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아이템
“도망쳐요”
떡이 진 머리에 다크써클이 턱 밑까지 내려온 여자가 스치듯 지나가며 던진 말이다. 복도에는 나밖에 없었기에 딱히 다른 사람에게 한 말도 아닌듯하다. 좋은 말도 아니고, 괜히 찜찜한 기분이 들어 여자를 불러 세웠다.
“저기요! 혹시 저한테 한 말이에요?”
빠른 걸음으로 스쳐갔던 여자가 움찔하며 멈춰 섰다. 1,2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여자가 몸을 반쯤 뒤로 돌렸다. 얼핏 본 여자의 얼굴은 한눈에 보기에도 너무나 퀭해서 병자처럼 보였다. 후줄근한 추리닝에 백 팩을 맨 여자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가 이내 가슴팍에 들린 노트북을 꽉 껴안고는 저만치 사라져 버렸다.
‘미친년인가?’
하필, 면접 보는 날인데 재수없게 이상한 인간이 꼬였다. 길바닥에서 ‘도나 기를 아십니까?’라고 접근하는 인간들도 짜증나 죽겠는데 이제는 실내에서까지 이상한 인간을 만났다.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불구덩이에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인적이 드문 복도 끝 사무실로 향했다. 면접 시간이 오후 6시라는 것이 이상하긴 했지만, 지금 내 신세는 찬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서울 변두리 4년제를 졸업하고 3년이나 백수 생활을 해 온 나에게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차라리 이럴 거면 시집이나 가버리라고 성화를 했지만, 곰같이 미련한 내가 남자 후리는 재주가 있을 리 만무했다.
새벽 3시에 잠들고, 오전 12시에 일어나는 올빼미로 살아온 지 3년. 온 종일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로 각종 TV 프로그램을 섭렵하거나, 만화방에서 소설과 만화를 읽는 것이 전부인 삶을 살았다. 자타공인 잉여인간이나 다름없는 나는 자연재해나, 전쟁이 없는 한 지금 같은 일상을 유지할 터였다. 그런데, 이런 나의 평화로운 일상을 깨뜨린 이가 있었으니, 바로 대학 1년 선배, 이지은이었다.
지은 언니와 알게 된 것은 학교가 아닌 학교 앞, 만화방이었다. 여름 방학을 맞이해, 두 달 내내 만화방에서 죽치고 있을 때였다. 간만에 재미있는 만화책을 발견해서 읽고 있는데 중간에 흐름이 끊겨버린 것이다. 주인 아저씨에게 다음 권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그날 따라, 아저씨는 보이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이곳저곳을 찾아봤지만, 산처럼 쌓여 있는 책들 중에서 원하는 권수를 찾아내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같았다. 인상을 찌푸린 채, 엄지 손가락을 물어뜯고 있으니 누군가 내가 찾고 있던 만화책을 코 앞에 들이밀었다.
“이거 찾아요?”
“아,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지은 언니를 알게 되었다. 우리 둘은 만화나 소설의 장르 취향이 꽤나 잘 맞아서 이후로도 만화방에서 마주치면 서로 재미있게 읽은 작품들을 추천해 주면서 친해졌다. 낯을 많이 가리는 나였지만, 지은 언니는 편했다. 그렇게 여름방학 내내 만화방에서 살다시피 하며 시간을 보내고 개강을 했다.
“어? 언니 우리 학교 학생이에요?”
“너도?”
알고 보니, 우리 둘은 같은 학교 학생이었다. 하긴, 학교 앞 만화방에서 만났으니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이후로도 우리는 틈만 나면 줄기차게 만화방을 들락거렸다. 그렇게 공부는 뒷전으로 둔 채 만화방만 다니다 지은 언니가 먼저 학교를 졸업했다. 언니의 취업은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지만 실례일 것 같아, 차마, 먼저 묻지 못했다.
