장과 일반 소매를 하는 시장과 구분이 되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시장 연합회 등의 단체를 만들었고 부당한 행동을 하는 공급 업자들에게 대항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지방 사람들은 이런 에도에 거주하고 싶어 했다. 이런 에도 시대의 모습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과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도 지방에 거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로 인해 지금 우리도 많은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이는 에도 시대도 마찬가지였다. 국가의 균형 발전을 저해했고 지나친 경쟁과 서로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 결국 삶의 질도 악화되었고 평균 수명도 줄었다.



# 04.

어렵게 에도에 도착한 쓰네노의 삶은 굉장히 비참하고 힘겹게 하루를 이겨내며 생각한다. 자신이 가장 크게 실수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쓰네노는 의심을 하지 않고 무조건 타인을 믿은 것을 떠올렸다. 조금 더 그녀가 신중했더라면 지금보다는 고생을 덜 했을 것이다. 그녀의 모습을 보며 무조건 적인 믿음은 서로를 망가뜨린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살전 지역은 빈민들이 거주하는 곳이다. 이곳의 사람들은 항상 허세와 욕설을 주고받는 남성들과 며느리를 욕하는 할머니, 항상 짜증 섞인 불만을 내뱉는 어르신들. 이들의 공통점은 “항상 불만이 가득하다.”라는 것이다. 사람은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이고 밝은 환경에 노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본인 또한 긍정적인 언행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 05.

갈 곳이 없는 쓰네노는 곧바로 일자리를 찾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는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괜찮은 일자리를 주선해 줄 사람도 없었다. 또한 더 이상 가족들도 그녀의 도와달라는 간절한 편지에 답하지 않았다.


쓰네노가 살았던 에도 여성들의 삶과 치열하고 지독한 일자리 경쟁에 대한 설명이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빈곤층의 여성들은 자신의 딸들이 본인들과 같은 삶을 살기 원하지 않았고 조금이라도 편안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원했다. 그래서 자신들의 푼돈을 아껴 음악, 춤, 서예 강습을 시켰다. 이를 이용하여 부유한 상인의 첩이 되거나 자영업자 게이샤로 살아가기를 꿈꿨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이런 시대에 살고 있는 쓰네노는 당시 평범한 여성들보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지만 세 번의 결혼을 실패했고 30대 중반의 여성이었다. 그녀가 어떤 교육을 받았고 어떤 능력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실패한 세 번의 결혼 그리고 30대 중반의 나이”가 중요했다. 결국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토록 빈곤층 여성들이 증오한 온갖 허드렛일뿐이었다.



# 06.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지속되는 시대를 살았던 사무라이들의 비참한 현실도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어 당시 에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전쟁이 끝나자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진 그들은 과거에 조상들이 겪었던 뛰어난 무공에 대해 얘기하거나 한량처럼 살아갔다. 그러면서도 사무라이라는 직업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부하들에게 쌀을 제공했다. 그뿐만 아니라 예전과 다르게 삶을 유지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하지만 돈을 벌 수 있는 기술 능력이 없고 상업을 경시했던 그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빈곤해졌고 상인들에게 큰 빚을 지게 된다. 결국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그들은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조롱과 멸시를 받게 된다. 그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는 옆구리에 찬 반짝반짝 빛나는 칼을 뽑을 듯한 기세를 보이는 것뿐이었다.


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시대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시대에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신을 변화시켜야 된다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특히 요즘같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는 과거의 생각과 행동에만 머물면 삶이 점점 힘들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가지고 있는 장점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요소를 찾아 융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그들이 빚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었다.


첫째. 허리띠를 졸라 매는 것.


둘째. 가게 수입을 늘리는 것(부유한 집안의 딸과 자신의 아들을 혼인 시키는 것.)


결국 돈이 없는 명예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예외적으로 참된 종교인 또는 철학과 사상을 전파하는 이들은 돈이 없더라도 자신의 명예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무라이와 우리 같은 평범한 인간이라면 돈을 하찮게 여기는 생각과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나치게 돈타령을 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이 시대의 사무라이들처럼 지나치게 돈을 경시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 07.

이 시기의 남성과 여성의 삶은 차이가 많았다. 쓰네노와 비슷한 나이를 가진 가쓰라는 남자는 아내를 내팽개치고 유흥을 즐기고 방탕한 삶을 살았지만 그가 가장 크게 겪은 수치는 나쁜 행실 덕분에 우리에 3년 동안 감금되었던 것이 전부였다. 결혼을 실패한 것 외에 크게 잘못한 점이 없는 쓰네노는 당장의 생계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삶에 처했는데 말이다. 그 시대에는 어떤 성별로 태어나는가에 따라 삶이 달라졌다.


그리고 가쓰의 한심한 모습이 사라져가는 사무라이들의 보편적인 모습이었다. 이미 그들에게서는 군인의 긍지나 청렴함, 희생정신은 찾아볼 수 없었고 그저 본인의 이익만 탐하는 한심한 인간들만이 가득했다.


이미 사무라이들의 시대는 끝으로 달려갔고 30년 정도 뒤에는 완전히 끝나버린다.



# 08.

에도는 상업뿐만 아니라 예술 공연도 활발하게 열렸다. 거리에는 극장이 있었고 이미 연예인과 같은 유명한 배우들도 존재했다. 현재처럼 정교하고 세련된 형태는 아니었지만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공연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뿐만 아니라 에도에는 엄청나게 많은 음식점들이 존재했다. 공식 집계로만 7,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노점, 음식점을 운영했고 공식 집계에 포함되지 못한 뒷골목에서 장사하는 사람들까지 생각하면 그 수는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이미 그들은 1830년대부터 다양한 경험을 하며 살았다.



