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와 싸우며 가치를 추구하는,
34번째 인터뷰이는 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일하고 계시는 교직원, 모탄 님입니다.
목차
1. 인물소개
2. 어쩌다 여기 : 예술을 사랑하는 나를 사랑했다.
3. 오늘 여기의 나 : 가치를 추구하다.
4. 삶에 대한 평가
5. 후회하는 일과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6. 기타질문
7. 자기PR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8. 마침
이름(별명) : 모탄
나이 : 30대 초반
성별 : 여성
학력 : 공연예술 석사
경제력 : 빠듯하게 먹고 살 정도
저는 모탄이고요, 30대 초반, 여성입니다.
저는 대학교 내 평생교육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평생교육원 소속인가요, 아니면 대학교 소속인가요?)
대학 교직원이고 일하는 부서가 평생교육원이에요.
(교직원으로서의 경제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교직원이라 급여자체는 많지 않아요. 자취하면서 빠듯하게 먹고 살 정도인 것 같아요.
네. 원래 예술을 정말 좋아했고 미대에 가고 싶었는데, 입시미술에 뛰어들지는 않았어요. 대신 인문계에서 공부하면서 최대한 예술과 가까운 길을 찾다가 미디어 기술 콘텐츠학과로 진학했어요.
(직접 예술을 하는 건 고민해보셨나요?)
해보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반대하셨어요. 시각디자인 같은 쪽은 입시 미술을 따로 준비했어야 하는데, 그때 제 상황에서 갈 수 있는 선택지가 미콘(미디어 콘텐츠)이었던 것 같아요. 관심도 딱 그 정도 선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우선은 콘텐츠 제작이요. 예전부터 유튜브나 뮤직비디오 같은 영상 보는 걸 되게 좋아했거든요. 예쁜 이미지나 영상에 관심이 많아서, 영화나 영상 제작 같은 게 되게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저희 과가 공학 트랙이랑 콘텐츠 트랙으로 나뉘어요. 공학 쪽은 개발자, 콘텐츠 쪽은 기획이나 제작인데, 개발을 배워보니까 그건 아니더라고요. 저는 예술적인 걸 만드는 게 더 좋았어요. 그런데 3~4학년 때 주변 친구들을 보니까 너무 열정적이고 잘하는 친구들이 많은 거예요. 그걸 보면서 ‘아, 이것도(콘텐츠 제작)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공학도 아니고 콘텐츠도 아닌 상태가 된 거네요.)
네. 되게 어중간한 상태였어요. ‘그래도 나는 예술이 좋은데…’ 이런 고민만 계속 하다가 시간을 많이 보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졸업하고 취준을 했는데 잘 안 됐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갑자기 자취를 하게 되면서 급하게 취업을 했어요.
병원 홍보나 콘텐츠 제작 쪽이었어요. 그런데 들어가 보니까 완전히 불법은 아니지만 편법적인 일을 하는 회사였어요. 저는 그게 제 윤리적 가치관이랑 너무 안 맞았고요. 그런 게 티가 났던 건지 회사에서 따돌림도 당했어요. 결국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게 됐습니다.
퇴사하고 나서 선택한 게 대학원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도피성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코로나 시기이기도 했고,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들어갔어요.
공연예술학과였는데, 예술 행정 쪽으로 진로를 틀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예술은 좋아하지만 예술가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어서, 행정 쪽으로라도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예술은 사랑하는데 스스로는 재능이 없다고 느꼈을 때, 괴리감이 들지는 않으셨어요?)
그게 생각보다 크게 고통스럽지는 않았어요. 주변에 정말 예술을 사랑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저 정도는 아니구나’라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됐거든요.
오히려 저는 예술을 좋아하는 ‘그런 나’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예 사무직이나 행정 쪽도 고민했고, 마케팅이나 홍보, 콘텐츠처럼 그래도 제 전공과 맞닿아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생각했어요.
공부 자체는 너무 좋았어요. 예술 철학이나 비평을 배우는 게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그런데 교수님이 성악가셔서 수업이 오페라나 공연예술 역사 쪽으로 많이 치우쳐 있었어요. 저는 좀 더 예술 산업 쪽을 배우고 싶었는데 그 부분은 아쉬웠어요.
대학원을 다니면서 학비를 벌어야 해서 조교 일을 시작했어요. 그게 이어져서 졸업 이후에도 학교에서 일을 하게 됐어요.
조교 계약이 만료된 뒤에 학교를 나와서 서울시에서 하는 프로젝트를 통해서 한 스타트업에 마케터로 취업을 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스타트업 일이 쉽지 않더라고요. 자유롭게 일할 수 있지만 체계가 없는 만큼 방향을 잡기도 어려웠어요. 저는 자유로운 환경이 맞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어느 정도 틀이 있는 조직이 더 맞는 사람이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같이 일했던 실장님이 평생교육원으로 가시게 되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고민 중이라면 여기(평생교육원)에서 일해보는게 어떻냐고 제안하셨고, 그렇게 흘러서 평생교육원에 들어가게 됐어요.