취업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앞에 두고 나와 언니는 연락이 뜸해졌다. 좋은 소식이 있으면 먼저 전화하겠지 싶어 기다리다 종국에는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나 또한 졸업을 했고 3년 내리 주구장창 놀다가, 어느 날, 뜬금없이 밤 11시에 언니의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취업제안을 받았다.
“진희야, 너 일 한번 안 해 볼래?”
학벌도, 스펙도, 경력도 없는 내가 일이라니.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스러워하고 있는데 다급한 지은 언니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흘러나왔다.
“갑자기, 팀 막내가 일을 그만 둔데서 그래. 진희 너라면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연락하는 거야. 이력서 간단하게 작성해서 가져와. 내가 추천하는 거니까 면접은 무조건 그냥 통과야.”
모든 것이 수상했다. 3년간 연락이 없다가 갑자기 걸려온 전화. 학벌, 스펙, 경력도 따지지 않은 무조건적인 취업제안. 게다가 지인 찬스를 이용한 면접 하이패스? 최소 다단계 아니면 화류계로 끌어들이려는 전화다. 어느 모로 보아도 언니의 수상한 태도에 거절할 핑계를 떠올리고 있는데 면접 장소가 의외다.
“내일 오후 6시까지 S 방송국 교양본부로 와. 꼭! 꼭이야!”
대답을 하기도 전에 언니는 전화를 끊었다. 원래 이렇게 성격이 급하고 제멋대로였나 싶어 살짝 기분이 상했지만 그것보다는 호기심이 앞섰다. 지은 언니의 근황과 더불어 무슨 일을 하는 지도 궁금했다. 거기에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직장인한테 밥이나 한끼 얻어먹자는 심산이었다. 그렇게 안이한 마음으로 룰루랄라 하고 있는데 아빠가 노크도 없이 내 방문을 열어젖히고 들어왔다. 알코올 냄새가 엄청 풍기는 것을 보니, 또 술을 과하게 마신 듯했다.
“오늘 니하고 내하고 이야기를 좀 해보자고~. 으응?”
그 놈의 이야기. 술이 아니면 딸과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는 아빠는 또 다시 나의 취업 문제를 가지고 실랑이를 벌일 모양이다. 하루 이틀도 아닌 지겨운 이야기에 조금 전까지의 들뜬 기분은 그대로 수직 낙하했다. 요즘 들어, 말 하는 것도, 얼굴 마주치는 것도 싫은 사람이 아빠다. 결국, 또 날을 세운 채 아빠를 대했다.
“나 내일 면접 보러 가. 일찍 자야 되니까 방에서 나가.”
오뉴월 서리보다 차가운 나의 말투에 아빠는 금세 꼬리를 내리고 방을 나갔다. 닫힌 방문 너머로 부모님의 대화소리가 들렸다. 내일 면접을 본다는 나의 말에 희망에 들뜬 목소리가 거실을 가득 채웠다. 물론, 얼마 안 있어 그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겠지만, 나에게는 당장의 귀찮은 상황을 피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렇게, 부모님의 헛된 기대를 뒤로 하고 도착한 방송국에서 첫 번 째로 만난 사람이 미친년이라니… 공짜밥이고 뭐고 그냥 집에나 갈까 싶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진희야, 도착했어?”
“네, 언니. 바로 앞이에요. 지금 들어가요.”
발을 들이지 말았어야 했다. 그 미친년 아니 귀인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도망치라고 그렇게 노골적으로 신호를 줬건만 그 중요한 메시지를 간파하지 못한 나는 그대로 방송국 놈들의 노예가 되었다. 취업 문턱이 터무니없이 낮을 때부터 알아 봤어야 했는데…
2006년 현재, 막내 작가의 월급은 70만원. 교통비와 통신비, 식비를 제하고 나면 마이너스라서 일을 하면 할수록 빈곤해지는 직업이었다. 거기에다 일은 또 얼마나 많은 지 체력 및 능력의 한계를 체감하기 일수였다. “미제, 아무도 모른다’ 라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막내작가 아니 잡가로 일하며 별별 잡일을 다 맡아 했다.
