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많은데 정리가 안 될 때 느끼는 답답함
나는 생각이 많은 편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는 답답하다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생각의 깊이가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중 전자에 더 가깝다고 느낀다.
생각을 깊게 하는 것이 나쁜 걸까? 그렇지는 않다. 문제는 생각은 깊지만 결론에 도달하는 속도가 느리다는 점이다. 나는 늘 곰곰이 생각한다. 왜 이렇게까지 깊게 고민하는 걸까. 완벽해지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실패가 두려워서일까. 곰곰이 따져보면 그보다는 머릿속에서 생각을 정리하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인 것 같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한다. 본질을 꿰뚫기 위해 깊이 고민한다. 그러다 보면 수많은 아이디어와 실행 방법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정리되지 않은 생각은 결국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다. 생각이 많을수록, 오히려 더 길을 잃는다. 그래서 나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으로 글쓰기를 선택했다.
그렇다면 왜 글쓰기가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좋은 도구일까. 나는 작가도 아니고, 글쓰기를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다. 어릴 적에는 독후감 하나 쓰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런데 책 한 권을 읽으며 이런 문장을 접했다.
뛰어난 변호사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는 말이었다.
내가 생각하던 뛰어난 변호사는 유창하고 논리적인 말로 판사를 설득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글을 잘 쓰는 변호사가 더 뛰어나다니, 그 말은 내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그 이후 내가 바로 실행한 것은 일기 쓰기였다. 길든 짧든, 그날 예정된 일이나 이미 했던 일들을 간단히 기록하기 시작했다. 특별한 형식도, 기술도 없이 그저 떠오르는 대로 적었다. 놀랍게도 결론은 자연스럽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기승전결이 분명한 글은 아니었지만, 머릿속에만 머물던 생각이 텍스트로 옮겨지는 순간, 금세 휘발되던 생각들이 마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듯 남았다. 이렇게 기록해 두면 잠시 다른 생각을 하더라도 다시 돌아와 이전 생각을 확인할 수 있고, 그 위에서 다시 정리할 수 있었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점점 결론에 도달하고 있었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글쓰기를 통해 결론에 도달하는 훈련을 계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