평생교육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요. 하나는 학점은행제처럼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수료나 자격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 과정이에요.
인터넷에서 보시면 원격 평생교육원도 있고,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는 곳들이 많거든요. 예를 들어 골프 그린키퍼나 노래 지도사 같은 민간 자격 과정을 운영하는 곳도 있고요. 그래서 평생교육이라는 개념 자체가 굉장히 넓어요.
저희가 항상 말하는 게 “요람에서 무덤까지 교육을 책임진다”는 건데, 그만큼 전 생애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는 대학 내 평생교육원이라 학위 취득 쪽이 활성화되어 있어요.
저는 학점은행제 학사를 담당하고 있어요. 주로 과목을 개설하고 강의가 운영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드는 일을 담당하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과목 개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요.
(과목 개설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요?)
일단 평생 교육원의 과목 개설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기준에 맞춰서 커리큘럼이나 교재 같은 걸 검토 받아야 해요.
각 전공별로 교수님들이 이번 학기에 이런 강의를 운영하고 싶다고 제안을 주시면, 제가 그 내용을 검토하고 학교 수강신청시스템에 과목 개설을 한 다음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보고를 합니다.
(평생교육원에서의 일상은 어떻게 흘러가나요?)
평생교육원도 대학교랑 똑같이 1학기, 2학기, 계절학기 체제로 돌아가요.
그래서 개강 전이랑 개강 직후가 제일 바쁘고, 지금은 계절학기 중이면서 1학기 개강 직전이라 조금 바쁜 시기예요.
다양한 학습자들을 만나고 그분들과 맺는 관계가 좋은 거 같아요. 모든 관계는 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지만,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은 교육을 받고 싶어서 오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배움에 대한 의지 같은 것들이 다르거든요. 그런 분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잘 적응하고 있는 걸 보면 되게 좋아요.
결국 사람인 것 같아요. 평생교육원은 수강생 모집도 해야 하다 보니까, 기준이 있는데도 그걸 무시하고 요구를 하시는 경우가 있어요. 중간에서 조율해야 하는 입장이라서 힘들 때가 많아요.
1년 조금 넘었어요. 올해 말이면 2년 계약이 끝나서 또 다른 곳을 가야 해요.
(모탄 님께선 이 일을 계속 하고 싶으신가요?)
저는 교육계 쪽에서는 계속 일을 하고 싶어요. 이번에 평생교육사 2급 자격증도 땄거든요. 2급은 근무하면서 수업을 들으면 딸 수 있는데, 1급은 경력 조건이 까다로워서 쉽지는 않아요.
그래서 일단 2급은 따놓았는데, 이쪽에서 계속 일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계약직이라 안정성이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라서요.
제가 다니고 있는 대학교 교직원직은 계약직이라 2년을 일하면 1년은 외부에서 일해야 다시 들어올 수 있는 그런 게 있거든요.
(안정성만 보장된다면 계속 하고 싶으신 건가요?)
네. 일이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냥 제 일이니까 더 잘하고 싶고, 전문성을 갖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지금 1년 조금 넘게 했는데, 처음엔 잘 몰랐던 것들이 이제는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거든요. 한 1년만 더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욕심이 계속 생겨요.
그러게요. 그 부분은 제가 많이 내려놓은 것 같아요.
원래는 문화재단이나 아르코 같은 곳을 준비하면서, 예술과 맞닿아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거든요.
근데 지금 돌아보면, 그게 현실을 제대로 본 게 아니라, 제가 만들어낸 이미지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예술 분야에서 일하는 나’에 대한 어떤 허황된 이미지 같은 거요.
(평생교육원에서 일을 하면서 만족감과 성취감 때문에 교육 분야에 대한 생각이 생긴 걸까요?)
그보다는 제가 예전에 불법적인 회사에서 일하면서 느낀 게 있어요. 제가 직업의 윤리적인 가치에 대한 기준이 되게 높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거든요.
그 회사에서는 돈만 많이 벌면 된다는 식으로 일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저는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생각해보면 제가 예술을 좋아했던 이유도, 그리고 지금 교육 쪽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이유도, 결국은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 안에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람이 성장하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다는 느낌 때문일까요?)
이야기하면서 생각을 해봤는데, 어쩌면 저는 ‘예술을 하는 나’보다 ‘대학교 안에서 일하는 나’를 더 좋아하는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뭔가 지적인 환경 안에 있는 나의 모습이 좋은 거죠. 허영심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그 환경 속에 있는 나 자체가 좋은 것 같아요.
