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구례, WORST: 엔비디아
지금껏 회사에서 경험한 가장 바쁜 주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10월이었다. 엔비디아와의 협력 강화 보도자료 작성 및 일체의 업무를 맡은 것.
아직은 저연차인 내가 감당하기에 너무 어려운 도전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와중에 경험치 폭풍을 지나며 성장한 내 모습을 되돌아보면 뿌듯하기도 하다.
회사에서 그토록 바빴다면 바깥에서는 정말 평화와 행복을 느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나 현지와 떠난 구례 여행.
산 좋고 물 좋은 동네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보낸 그 며칠의 기억이 너무나 포근하게 남았다.
우선 잠실에서 현지와 <어쩔수가없다>를 관람했다.
올해 가장 큰 기대를 보낸 작품이었는데, 의외로 온라인이 혹평으로 도배되기에 당황스러웠다.
허나 결국 백만 명의 사람이 영화를 본다면 백만 개의 반응이 나오는 법.
나에게는 너무나 훌륭한 블랙코미디이자, 관객을 극한의 줄타기 현장에 배치하는 영화가 너무나도 흥미롭고 즐거웠다.
박찬욱 감독이 하고 싶은 걸 다했구나, 이런 기괴하면서도 변태적인 상상력을 가지고도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구나 연신 생각하며 너무 즐겁게 봤다.
이날 현지는 'X같다...'를 연발해 극구 만류했던 기억이 난다.
여전히 샌드위치도 많이 만들어 먹었다.
용인 가서 찍은 귀여운 짜식의 모습.
부모님과 함께 오랜만에 극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부모님은 처음으로 아이맥스에서 관람하신 건데, 극장의 크기에 놀라시는 모습을 보며 자주 이런 곳을 함께 가야겠다 생각하기도 했다.
관람한 영화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올해 가장 좋은 영화 중 한 편이었다.
특히나 후반부 자동차 추격 시퀀스는... 정말 창의적인 장면으로 시네마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거라고 확신한다.
용인에서 다운펌을 했고...
중학교 친구들도 오랜만에 만났다. 고량주가 섞이다 보니 기억을 잃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오른쪽은 어디서 봤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좀 멋졌던 제로콜라 캔 디자인.
용인에서는 또다시 바베큐를 했다.
아마 이 날은 통삼겹 훈연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꽤나 성공적이었다.
이걸 구례에서 아주 멋들어지게 활용할 줄은 이때는 몰랐지.
현지를 잠실에서 만난 날.
당시 현지는 손목이, 나는 종아리가 불편했기에 같이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다.
그리고 꽤 맛있던 타코와, 의외로 아쉬웠던 디저트를 먹으며...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의 주요 장면을 봤다. 현지가 소개해 준 장면들인데, 연애 프로그램에서 이렇게까지 한다고...? 싶어서 초집중해 봤던 기억이 난다. 집중하는 그의 눈빛은 왼쪽 사진에서 확인 가능.
그리고 무려 "송파 최고의 서적보유"를 당당하게 외치는 대박 만화방을 찾았다.
최고(古)인듯하다. 옛날에 부모님과 찜질방을 가면 늘 있던 류의 만화책들은 물론이거니와 들어보지도 보지도 못한 작품들도 말도 안 되는 규모로 쌓여있었다. 문자 그대로, 책장에 꽂혀있을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에 쌓여 있었다.
진짜 쌓여있다.
게임과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로 가득한 여타 만화방과 달리, 꽤나 마초적이고 집중해서 만화책만 읽는 분위기여서 인상적이었다(positive).
돌아와서는 현지와 처음으로 양재 이가네양꼬치 방문!
가지 볶음이 정말 맛있었다(튀김이었나, 기억은 안 난다).
다음 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용인 스피드웨이로 향했다.
올해 가장 기대되던 콘텐츠 중 하나, 바로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팀의 쇼런 행사였다.
대기가 너무 길어 쉽지는 않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나름 좋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발테리 보타스가 운전하는 F1 레이스 카를 보니 모든 힘듦이 눈 녹듯 사라졌다.
의외로 차체가 거대해서 놀랐고, 엔진 사운드가 너무 매력적이라 머릿속에 바로 각인됐다.
무엇보다 고속 직선 코스를 빠르게 내려온 뒤 커브를 도는 모습이 정말 비현실적이었다.
그의 정말 멋들어진 도넛은 덤..!!
보타스를 의외로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참 영광이었다...!
얼마 뒤에는 바뀐 집 구조에 맞게 액자와 영화 포스터를 구매해 벽에 걸었다.