# 09.

쓰네노는 자신의 삶이 완벽하게 만족스럽지 않았으나, 고향에 있는 목소리만 크고 머리숱은 빠진 불쾌한 남성들이 자신의 남편이 아니라는 사실이 좋았다. 그리고 그녀는 이전과 다르게 바느질과 다실에서 차를 준비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삶은 나아지지 않았고 쓰네노의 가족은 그녀가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때로는 권유와 압박을 한다. 삶이 힘들었던 쓰네노는 마음이 흔들렸지만 고향의 답답하고 꽉 막힌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늙은 홀아비에게 시집을 가고 싶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에도에서 살아가는 삶을 선택하고 힘들지만 계속 열심히 살아간다. 그러다 과거 얼굴만 알았던 히로스케를 만나게 된다.


고향에 대해 말하던 그들은 가까워졌고 히로스케는 그녀에게 청혼을 한다. 하지만 여러 번 결혼을 실패한 쓰네노는 신중했다. 그녀는 이미 결혼을 세 번 했었고 가족을 통해 들어온 혼담을 수차례 거부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가족을 통하지 않고 그녀에게 직접 청혼한 경우는 이번이 두 번째였는데 하필이면 첫 번째 경험이 사기꾼 지칸이었다.


쓰네노는 이 청혼에 대해 동료 하녀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하녀들은 그녀가 열심히 살고 있고 아직 혼자서 생활이 가능한데 남편이 왜 필요하냐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남들이 모르는 빚이 있었고 결국 그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결혼은 그녀에게는 그다지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본인의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 10.

그와 결혼한 쓰네노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남성과 여성이 받는 교육도 다르고 사회가 요구하는 덕목도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다르다’라는 것은 알게 되었으나 그 ‘다름’을 이겨내거나 새롭게. 변화하려는 시도는 하지 못한다.


그녀의 분노 대상은 부당한 관습, 법이 아니었고 항상 사람을 향했다. 여성이 불공평하게 살 수밖에 없는 가부장제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단순히 오빠인 기유에 대한 분노만을 표출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본인의 삶을 직접 선택하고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했지만 그 대가로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 11.

히로스케와 쓰네노가 결혼한 1840년에는 세계가 엄청나게 급변했다. 에도 밖에서는 영국이 청나라를 무력으로 제압했다. 세상의 중심이라 생각했던 청나라가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완벽하게 패배한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막부는 두려움에 사로잡혔고 여러 가지 개혁 정책을 발표한다. 그중 최악인 것은 덴포 개혁이었다.


덴포개혁은 옛날의 강력했던 막부 시절의 정신과 삶으로 돌아가야 된다며 사람들의 의, 식, 주를 제한하고 통제하는 정책이었다. 그 결과 가장 많은 피해를 받은 사람들은 빈곤층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잘못된 정책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존재들은 힘이 없는 사람들이다.


쓰네노와 히로스케도 예전보다 못한 수익으로 인해 어려운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니 히로스케의 본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는 쓰네노에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냈다. 심지어 그녀의 집안과 조상들을 모욕했다.


결국 그녀는 네 번째 이혼을 하고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고향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에도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했던 그녀는 히로스케가 다시 일자리를 찾았다며 돌아오라는 부탁에 응한다. 결국 다시 에도로 돌아간다. 이때 오빠인 기유는 그녀가 가문의 이름을 쓰거나 금전적인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라는 조건을 제시했고 그녀는 받아들인다. 이제 정말 그녀는 혼자가 된 것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커다란 문제가 없었고 그녀가 원했던 진정한 에도인으로서 삶을 살아간다.



# 12.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그녀의 동생 기센과 오빠 기유가 사망한다. 특히 모든 면에서 그녀와 반대 성향을 가진 기유의 죽음은 그녀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해줬다. 본인과 많이 다투고 의견이 다른 사람이었지만 그는 항상 동생에게 져주는 오빠였다. 더 이상 그녀에게 나무라 할 사람이 없어졌지만 그녀의 마음은 공허했다.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아무리 다투고 연을 끊어도 그들이 가족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족이라는 것은 사람이 죽을 때까지 지울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 13.

결국 그녀도 냉병에 걸려 사망한다. 아마도 몇 십 년 뒤었다면 발진티푸스, 말라리아, 독감 등 자세한 진단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던 그녀도 고된 삶을 마감한다.


그녀는 에도인이 되기 위해 많은 실패와 고난을 겪었다. 그리고 본인이 원했던 죽음. 가족들과 가까운 고향에서 평온하게 눈을 감는 것은 실패했지만 그녀는 죽는 순간 후회보다는 자신의 삶에 대해 만족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생전에 겪었던 고난과 고통을 극복하고 원하는 것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프롤로그에서 말했듯이 책을 구매할 당시 1800년대 에도에 살고 있는 쓰네노라는 여성의 편지 또는 에세이, 소설로 알았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나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쓰네노가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당시의 에도라는 도시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상, 경제, 문화, 정치, 외교에 대해 설명한다. 덕분에 1800년대 에도 여성들의 삶과 가정의 분위기, 결혼에 대한 생각 등을 자세히 알 수 있고 에도의 화려함 뒤에 존재하는 어두운 곳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빈곤층의 삶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책을 읽으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 힘겹게 살았던 그녀의 모습을 통해 나 역시도 원하는 삶을 위해 용기를 내고 이를 실천하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쓰네노의 삶이 평탄했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삶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는 큰 성공을 하지 못했지만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았던 멋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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