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여행] 카이로: 피라미드와 자말렉

3500년 전 이집트와 현대의 이집트를 마주하며

by 김범수

한국과 이집트의 시차는 7시간이다. 한국이 훨씬 동쪽에 있으므로 이집트보다 7시간이 빠르다. 한국보다 시간이 늦은 나라에 가면, 늦게 까지 잠들지 못하고 일찍 일어나는 패턴이 반복된다. 3월에 영국에 2주 동안 갔을 때도 거의 매일 해가 뜨는 것을 봤다. 여행지에서 자연스럽게 아침 7시에 일어날 수 있는 패턴을 형성하고자, 정확히 나의 수면 시간인 7시간 전에 최대한 맞춰서 잔다. 그럼에도 새벽 4~5시만 되면 '내가 자는 건가. 깨어있는 건가' 의심이 될 정도로 수시로 깬다. 피곤해도 시차를 맞추려고 늦게 잤는데, 잠은 충분히 못 잔 셈이니 매일의 여행이 피곤한 채로 시작된다.

이집트에서의 첫날 밤도 똑같은 패턴이었다. 7시에 알람에 맞춰 일어나는 것이 목표였지만, 5시 무렵부터 수시로 눈이 떠졌고, 알람은 그냥 꺼버렸다.


피라미드, 스핑크스
피라미드 관람 꿀TIP
-사진은 어떻게 찍을지, 그 구도는 어디서 찍는 건지 미리 확인하자
-동선도 파악하자.(낙타는 어디부터 어디까지 타고, 셔틀버스는 어디서 어디로 타고, 어디 구간을 걸을 건지 등)
-오픈 런을 하자. (후문에서) 관람시간은 여유 있게 산책하면서 본다면 3시간 정도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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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되면 날도 덥고 사람도 많아져서, 오픈런해서 구경하는 것이 좋다는 말에 나도 그럴 계획을 세웠다. 숙소를 피라미드 후문 바로 앞에 있는 곳으로 잡은 것도 같은 이유였다. 오픈 시간이 8시였지만, 준비되는 대로 그 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나가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기다렸다.

이번 여행의 주목적이 어찌 보면 피라미드였는데, 관람 동선을 어떻게 설정할지, 길은 어떻게 찾아가는지, 사진은 어떻게 찍으면 좋은지 등을 미리 알아봤어야 했다. 대책 없이 들어갔다가 길도 못 찾고, 왔던 길 되돌아가고를 반복했고, 몇 장 건지지 못한 사진에 후회도 됐지만, 내가 그렇게 디테일하게 계획하지 않은 것을, 누구 탓하겠는가.

피라미드는 무조건 동행을 구하고 싶었는데, 구하지 못했다. 편하게 사진을 부탁하기에는 한국인 동행보다 좋은 여행객은 없었다. 물론, 외국인에게 부탁하기는 하지만 똑같은 장소에서 다른 세 명의 여행객에게 부탁해야지 그나마 괜찮은 사진을 한 장 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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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를 관람할 때, 낙타를 타야겠다고 예전부터 생각했다. 인도에서 낙타를 꽤나 오래 탔었으므로 단지 낙타를 타보고 싶어서는 아니었고, 낙타 가이드는 적극적으로 나의 사진을 찍어주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낙타에 올라탄 사진을 찍는 것은 나의 희망사항이기도 했다. 가격은 공식적으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500파운드(약 15,000원)이었는데, 최근에 1,000파운드로 올랐다. 사실 이 가격내고 타지는 않고 대부분 적게는 절반 많게는 1/4까지 흥정해서 낙타를 탄다. 나는 흥정을 할 때, '무조건 싼' 가격으로 하기보다는 내가 이 정도의 가격으로 이 서비스를 받는다면 '만족'이라는 생각이 들면 굳이 더 흥정하진 않는다. 나에게는 그 가격이 500파운드였고, 마지막에 무조건 팁을 요구할 것을 알고 처음에 400파운드를 서비스 비용으로 지불하고, 나중에 100파운드를 팁으로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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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호객꾼(?)'들은 자기는 여기에 공인된 사진사이고, 사진을 찍어준다고 마치 성의인 것처럼 끊임없이 요구한다. '괜찮다'라고 끊임없이 거절해도, 사진을 찍혀주지 않으면 계속 말을 걸면서 끝까지 쫓아올 기세다. 그러다 보면 귀찮아서 그냥 찍혀준다. 그리고 당연히 팁을 요구한다. 그러나 나는 단호했다. 사진이 웃겨서 소장할 가치가 있기는 하지만, 나의 의사가 없었으므로 나는 팁을 줄 의향이 전혀 없었다. 나는 당신에게 팁을 줄 생각이 없으며 차라리 사진을 삭제하겠다고 하니, 유유히 내 곁을 떠났다.