“여기 전문가 리스트 좀 줘봐!”
“막내야, 커피 좀.”
“아까 연락해 본 데는 뭐래?”
“점심 좀 사와라.”
“협회에 공문 좀 보내줄래?”
“이거 프리뷰 좀 해줘. 급한 거야.”
“막내야, 소품 챙겨가지고 촬영장으로 가봐.”
내가 지들 몸종도 아니건만, 저들의 말 한 마디에 똥줄 빠지게 검색하고, 전화 돌리고, 뛰어다니는 건 모두 내 차지였다. 덕분에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서 방광염까지 걸리고 말았다. ‘이렇게 사느니 확 때려 치고 만다’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그럼에도, 고생해서 만든 방송이 전파를 타고 tv화면으로 송출되는 순간의 짜릿함은 흥분을 넘어 황홀하기까지 했다. 그 맛을 못 잊어 꾸역꾸역 막내작가 일을 한지 1년. 일터에 어느정도 적응한 나는 이 바닥에서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깨달았다.
모든 방송은 바로 ‘아이템’ 싸움이라는 것.
“하~, 뭔가 먹히는 아이템 없나? 조금 있으면 회의 들어가야 되는데 건진 게 하나도 없어. 진희야, 제보 전화 들어온 거 없어?”
서브작가, 지은 언니가 머리카락을 쥐어 뜯으며 나에게 도움을 구하듯 애처로운 눈빛을 발사했다. 그래, 저 눈빛이다. 내가 일을 그만두고 싶은 고비마다 버려진 고양이라도 되는 양 커다란 눈망울을 그렁거리며 나의 동정심을 자극했다. 나 또한 수중에 아이템은 없는지라, 얼마 전에 걸려온 장난전화 얘기를 하며 신세 한탄을 시작했다.
“없어요. 있어도 죄다 이상한 전화뿐이고.”
“뭔데? 이상해도 말해. 난 지금 돈 주고서라도 아이템 사고 싶은 기분이니까.”
“동네에 괴물이 산대요. 그래서, 어떤 괴물이냐고 물어보니까 아이들을 잡아먹는 괴물이래요.”
“빨간 마스크 뭐 그런 건가? 왜 우리 어렸을 적에 유행한 괴담 있었잖아. 입이 귀까지 찢어져 가지고 마스크 쓰고 다니다가 애들한데 “나 예뻐?”하고 물어보는 거.”
“아휴, 몰라요. 말도 횡설수설에 전후관계, 맥락도 없고… 이런 제보전화는 걸러도 되는 거죠?”
“뭐, 그렇긴 한데… 팩트 체크는 해 보는 게 좋으니까…”
“해봤죠. 팩트 체크! 사시는 곳 주소 물어서 관할 지구대까지 통화했어요. 그 동네에 사는 괴물 없고, 잡아 먹힌 아이도 없고, 제보자는 정신과 치료 경력이 있는 중년 여성이래요. 동네에서 유명하데요. 오죽하면 지구대 경찰까지 대번에 ‘아~, 그 아줌마?’ 하겠어요?”
결국, 잡담수준의 대화를 마치고, 나와 지은언니는 제작진 회의에 들어갔다. 방송까지 이제 2주도 남지 않았다. 당장 촬영을 시작해도 빡빡한 일정에 아이템도 잡지 못한 우리 팀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회의를 시작했다.
“자, 우리 계급장 떼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보자고? 응?”
이범석 PD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갓 일을 시작했을 때, 방금 한 말과 똑같은 그의 말을 들었을 때, 정말 순진하게 그 말을 믿고 아이디어를 냈었다.
“뭐? 10대 미혼모? 지금 장난해? 그거 우리 2004년도에 했던 이이템이잖아. 막내라고 봐주는 것도 정도껏 이지. 적어도 우리 팀이 됐으면, 이전 방송 체크하는 성의라도 있어야 되는 거 아니야?”
