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의 사과하지 않을 권리

by 김볶밥

꽤 오래 전의 일이다.
어린이집 활동 사진이 올라오는 곳에
눈에 띄는 댓글이 있었다.
' 왜 우리 아이 사진은 수가 적죠?'

일상 질문은 담임 교사와 개별적으로 하기 마련이지만
왠일인지 보란듯이 써져있는 질문은,
차라리 암묵적 경고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넘어진 모양이다.
학부모는 지역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고,
일방적인 주장으로 인해
어린이집은 순식간에 몹쓸 곳이 되어버렸다.

보다못한 재원생 학부모들이 나서
사실과 다름을 밝히며
사건은 어영부영 마무리되었지만,
충격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그 좋은 선생님들이
그간 아이를 봐준 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이젠 온라인에서 멱살잡혀 매맞는 참극이라니.

아이 혼자 일어서다 헛짚어 넘어진 일을,
어떻게든 본인이 피해자임을 주장하며
딴지를 걸어보려는 신박한 주장들도 황당했거니와,

무책임한 어린이집이라며 비난하는 대목 역시
정작 아이의 치료와는 거리가 먼,
자신에 대한 의전과 감정 노동에 대한 불만족이었다.

어린이집과 보육교사는
자신의 발끝에 어디쯤 있는 듯
글 전반을 잠식하고 있는 상하관계 역시 끔찍했다.

임금님 헛기침도 아닌데
뭘 그렇게 말 안해도 알아서 해줘야 하는 게 많은지...
그놈의 손발은 허구헌날 부들부들...
읽는 내내 부끄러움은 어째서 나의 몫이었던가.

오랫만에 등원한 어린이집은
그저 세간의 오해가 풀어진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초연한 분위기였고, 그제야 실감했다.

아이를 돌본다는 이유로
서슬퍼런 감시의 눈을 감당해야 했던 이들에게
감히 해명의 기회라는 건
신분상승의 꿈에 가까웠다는 것을 말이다.

어린이집 대처에 문제가 없었음이 밝혀진 후에도
그 학부모는 마지막까지
왜 우리 애 넘어지는 걸 못봤냐는 질책을 잊지 않았다.

그들에게
사과하지 않을 권리,
사과받을 권리는 언제쯤 주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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