(지금은 ‘대학교’라는 환경 자체가 모탄 님에게 굉장히 잘 맞는 공간인 것 같네요.)
네, 그런 것 같아요.
(모탄 님은 왜 대학교에서 일하는 게 좋으신 걸까요?)
교육에도 여러 분야가 있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상업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는 곳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대학교가 그런 느낌이 있잖아요.
(제가 느끼기에는 모탄 님은 허영심을 가지고 계시기 보다는 도덕적이고 이상적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 같아요. 예술에 끌렸던 것도, 지금 교육 현장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것도, 결국은 ‘가치’ 때문인 것처럼요.)
이렇게 비춰지기는 싫은데… 제가 겁을 내는 순간들이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요즘에도 가장 큰 고민이 그거거든요. 이 겁이라는 게 점점 더 커지고, 더 많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보통 어떤 부분에서 겁을 많이 느끼세요?)
무언가 도전하기 전에도 겁이 나고, 남들의 시선에 대해서도 많이 신경 쓰는 편이에요. 최근에 어릴 때 썼던 일기나 다이어리를 쭉 봤는데, 거의 10년 넘게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제 안의 이 ‘겁’을 없애는 게 제 과제였던 것 같아요.
(그럼 그런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세요?.)
예전에는 자존감이나 힐링 같은 것들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것마저도 스트레스가 되더라고요. 요즘은 그냥 ‘이런 나를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먼저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를 좋아하려고 애쓰기보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작은 생각 하나만 바뀌면 많이 달라질 것 같은데, 그 작은 껍질을 계속 못 깨고 있는 느낌이라 답답해요.
생각보다 진중한 사람 같다, 생각이 많은 만큼 조심스러운 사람 같다 이런 얘기를 해줘요. 그것도 좋은 의미로요.
(그런 말을 들으면 어떠세요?)
잘 안 믿겨요.
솔직히 말하면… 제가 되게 비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겁이 많아서 약한 사람 앞에서는 강하고, 강한 사람 앞에서는 몸을 사리는 것 같고. 상황에 쉽게 휩쓸리는 편이라고 느껴요.
그래서 누군가 저를 사려 깊은 사람이라고 하면, ‘그건 내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내가 비겁한 사람이란 걸) 들키고 싶지 않아요.
제가 제일 갖고 싶은 게 자기 확신이나 자기 신념인데, 저는 그게 부족하다고 느끼거든요.
예를 들어 똑같이 누군가에 대해 나쁜 말을 한다고 해도, 내가 확신을 가지고 하는 거랑 분위기에 휩쓸려서 같이 하는 건 다르잖아요. 저는 후자인 경우가 많다고 느껴서 그게 싫어요.
(내가 원하는 모습과 실제 행동 사이의 괴리감이 힘든 거네요.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탄 님은 본인에게만 기준이 굉장히 엄격한 것 같아요.)
맞아요. 생각해보니까 저는 타인에게 상처받기보다는, 스스로를 더 괴롭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도 그렇고 앞으로도 계속, 저는 ‘나 자신이 있는 삶’을 살고 싶어요.
(아직 스스로 단단히 서 있지 못하다고 느끼세요?)
네. 항상 좀 붕 떠 있는 느낌이에요. 밖의 것들에 너무 많이 신경 쓰다 보니까 에너지도 금방 소진되고요. 저는 누가 옆에 없어도 묵묵하게 제 삶을 꾸려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고, 나를 위해 건강하게 사는 사람요.
(모탄 님은 이미 그렇게 살고 계신 거 아닌가요? 출근해서 일하고, 스스로를 책임지고 계시잖아요.)
근데 집에 오면 늘어져 버리거든요.
그게 ‘오늘 이 정도면 됐다’라고 받아들이면서 쉬는 게 아니라, ‘이러면 안 되는데,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쉬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그것도 결국 이상적인 나와 현실의 나 사이의 괴리감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거네요. 사실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은 극소수잖아요.)
맞네요. 결국 같은 문제였네요.
(그럼 그 괴리감을 잠시 내려놓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볼까요?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으세요?)
[고민]열등감이 없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사실 제가 임모탄이라는 이름을 좋아하는 것도 강한 이미지 때문이에요. 처음 매드맥스를 보고 비주얼적으로 너무 충격 받았어요. 그 위협감에. 저도 그렇게 거침없이 살고 싶은데, 현실의 저는 그렇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래도 나이가 들어서까지 남과 비교하면서 열등감에 사로잡힌 모습은 조금 추하더라고요. 적어도 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너무 좁아지는 것도 싫고요.
계속 더 어려워지는 것 같지만, 제가 선택한 삶을 사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는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처음에 다소 불법적인 회사에 취직했던 거요.