대피라미드 내부를 관람하려면 1,000파운드(약 30,000원)를 내야 한다. 다시 이집트에 오지 못 할 수 있으므로, 인생 기간의 할부로 하면 적은 금액이지만, 입장하지는 않았다. 인도여행했을 때, 똑같은 마음으로 모든 문화재를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남는 기억이나 만족스러웠던 적이 별로 없었고, 그렇게 모든 문화재를 들어가다 보면 생각보다 누적 금액도 커졌다. 피라미드 내부는 유튜브에서 많이 보기도 했고, 내부에 특별한 것이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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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셔틀버스를 타고 다른 포토스폿으로 이동하다가, 중국에서 카이로로 갈 때 앞자리에 앉았던 젊은 중국인 남자 대학생들을 발견했다. 한국인인가 처음에 착각이 들 정도로 잘 꾸미는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결론은 그렇다.

"안녕하세요, 저 비행기에서 뒷자리에 앉았었는데, 혹시 사진 한 장만 찍어주실 수 있어요?"


피라미드를 관람한 뒤, 스카프를 둘러 헝클어진 머리를 감으러 숙소로 돌아갔다. 피라미드를 계속 눈에 담아 두고 싶어, 루프탑에서 방금 걸었던 피라미드를 보며 조식을 먹었다. 체크아웃이 12 시인 줄 알았는데, 11시였다. 그런데 이미 11시는 지났다. 언제든 사과할 수 있도록 문 열어놓고 짐을 싸서 체크아웃을 했다.

호텔 비에서 휴대폰을 충전하며, 야간버스를 타는 밤 10시까지 무엇을 할까 검색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알뜰하게 사용하지 못 한 시간이기도 하다. 기자는 정말 피라미드 말고는 갈 데가 없었고, 시내로 갔다가 다시 숙소에서 캐리어를 챙겨서 이동하면, 드는 시간이 적지 않았기에, 따로 시내에 있는 짐보관소를 예약했다. 그곳에 짐을 맡기고, 이집트의 '한남동'으로 불리는 '자말렉'이라는 동네에 가서 여유를 즐기기로 결정했다.


카이로 짐보관(마디나 호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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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엘리베이터는 신기하다. 보통 엘리베이터 자체 문과, 건물 쪽 문(?)이 있는데, 이집트는 건물 쪽 문만 있다. 그것도 여닫이문으로. 엘리베이터가 오면, 문을 열고 들어가서 먼 문잡이를 잡아당겨서 닫는다. 그러면 엘리베이터는 움직이고,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것이 움직이는 벽을 통해 느껴진다.


카이로 자말렉(Zamal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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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에 오니 심리적으로 안정이 됐다. 이집트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는 현대적인 동네. 호객행위도, 말도, 당나귀도 없다.


나일강 산책로(People of Egypt Walk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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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로 운영하는 나일강 산책로. 20파운드 밖에 안 하긴 하지만, 정말 산책을 할 사람이 아니라면 들어올 일이 없으므로 이상한 사람도 없다. 카메라도 못 들고 들어가게 한다. 산책로 입구 쪽은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의심하지 않아도 그냥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왕복으로 해서 1시간은 넘게 걸은 것 같다.

짐을 보관한 곳에서 그렇게 멀지가 않아서 또 30분은 걸었다. 가로등 하나 없는 다리 밑도 지나가고, 골목길도 지나간다. 무섭지 않다고 하는 것은 변명이다. 오른손에는 볼펜을 심을 뽑은 채 쥐고 있었다.


짐을 맡긴 호스텔에서 캐리어를 챙겼다. 야간버스 터미널까지는 15분밖에 안 되는 거리지만 이 캐리어를 끌고 터미널 앞 로터리 형식의 폭만 50M는 될 것 같은 도로를 무단횡단할 자신이 없어 택시를 탔다. 버스를 탑승하는 곳이랑 터미널 위치가 다른데, 조금 여유 있게 정류장으로 향했다. 내 앞에 있던 동양인 커플이 문 밖에 나서더니 내가 생각한 방향의 반대로 향했다. 정류장 위치는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저장해 놨는데, 절대 반대방향으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미 떠난 뒤였고, 나는 저장해 둔 곳으로 갔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버스가 설 곳은 있는데 아무도 없다. 어두컴컴하다. 분명 위치는 블로그에서 저장한 곳인데. 내가 타는 곳이 중간 경유지였는데, 점점 버스 도착 시간도 점점 가까워졌다. 되돌아가서 다른 외국인한테 정류장을 물어보니 다른 곳을 가리켰다.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했고, 버스가 예정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아서 혹시 일찍 와서 떠난 것은 아닌가 걱정했지만 그것은 아니었다. 내 앞에 있던 동양인 커플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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