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8000명의 수강생 인프런 어워드 수상, 그 뒷면의 진짜 이야기
오늘은 수상 소감이라는 거창한 말 대신, 지난 1년간 'AI 강의'를 하며 느꼈던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과 생존 기록을 남겨보려 합니다. AI 붐이 일고 너도나도 AI를 외칠 때, 강사로서 저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는지, 그리고 현장의 반응은 어땠는지에 대한 회고록입니다.
2023년 초, ChatGPT 열풍은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열풍 속에서 묘한 괴리감을 느꼈습니다. 뉴스와 SNS에서는 "AI가 인간을 대체한다", "특이점이 왔다"고 떠들썩했지만, 정작 제 주변의 실무자들은 냉소적이었습니다.
"강사님, 그거 신기하긴 한데... 그래서 이걸로 보고서는 어떻게 써요?" "써봤는데 거짓말만 하던데요? 그냥 제가 쓰는 게 빨라요."
이게 현장의 진짜 목소리였습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와 실무 적용 사이에는 거대한 '캐즘(Chasm)'이 존재했습니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AI가 이렇게 똑똑해요"라는 감탄이 아니라, "당장 오늘 오후에 써야 할 이메일을 30분에서 3분으로 줄이는 법"이었습니다.
그래서 강의 기획을 완전히 틀었습니다. AI의 원리나 복잡한 논문 이야기는 뺐습니다. 대신 철저하게 '도구론'으로 접근했습니다. 엑셀을 배우듯, 포토샵을 배우듯, AI를 내 업무 프로세스에 끼워 넣는 '매뉴얼'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번 수상이 의미 있는 건, 그 실용주의적 접근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AI 강의를 찍어본 분들은 아실 겁니다. 이건 그야말로 '유통기한'과의 싸움입니다.
강의 스크립트를 다 쓰고 녹화를 마친 다음 날 아침, OpenAI가 새로운 기능을 발표합니다. UI가 바뀌고, 버튼 위치가 달라집니다. 어제 찍은 영상은 하루아침에 '구버전'이 됩니다. 실제로 강의 론칭 직전에 대규모 업데이트가 터져서 밤을 새워 재녹화를 한 적도 있습니다. 솔직히 멘탈이 나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때 고민했습니다. "기능을 따라가면 나는 영원히 뒤처진다. 기능을 넘어선 무언가를 가르쳐야 한다."
그래서 집중한 것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논리 구조'였습니다. 챗GPT의 버튼이 어디로 옮겨가든, 결국 AI와 소통하는 핵심은 '맥락(Context) - 역할(Role) - 지시(Task) - 제약(Constraint)'이라는 4단계 프로세스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강생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무릅쓰고 "화면은 바뀔 수 있지만, 원리는 변하지 않습니다"라고 강조했던 이유입니다. 다행히 많은 분이 그 의도를 알아주셨고, 기능이 바뀔 때마다 당황하지 않고 응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을 때 강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강의 Q&A 게시판은 저에게 가장 무서우면서도 고마운 데이터베이스입니다. 수천 개의 질문을 분석해 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보입니다.
초기에는 "이거 어떻게 해요?"라는 기능적 질문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질문의 질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마케터인데, 이런 방식으로 페르소나를 설정하는 게 맞을까요?" "데이터 분석을 시켰는데,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줄이려면 어떤 제약 조건을 더 걸어야 할까요?"
수강생들은 단순히 기능을 묻는 단계를 넘어, 자신의 업무에 AI를 적용하는 '판단'에 대한 확신을 얻고 싶어 했습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제 역할이 바뀌었다고 느꼈습니다. 지식을 전달하는 '티처(Teacher)'가 아니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가 되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인프런 어워드는 제가 잘해서 받은 상이 아닙니다. 밤 11시, 새벽 2시에도 게시판에 질문을 남기고, 자신의 업무에 AI를 적용해보려 고군분투했던 수강생들의 치열함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저는 그저 그들이 덜 헤매도록 깃발을 조금 먼저 꽂았을 뿐입니다.
이제 AI에 대한 막연한 환상은 걷히고 있습니다. "AI가 알아서 다 해줄 거야"라는 기대는 깨졌습니다. 대신 "AI를 잘 다루면 칼퇴 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효용감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가 하려는 일도 명확합니다. 더 이상 '신기한 AI'는 소개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대신 "돈이 되는 AI", "시간을 벌어주는 AI" 이야기를 더 집요하게 파고들려 합니다. 화려한 미사여구 대신, 당장 내일 회사에서 써먹을 수 있는 프롬프트 템플릿 한 줄을 더 연구해서 공유하는 것. 그게 저를 믿고 강의를 신청해 주신 분들에 대한 예의이자, 프로 강사의 태도라고 믿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수상 소감이라기보다 업무 일지처럼 되어버렸네요. 하지만 이게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트로피는 멋지지만, 내일도 저는 또 새로운 AI 논문을 읽고, 바뀌는 UI를 캡처하고,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설명할지 고민하며 모니터 앞을 지킬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겁니다. 거창한 비전이나 미래를 내다볼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지금 하고 계신 그 지루한 엑셀 작업, 반복적인 메일 쓰기부터 AI에게 맡겨보세요. 혁신은 거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부족한 강의를 선택해 주신 8000분의 수강생 여러분, 그리고 좋은 판을 깔아주신 인프런 관계자분들께 담백하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더 실용적이고, 더 독한 강의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민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