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집사 퇴사기.

by 김볶밥

이사하면서 새로 들인 나무 식탁은
내 기준에는 꽤 값비싼 것이었기에
흠집이 나지 않게 투명 덮개를 씌워서 썼다.

일년쯤 지나니 덮개도 얼룩이 졌고
새로운 덮개를 사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수월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어떤 재질로 할 것인지,
또 언제쯤 교체할 것인지,
가격대는 어느 정도로 정할지
시덥잖은 고민만 한세월이었다.

나는 식탁을 새로 샀던 그 때,
새 것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었다.

그렇게 새 덮개를 씌운지 한달이나 되었을까,
나는 이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 가득 담긴 덮개를 과감히 버려버렸다.

이후로 식탁은 고스란히 세월의 흔적을 맞이했지만,
오히려 가족이 함께한 시간들이 그 위에 새겨진 셈이다.

매끄러움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던 것은,
인생을 더 거추장스럽게 했다.

때로는 시간을 멈추기 위해,
순리를 거스르기 위해
너무도 많은 에너지를 쓴다.

그리고 오히려
그것들이 내 인생을 갉아먹는다.

식탁집사 퇴사기.

작가의 이전글그지허세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