“뭐? 인터넷 중독? 쇼핑 아니면 게임?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야 할 것 아니야. 그리고 그거, M본부에서 지난주에 했던 거 몰라? 진희 씨, 타 방송 모니터링은 안하나 봐?”
“실종 아동? 성형? 부동산? 이런 흔하다 못해 썩어빠진 아이템 말고 뭔가 참신한 걸 가져오라고!”
아이템 회의를 할 때마다 미친개로 변하는 이범석 PD는 방송 일정이 빡빡하게 잡혀 있는 지금은 더했다. 아마, 무슨 일이 있어도 결방만은 막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그를 사로잡고 있어서 그럴 것이다. 결국, 오늘 회의는 누구도 입조차 뻥끗하지 않아 소득 없이 끝났다. 조연출인 남기현은 이범석 PD와 담배 타임을 하러 같이 밖으로 나갔고, 메인 작가, 류선영은 나와 지은 언니를 따로 불렀다.
“내가 연락처 하나 줄 테니까 오늘 내로 먹어주는 아이템 하나 건져 와. 제대로 된 거 건지기 전까지 퇴근은 없어.”
포스트 잇 위에는 ‘경기 남부 경찰서, 장경수 팀장’ 이라는 글씨와 함께 그의 핸드폰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결국, 시의적절한 주제를 찾기 위해 뻗치기를 하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기자들처럼 밤,낮으로 경찰서에서 죽치고 앉아 대기하라는 뜻은 아니지만 그에 준할 정도로 엄중하게 임하란 얘기다.
*뻗치기: 기자들이 경찰서나 병원, 검찰청 등에서 취재 소스를 얻기 위해 오랜 시간 대기하는 것.
“장경수, 이 사람 얼마 전에 긴급 출동하느라 방송 출연 펑크 낸 적 있어. 내 이름 대고 소스 하나 달라고 해봐. 미안해서라도 뭔가 하나 던져 줄 거야. 전화해둘께.”
누군가를 만나러 가기에 적절한 몰골은 아니지만 방송이 코앞인데 이것저것 따질 계제가 아니었다. 떡이 진 머리와 후줄근한 추리닝이 창피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남들의 시선보다 더 무서운 것은 결방이다. 결국, 나와 지은 언니는 생명같이 소중한 노트북을 가슴에 끌어안고 경기 남부 경찰서로 향했다.
전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도착한 경찰서 안은 늦은 저녁임에도 온갖 사람들이 드나드는 관계로 시끌벅적했다. 초여름, 그렇게 무더운 날씨가 아닌데도 경찰서 안은 후덥지근했다.
“야이, 씨발, 네가 그날 나이트에서 사시미로 우리 애 담궜잖아!”
“뭐래? 이 개새끼가~! 니들이 먼저 우리 구역 침범했잖아!”
살벌한 분위기에 더 이상 다가가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장경수 팀장을 찾으려면 저 조폭들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언니, 그냥 우리 밖에서 기다릴까요? 날씨도 선선하고 실내보다는 실외가 훨씬 인터뷰하기 좋을 것 같은데… 하하.”
“그… 그럴까?”
그렇게 한 시간가량 경찰서 앞 자판기 벤치에서 기다리자, 저 만치서 짜리몽땅한 중년남성이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그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지 벨트 고리에 달린 열쇠꾸러미가 짤그랑짤그랑 거리는 모습이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저씨 같기도 했다.
“아이고, 작가님들~, 미안합니다. 조직 애들이 오밤중에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정신이 없어가지고… 오래 기다렸죠? 류 작가님한테 연락은 받았습니다.”
“예,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미리 준비한 캔커피를 건넸다. 그리고는 습관처럼 노트북을 펼치는데 장 팀장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김 빠지는 소리를 한다.
