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의 위기 또는 기회

30대 후반의 인생 위치: 위기인가 기회인가?

by 해결사

30대 후반이 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말하지 못하는 고민들이 생겼다. 사람들은 종종 인생을 골프에 비유한다. 지금의 나는 인생의 전반 9홀쯤에 와 있다고 느낀다.

전반 9홀은 어떤 구간인가.
1번부터 8번 홀까지 잘 풀리지 않았다면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고, 반대로 잘 쳐왔다면 남은 9홀 동안 그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 컨디션과 전략을 더욱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는 지점이다. 지금의 나는 그만큼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나는 나이대마다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 다르다고 믿는다.
20대는 배우는 시기,
30대는 배운 것을 발휘하는 시기,
40대는 경험을 토대로 기지를 발휘하는 시기.

그 기준에서 보면, 30대 후반의 나는 분명 ‘발휘해야 하는 시기’에 놓여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것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위기다.

30대 후반까지 살아오며 배운 것이 없을 리 없다. 내가 인식하든 하지 않든, 분명 삶 속에서 체득된 것들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하지 못하고 있고,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점이다. 이 시기에 나에게는 두 가지 큰 결정이 있었다. 결혼, 그리고 직업.

이 두 가지는 인생의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택이다. 먼저 결혼은 많은 축복 속에서 시작했고, 지금도 인생의 동반자가 생겼다는 사실에 분명한 행복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결혼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책임과 능력을 요구했다. 혼자 살 때는 나 자신만이 기준이었다. 결정은 빠르고, 그 무게도 가벼웠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집에는 나뿐 아니라 배우자가 함께 있고, 모든 결정은 두 사람이 함께 내려야 한다. 그만큼 고민의 깊이와 결정까지 걸리는 시간도 달라졌다.

가치관의 문제,
경제적인 문제,
그리고 2세의 문제까지.

앞으로 함께 풀어야 할 숙제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과연 ‘발휘의 단계’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다시 배움의 단계로 돌아간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조급해진다. 결혼생활을 미리 배우고 시작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내가 말하는 배움이란, 결혼 이후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숙제들을 풀기 위한 나만의 기준을 세우는 과정이다. 기준을 세우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

가치관을 세우기 위해 스스로를 철저히 분석하고 객관화해야 하고,
경제적 기준을 위해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해야 하며,
2세를 위해서는 나만의 미래 로드맵이 필요하다.

나는 20대와 30대 초반에 이 작업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다시 배우고 있다.

직업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첫 직장을 스타트업에서 시작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체계적인 탑다운 문화보다는, 작지만 자유로운 환경에서 큰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어린 나에게는 굉장히 크게 느껴졌다. 그렇게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다시 직업에 대한 고민 앞에 서 있다. 분명 스타트업에서 제로 투 원의 경험을 통해, 큰 회사에서는 배울 수 없었을 많은 것들을 배웠다. 하지만 그 배움을 온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결국 창업이라는 선택지밖에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창업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솔직히 말하면 아니다. 많은 창업가들을 만나왔지만, 그들과 비교했을 때 나의 지식, 자본, 그리고 용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무엇보다 창업은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결혼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 망설여진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다 갖추고 시작하는 게 무슨 창업이냐”

하지만 나는 안다. 나는 10%의 모험심과 90%의 확신이 있어야 움직이는 사람이다. 지금의 나는 아직 50%의 확신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나는 배움을 선택한다. 이 확신을 9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

30대 후반이 되어 다시 배움의 단계로 돌아온 나는, 과연 위기에 놓인 것일까, 아니면 기회를 마주한 것일까.
내가 결혼과 직업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지, 조금 더 지켜봐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