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보내고 온 사람의 이야기
할머니를 추모하며 이 글을 바칩니다.
어떤 이가 학교 앞에서 역주행과 음주운전을 했습니다. 그가 몰던 오토바이는 제 할머니의 시간을 멈추게 했습니다. 할머니는 6개월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버티시다, 가장 행복한 곳으로 긴 여행을 떠나셨습니다.
의식이 없는 6개월의 시간, 우리는 할머니의 침묵 속에서 수만 가지 말을 들었습니다. 만약 할머니께서 우리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넬 수 있었다면, 분명 이렇게 말씀하셨을 겁니다. 힘겹게 숨을 내쉬는 대신, 사랑을 속삭이셨을 겁니다.
"O일아, 사랑한다.
O열아, 사랑한다.
O진아, 사랑한다.
O진아, 사랑한다.
O진아, 사랑한다.
O률아, 사랑한다.
내 딸로, 내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웠네. 건강하고, 아프지 말고, 행복해라."
자식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시고는, 든든했던 사위들을 떠올리셨을 겁니다.
"김서방, 덕분에 전국 팔도를 돌아다녔네. 하늘로 가서도 자랑하고 다닐 수 있겠어. 가족 잘 지켜줘서 고맙네.
최서방, 살아있어줘서 고맙네. 아내하고 우리 손주들 잘 보살펴 주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들의 얼굴을 그리셨을 겁니다.
"O은아,
O기야,
O규야,
O현아,
O연아,
O린아,
O린아,
O훈아,
O규야.
건강하고, 아프지 말고, 행복해야 한다."
그 말들은 비록 할머니의 입을 통해 소리로 들려오지는 않았지만, 우리 모두는 마음으로 똑똑히 들었습니다.
할머니의 삶이, 우리를 바라보던 눈빛이, 따뜻하게 잡아주시던 손길이 그 모든 말을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사고의 비극과 6개월의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서도, 할머니는 마지막까지 가장 할머니다운 방식으로 우리 곁에 계셨습니다. 바로 ‘사랑’이라는 방식으로요. 할머니가 남기신 것은 슬픔이나 원망이 아닌, 서로를 더 아끼고 보듬어야 한다는 깊은 가르침이었습니다.
그러니 사랑해요.
할머니는 끝까지 사랑하는 방식으로 우리 곁에 머무셨고, 그 사랑은 세상의 어떤 말보다 더 선명하게, 더 오래도록 우리 가슴에 남을 것입니다.
가장 행복한 곳으로 가신 할머니께 이 글을 바칩니다.
손자 김O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