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어떤 풍경
#추석연휴
일이 많은 9월.
추석 연휴 동안 남편과 따로 움직이기로 했다.
시어머니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소잉팩토리 수업을 통해 배워 만든 베스트를 포장해 편육스님 손에 들려 보냈다. 못 내려가는 대신 토요일 내내 음식을 만들었다, 돼지갈비찜, 소불고기 잡채, 명태참나물 초무침과 상에 올릴 약식도 함께.
다 만들고 보니 베스트 주머니가 좀 아래 달려서 좀 죄송한 마음이었는데 팔이 길어 괜찮다 하시는 시어머님, 계속 잘 입고 다니실 거라 말씀해 주셨다.
나는 어제오늘, 외출한 아버지와 손 여사와 함께 지냈다. 한 번도 새벽에 일어나 손 여사를 위한 밥상을 차려준 적이 없었는데 어제오늘 계속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생선 굽고, 갈비찜을 데우고… 식탁 한가득, 손 여사를 위해 손을 움직였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그런 건지 손 여사와 함께 잘 때는 자정 언저리면 그냥 잠에 들었다. 게다가 숙면! 편육스님 보다 더 강력한 수면유도제는 엄마였다.
아버지는 전보다 더 또렷한 기억력을 뿜뿜했는데, 자녀들과 눈을 마주하며 퍼즐조각 같은 기억을 맞춰보며 행복해했다. 조카들이 말을 배울 때도 비슷한 풍경이었는데, 이제 훌쩍 자란 조카들이 아버지에게 퀴즈를 냈다. 자녀들이 떠나갈 때마다 엉엉 울어버리는 아버지 때문에 울음바다가 되고 말았다. 아버지가 울자 덩달아 딸들이 울고 손녀들도 훌쩍였다. 아버지는 우리가 함께 하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의 극치를 다 겪게 해 주었다. 달콤하다가 급기야 짠내 풀풀 풍기는 신파극이 되었지만, 그 또한 자연스러운 우리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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