왼쪽 사진은 마치 시네필처럼, 영화 감상을 나누겠다며 시작한 <신수동일번지평론가협회>의 첫 모임 모습...
2회는 없었다...
회사 책임님 두 분과 류권우 김서현과 청계산에서 양대창이었는지 대창이었는지도 맛있게 먹었고...
2차로 간 맥주집에 강아지가 있었는데, 극렬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해 만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쓰고 보니 핑계 같기도 하네...
성혁이 형 결혼식도 찾았다! 운천 어벤저스 재결합!!
교회에서 뭐 맛난 것도 먹고,,, 광교 호수공원도 갔고요,,,
현지와 오아시스 굿즈 스토어도 찾았다!
생각보다 부족한 굿즈에 아쉬움도 느꼈지만, 그래도 이쁜 옷을 겟해서 참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계단에서 발견한 맥파이의 엄청난 초대 문구!
맥주 마시면서 오아시스 노래 떼창 하실 분...?? 이걸 어떻게 참아요??
현지와 정말 즐겁게 오아시스 노래 몇 곡 들으며 맥주도 마셨다!
아쉽게도 디제이가 미쳤어요... 모드가 되면서 이상한 노래들만 나와서 참 아쉬웠지만, 그래도 즐거운 저녁이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아마) 김정훈이 그린 그림.
특히나 류권우를 너무나 똑같이 그려 깔깔 웃었던 기억이 난다.
현지와 오아시스 내한 공연도 갔다!!
당연히 너무 좋았다. 이들의 음악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건 참으로 좋은 경험이니까!
다만 음향이 조금 아쉬웠고...
오아시스의 기세에 뛰어놀았더니 귀가할 때 즈음부터는 다리에 힘이 풀려 걷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러나 난 아직 20대! 정신 차리고 다음 날 바로 구례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도착해 보니 날씨가 너무 좋아서 여행대성공의 기운을 이때부터 느꼈다.
회사 덕에 저렴하게 쏘카를 빌렸고, 처음으로 '순대백화점'에서 뜨끈한 국물로 오아시스 콘서트로 쌓인 육체적 피로를 풀어주었다.
단언컨대 지금껏 먹어본 순대국 중 최고였다.
나는 늘 음식을 말할 때 '맛뿐만 아니라 경험도 중요하다'라고 주장하곤 하는데, 이 식당의 경험이 참 좋았다.
먼저 전날부터 너무 즐거운 경험들을 쌓은 채 여행지에 도착했기에 기분이 참 좋은 상황이었다. 또 식당 사장님이 너무나 친근하게 우리를 대해주셨고, 옆 테이블에 쌓여있던 내장들이 너무나 깔끔했다(보통 내장은 거부감을 일으키기 마련인데). 우연히 본 냉장창고는 너무 깨끗해 놀라울 정도였다.
아무튼 그렇게 순대국을 먹으려니 파김치를 넣어 먹으라신다.
개인적으로 그닥 선호하는 방식은 아닌데, 믿고 해 봤다.
최고였다.
깔끔한 국물과 적당한 염도의 파김치가 뒤섞이면서 압도적인 감칠맛을 만들어낸다.
정말 저 파김치만 따로 사 오고 싶을 정도였다.
아마 유력한 올해의 음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너무나 평화로웠던 우리의 숙소!
산 높이 위치한 별장 같아서 아늑함과 멋진 경치 모두 마음에 들었다.
현지와 바베큐도 해 먹고(앞머리 태워먹은 건 비밀이다), 매일 저 창 밖으로 보이는 구례를 보며 평화로이 하루를 시작했다.
경치가 끝내줬던 사성암도 찾았고.
끝내주는 먹부림도 다녔다.
'지리산오여사'에서 먹은 닭가슴살카츠와 들깨칼국수가 가장 압도적이었다.
닭가슴살카츠만 남았다기에 어쩔 수 없이 고른 건데, 닭가슴살이 이토록 부드러울 수 있구나 느끼며 오히려 한 수 배웠다. 고기에 일일이 칼집을 낸 덕에 퍽퍽한 닭가슴살이 마치 닭다리살처럼 입에서 사르르 녹았다. 튀김옷과의 조화는 덤이고.
역시 음식은 정성이다.
그리고 현지와 구례를 둘러보다 지리산 스카이런도 찾았다.
일종의 지리산 짚라인인데... 미친듯한 스릴로 전혀 후회 없는 경험이었다.
다음 날에는 찻집 '소식다료'를 예약해 방문했다.
엄청난 전문성으로 한/중/일의 차 자격증을 섭렵하신 사장님께 호지차에 대해 정말 다양한 설명을 들었다.