“근데, 죄송해서 어쩌지요? 저희도 뭐 드릴 게 별로 없어요.”
“예?”
“최근 저희 관할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라고 해봤자 죄다 피래미들 폭력 사건뿐이고, 가끔가다 남편이 마누라 패가지고 유치장에 들어오는 게 다예요. 연쇄 살인도 우리 쪽은 아니고.”
캔커피를 따 마시며 인상을 찌풀이는 이 아저씨를 어찌해야 할까? 절박한 마음으로 산 넘고, 물 건너왔건만 대놓고 ‘나 몰라라’하는 이 태도는 뭐지? 어처구니가 없어 한 마디 하려는데 지은 언니가 나를 제지하며 장 팀장에게 살랑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출연을 약속해 놓고는 뒤늦게 못하겠다고 내빼는 출연자를 설득하는 듯한 말투였다.
“에이~, 장 팀장님, 왜 그러실까? 우리가 어디 하루이틀 보는 사이예요? 장 팀장님, 이 바닥에서 발 넓은 거 다 아는데 밑천이 없다니요~! 지나가던 개가 웃겠네~. 뭐 있으면 우리 좀 줘봐요~! 저희, 지금, 결방하게 생겼다니까요? 제 밥줄 끊어지면 장 팀장님이 책임지실 거예요?”
“아니, 내가 왜 이 작가를 책임져? 우리 마누라, 자식 새끼 책임지기도 바뻐.”
장 팀장은 처음에는 초면인 내가 있으니 존대를 하다가 구면인 지은 언니와는 대화할수록 반말로 자연스레 말투가 바뀌었다. 둘 사이의 친근한 분위기로 보아 진짜 하루이틀 본 사이는 아닌 듯했다.
“그러니까요~! 그래! 정~ 없으면, 사건 수사하다가 뭐 찝찝했던 거 있잖아요. 그런거라도요~! 예? 제발~!”
“아무튼, 안 돼. 위에서 자꾸 공무상 비밀 유출된다고 요즘 얼마나 쪼아대는 줄 알아? 여기 출입하는 기자들한테도 함구령 떨어졌어. 공무원이 까라면 까야지 뭐 별수 있어?”
“에이, 윗 분들 그러시는 거 어디 하루이틀인가? 지금이야 입단속해도 나중에는 유야무야 되는 거 뻔히 아시면서. 지금 몸 사린다고 손 놓고 앉아있다가 나중에 욕 들어먹는 거 보다 지금 지르는 게 낫지~! 안 그래요?”
“에혀~!”
장 팀장이 깊은 한 숨을 내 쉬고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담배 한 가치를 꺼내 입에 물었다. 볼이 패이도록 깊게 숨을 빨아들인 그가 하얀 연기를 입술 틈새로 길게 내뿜었다. 머릿속에 무언가를 정리하듯 복잡다단한 그의 눈빛은 도박판에 얼마의 판돈을 걸지, 건다면 승산은 얼마나 있을 지를 가늠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주변을 살핀 장 팀장이 지은 언니에게 낮은 음성으로 속삭였다.
“이상한 사건이 하나 있기는 해.”
“뭔데요?”
“남자 하나가 사망했는데… 허, 참! 완전 엽기적으로 죽었어.”
“어떻게요?”
“그게… 죽은 남자의 중요부위가 잘렸는데…
“잘렸는데요?”
“이건 이 작가한테만 말해주는 건데, 하필, 잘린 부위가 발견된 곳이…”
얼른 말하라는 듯, 지은 언니는 장 경위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나 또한 이렇게 뜸을 들이는 사건의 내막이 궁금해 숨을 죽이고 귀를 귀울였다. 장 팀장은 까나리 액젓을 한 번에 삼키기라도 한 사람처럼 오만상을 찌푸리며 내키지 않는 듯 내뱉었다.
“항문 속.”
*이 작품에 등장하는 사건, 인물, 단체, 지명 및 장소는 모두 허구이며 실제와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