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어떤 ‘회사’인가: 개인의 현주소 진단하기
결혼을 하고, 월급을 받아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기 시작하면 세상은 나를 '어른'이라 부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결혼식장에서 손을 잡고 입장할 때, 주변에선 "이제 진짜 어른 다 됐네!"라며 덕담을 건넸죠.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건 '어른 코스프레'에 가까웠습니다. 겉모습은 어른인데, 속마음은 여전히 길을 잃은 아이 같았거든요. 책임감이라는 무게 때문에 심리적 압박은 커졌지만, 정작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지했습니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자기 객관화가 필수입니다. 우리 회사의 강점(Strength)은 무엇인지, 약점(Weakness)은 무엇인지, 어떤 기회(Opportunity)와 위협(Threat)이 있는지 분석하는 SWOT 분석 말이죠.
돌이켜보니 저는 지난 30년 동안 이 분석을 한 번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는지 (강점)
어떤 상황에서 멘탈이 바사삭 부서지는지 (약점)
내가 진짜로 원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비전)
이런 데이터 없이 무작정 '열심히'만 살았습니다. 그러니 실패했을 때 "내가 왜 실패했지?"라며 자책만 할 뿐,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지 몰라 괴로웠던 거죠. 전략 없는 기업이 파산하듯, 저도 저 자신에 대해 파산 직전이었던 셈입니다.
소크라테스 형님이 말씀하신 "너 자신을 알라"는 말, 예전엔 교과서에 나오는 지루한 격언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사람들의 피드백을 수집하다 보니 깨달았습니다. 이건 잔소리가 아니라 '레벨업을 위한 공략집'이었다는 것을요.
요즘 유행하는 말로 '메타인지' 혹은 '자기 객관화'라고 하죠. 내가 나를 관찰자 시점에서 바라보는 능력입니다. 이걸 못하면 우리는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없습니다. 튜토리얼도 안 끝내고 보스 몹을 잡으러 가는 게임 캐릭터처럼 말이죠.
"지금까지는 나도 나를 모르는 상태에서 남들에게 나를 포장하고 자랑하기 바빴습니다. 당연히 결과는 삐걱거릴 수밖에 없었죠."
이제 저는 '대충' 어른인 척하며 넘어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수학 문제를 풀 때 앞 단원을 모르면 뒷 단원이 통째로 외계어로 보이듯, 나를 모르면 인생이라는 문제집은 갈수록 난이도만 높아질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나'라는 사람을 명확히 정의하는 연습을 합니다.
Like & Dislike: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목록을 만듭니다.
Can & Can't: 내가 잘하는 것과 죽어도 못 하는 것을 인정합니다.
이 과정이 끝나면, 적어도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매는 시간은 줄어들겠죠. 30대 중반, 남들보다 조금 늦은 SWOT 분석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내 그릇의 크기와 모양을 알아야 그 안에 무엇을 담을지도 결정할 수 있는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