호지차는 잎과 줄기를 어떤 비율로 블렌딩 하는지 또 얼마나 강한 열에서 로스팅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뒤이어 처음으로 본격적이고 제대로 격불한 말차를 마셔보았다.
말차 위를 덮은 크림의 부드러움이 가장 충격적이었고,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결국 현지와 이 경험을 여기서 끝낼 수는 없다 생각해 흑당 말차 라떼를 추가 주문했다. 역시나 맛있었다.
이 날 현지가 '커피와 달리 차를 마시는 건 뭔가 나를 챙기는 느낌'이라는 식의 말을 했고 꽤나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그 뒤로 집에서 가끔 아침에 (소식다료에서 사 온 호지)차를 내려 마신다. 나를 챙기는 시간, 혹은 나를 챙기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을 갖는 게 참 중요하구나 싶다.
'오목눈이풀숲'이라는 소품가게도 찾았다.
새로이 개점한 곳이라 참 깔끔하면서도 사장님의 취향이 너무나 센스 넘쳐서 인상적이었다.
결국은 구매를 참지 못하고 모빌을 하나 구매했다. 지금까지 집에 걸려있어 이때의 기억을 불러온다.
내가 요리하는 시간도 가졌다! 현지를 위한 요리기에 엄청난 정성이 들어간.
숙소에 비치된 방명록도 적었고, 또다시 바베큐(역대급 훈연 통삼겹)도 해 먹었다.
그리고 올해의 악마 콘텐츠, 환승연애 시즌4를 보며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왜인지 참 즐거운 기억으로 남은, 현지와 공유한 시간이었다.
구례에서의 마지막 날...
'들녘밥상'에서 나물 한상차림을 먹었다. 나물은 보통 과하게 슴슴하거나 지나치게 짠 경우가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곳은 최적의 간과 감칠맛을 찾아 요리하는 곳이었다.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흠이 없는 식당이었던지라 마지막 식사를 후회 없이 치르고 나왔다.
마지막 행선지는 '오차커피공방'.
인도 향신료를 활용한 모로코커피를 주문해 봤다. 첫 입에는 너무나 생소한 맛에 당황했지만 이내 그 맛에 점점 빠져드는 나를 발견했다.
정말 귀여운 댕댕이도 있었는데 알아서 가게 바깥을 돌아다니다 집에 복귀하기도 하는 것이 꽤나 똘똘해 보였다.
그리고 이 모든 행복을 뒤로한 채 우리는 서울로 돌아왔다. 구례 안녕-!
다시 귀여운 애.
이 뒤에는 현지와 <세계의 주인>을 관람했다.
현지의 오열, 그리고 나조차 눈물이 주르륵 새어 나오게 한 영화였다.
생각이 많아지고, 주변에 추천하고 싶어지며, 연대의 힘을 느끼게 한 이 영화가 참 좋아 한동안 관련 콘텐츠를 엄청나게 많이 찾아본 기억이 난다.
'서령'에서 탑티어 평양냉면을 먹기도 했고, 롯데월드몰에 있는 카페에서 환승연애를 같이 보기도 했다. 소소하지만 즐거운 기억들이다.
ㅋㅋㅋ. 왜 있는지 모를 류권우.
그리고 대망의 회사 업무 끝판왕을 마무리했다.
위에 회고글만 보면, 잘 놀았는데 뭐가 바빴다는 건지 싶을 수도 있다. 그런데 원래 5일 휴가 쓰려던 걸 업무로 인해 3일로 줄이기도 했고(사실 이걸 사수한 건 참 감사한 일이다), 돌아오고 정말 휘몰아치는 업무를 쳐내느라 바빴던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경주 APEC 기간 업무, 엔비디아 협력 강화 업무, 그리고 깐부치킨 업무(사실 할 건 없었지만...)까지 다양한 업무들 틈에서 겨우겨우 진도를 나가며 임무를 완수했다.
엔비디아 협력 강화 보도자료 작성이 가장 큰 업무였는데, 다양한 기업 및 부서와 협업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어 참 좋았던 것 같다. 특히 어려운 AI 인프라 및 플랫폼에 대한 내용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 나름의 노력을 쏟았고 다양한 분들께 이 노력을 인정받았다는 것도 성장의 증거로 기억될 것 같다.
아무튼, 도전과 시련 뒤에는 반드시 성장이 오는듯하다. 컴포트 존에만 있으면 성장할 수 없으니까...
정기적으로 나를 도전과 시련의 현장에 내던져야지, 그리고 성장해야지를 다짐해 본다.
으랏차차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