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와 다름없는 빈곤의 모습
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부터 시작하여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까지, 최근 역사와 관련된 책들을 읽고 있다. 이 책들에서 공통으로 언급되는 국가는 일본이다. 그 때문일까? 한동안 관심순위에서 밀려있던 일본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러다 발견한 책이다. [도쿄의 가장 밑바닥](빈민가 잠입 취재기!)라니. 1890년대의 일본의 빈곤층 사람들의 삶이 궁금했다. 그렇게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의 내용은 빈민의 일상생활에 대한 내용이 전부다. 이 책을 읽으면 시대, 국가 상관없이 빈민들의 의, 식, 주는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시대의 빈민들은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간다. 조금이라도 생활필수품을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야시장을 이용하기도 하며, 남들이 쓰다 버린 물품들을 주워와 수선해서 사용한다. 식사는 어떠한가? 신선한 식재료를 구매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학교, 행사에서 버려지는 음식을 받아와 식사를 한다. 저자는 이들이 끼니를 해결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기록하였다. 직접 저자가 잔반야에서 일을 하며 기록하였기 때문이다. 빈민들의 식생활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7. 잔반야, 8. 빈민과 먹거리 파트를 읽으면 된다. 그렇다면 잔반야는 어떤 곳일까? 앞서 말했듯이 빈민들은 남들이 먹다 남은 찌꺼기 음식을 먹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 잔반도 그냥 먹을 수 없었다. 전문적으로 잔반을 모아 파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 사람들이 하는 음식점을 보통 잔반야라고 불렀다. 빈민들은 이곳에서 돈을 주고 음식을 사서 먹었다. 심지어 기존의 음식명을 사용하지 않고 그들만의 음식명을 만들어 소통하였다. 예를 들면 누룽지는 호피라고 불렀다. 솥 바닥에 눌어붙은 모양이 꼭 호피 같아서 그렇단다. 그리고 잔반을 구하지 못한 날에는 돼지에게 줄 상한 음식을 먹기도 하였다. 이런 모습을 보면 보통 “무슨 잔반을 돈을 주고 먹냐. 나 같으면 직접 잔반을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쉼 없이 일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었다. 사람이 먹는 것만 해결되면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빈민들의 직업을 살펴보면 인력거 차부가 가장 많았다. 책을 읽다 보면 인력거 차부들의 처우, 생활상이 자세히 쓰여있다. 어떻게든 손님을 받기 위해 새벽까지 일을 하는 모습은 현재의 대리기사의 모습을 떠오르게 했다. 이런 차부들을 관리하는 업체도 있었다. 그리고 차부의 급도 나뉘어 있었다. 20~30대의 건장한 차부, 30~40대의 일반적인 차부, 50대 이상의 나약한 차부. 그들이 받는 급여 또한 달랐다. 생각했던 것보다 체계적으로 운영되었다. 아주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기 위해 서로 다투는 차부들의 모습을 보며 조금 씁쓸하였다. 특히 나이 많은 차부가 본인을 선택해준 고객들에게 지나치게 감사해하는 모습은 더욱 씁쓸하였다.
대체적으로 저자는 빈민들을 한심하게 생각하거나 설교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덤덤하게 서술하며, 한편으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곳곳에서 그들이 빈곤을 벗어날 수 없는 이유를 보여주는 부분도 있다. 하루 종일 치열하게 일한 뒤 술집에서 탕진하는 모습, 가정이 화목하지 못해 항상 불안정하고 빈곤하게 살아가는 모습 등도 알 수 있다. 빈곤은 빈곤을 부른다.
저자는 빈민들에게 훈계를 하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을 연민하고 이러한 빈부격차, 빈곤을 방치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조금이라도 빈민들을 생각해주길 바란다. 그래서인지 독자들이 빈민들을 마냥 부정적으로 보지 않게 된다. 1890년대 일본에 이런 생각을 하는 지식인이 있었다는 사실에 조금 신기했다. 저자가 그랬듯이 빈민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된다. 물론 빈곤으로 인해 여유 없는 삶을 살다 보니 극도로 이기적인 경우도 많고 비상식적인 행동을 할 때도 많지만, 그들을 마냥 비난하고 조롱하는 것은 더 큰 증오와 혐오, 갈등을 조장한다. 그들을 비난, 조롱, 훈계한다고 달라질 리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적어도 그들이 빈곤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는 적극적으로 만들어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들을 방치한다면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다. 책 주제와 달라 뜬금없는 생각이겠지만 중산층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빈민과 부자들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계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거 도쿄 빈민들의 모습을 통하여 현재 우리 사회의 빈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