(그건 또 하나의 경험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나요?)
그렇긴 한데 되게 힘들기도 했고, 약간 첫 단추를 잘못 꿴 느낌이었어요.
차라리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제대로 준비를 하고, 저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고 선택할 걸 하는 후회가 있어요.
그리고 두 번째는 대학원 졸업할 때인데요.
제가 공연예술학과를 나왔는데, 그때는 이미 그 분야에 대한 흥미가 많이 식은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나는 이쪽으로 안 갈 것 같다’고 생각하고 논문을 안 쓰고 졸업을 했어요. 그 학교는 졸업시험만 봐도 졸업이 가능한 구조였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그게 되게 후회가 되더라고요.
남는 게 없는 느낌이었고, 그 시간이 다른 데 쓰일 수도 없고… 그냥 공중에 뜬 시간처럼 느껴졌어요.
(두 가지 다 결국 마음이 급해서 섣부른 선택을 했던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네, 맞아요. 그리고 둘 다 공통적으로 돈을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나는 빨리 돈을 벌려고, 하나는 돈을 아끼려고 빨리 졸업하려고 했던 선택이었어요.
(결국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는 조금 어긋난 선택을 했을 때 후회가 남았던 거네요.)
저는 지금 일하고 있는 학교에 온 게 가장 잘한 선택 같아요.
(대학원에 입학한 걸 말씀하시는 걸까요, 아니면 지금 일하고 있는 걸 말슴하시는 걸까요?)
둘 다인 것 같아요.
대학원에 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지금도 계속 만나고 있는 좋은 인연들이 대부분 그 안에서 생긴 거거든요. 그래서 그게 저한테는 되게 고맙고 중요한 부분이에요.
결과적으로 보면, 대학원을 간 선택 자체는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조금 들긴 해요.
근데 원래는 하기 싫었어요. 완전히 비혼주의자는 아닌데, 동생이랑 같이 살아보니까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게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저만 힘든 게 아니라, 나랑 같이 사는 사람도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떤 점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나요?)
제가 좀 예민한 편이거든요. 그래서 나랑 사는 사람이 내 예민함 때문에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불편한 게 있으면 터놓고 말해야 하는데, 저는 그걸 잘 못 해요. 내가 왜 불편한지 말은 못 하면서 분위기는 같이 상하게 만들어 버리는 그런 식이거든요.
(그럼 최근에 결혼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이유는 뭘까요?)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건데, 외로움이라는 게 사람에게 정말 큰 고통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왜 나이가 들수록 외로움 때문에 그렇게 변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더라고요. 사실 배우자가 있다고 해서 외로움이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있어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원래 결혼을 하기 싫다고 생각했던 이유 중 하나가 출산이었어요. 결혼을 하면 출산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저 같은 아이를 낳는 것도 조금 그렇고, 무엇보다 제가 아이에게 좋은 보호자가 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요.
(아이를 제대로 돌보고, 잘 키워낼 자신이 없다는 의미인가요?)
네. 저는 양육자로서 잘할 자신이 없어요.
(혹시 ‘나 같은 아이가 태어나면 내가 겪었던 것과 같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드신 건가요?)
네. 저는 어릴 때 누가 볼까 봐 일기장도 거짓으로 써내던 아이였거든요. 만약 제 아이도 그런 아이가 된다면, 제가 그걸 잘 알아봐 줄 수 있을까? 잘 보듬어 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가슴 아프게 들리는 이야기네요.)
굉장히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고, 단편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요. 한국에서 결혼과 출산이라는 게 점점 녹록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랑이라는 게 결국 신뢰가 쌓이면서 만들어지는 건데, 요즘은 서로 못 볼 모습들을 너무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서로를 사랑하기에도 너무 힘든 사회가 된 것 같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예전에 인터넷에서 떠돌던 밈 같은 것도 있었잖아요. 가족이랑 뽀뽀하는 거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라든지, 그런 것들이요. 저는 그런 분위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굳이 그런 것들까지 감수하면서 결혼이나 출산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제가 어떤 이미지에 너무 갇혀서 생각하고 있는 걸 수도 있지만요.
사실 이 마지막에 할 말을 되게 많이 생각해 봤거든요. 그런데 딱히 하고 싶은 말은 없는 것 같아요.
인터뷰하러 오기 전에도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할지 계속 생각했어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너무 만들어낸 모습을 보여주는 건 아닐까 싶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인터뷰를 하다 보니까, 제가 또 무의식적으로는 보여지는 모습에 신경을 쓰면서 나에 대한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내려고 하고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마치 심리 상담을 받은 것처럼, 스스로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고 생각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이 이야기가 어떻게 실릴지는 솔직히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그래도 저한테는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