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대박물관, 칸 엘 칼릴리 시장
중국에서 레이오버를 할 때부터, 한국인 여행객, 특히 1~2명의 여행객을 계속 찾았다. 택시를 쉐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국에 비하면 택시 요금이 아주 저렴하긴 해도, 공항에서 시내까지의 거리는 꽤 되기에 카풀을 할 수 있다면 혼여행객에는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30대 후반~4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세 분의 큰 형님들 말고는 따로 찾을 수 없었고, 그분들에게 내가 낄 자리는 없어 보였다.
옆 자리에 앉은 분이 외향적인 이집션이라면, 혹시 카이로 시내에서 같이 점심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기내식을 패스할 정도로 깊은 숙면에 취했기에,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고. 카이로에서 엔지니어로 일하시는, 아이폰을 쓰는 나름 이집트에서는 부유층에 속할 것 같은 아저씨였다.
11월 23일(일) 13시에 인천에서 출발해, 레이오버와 비행시간을 포함해 만 하루가 넘는 시간 끝에 카이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높은 곳에서 투명한 창문을 통해 바깥 풍경을 보는 일이 직업이므로, 비행기에서 창가 자리보다는 복도 쪽 좌석을 선호하는데, 이날만큼은 평소와 다르게 창문을 통해 카이로로 도착하는 풍경을 감상했다. 그저, 흙색의 땅과 산, 건물뿐이기는 했지만. 또한, 직업병의 일환으로, 기장님의 랜딩실력을 몸소 느껴봤는데, 아주 소프트해서 놀랐다. 나와 대비된다.
휴대폰을 켰는데, 로밍하지는 않아도 수신은 되는지, 수많은 문자와 부재중 전화 메시지가 와 있었다. 직장인의 비애다. 못 본체 해야겠다.
출국심사를 하기 전에, 도착 비자를 사야 하는데, 어디서 사야 하는지 모르겠다. 사전에 한국에서 알아보고 왔을 때는 A줄이었는데, 사람들이 다 B줄에 서있다. 와이파이도 잘 되지 않아 당장 검색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던 중 갑자기 한국말을 하는 커플 여행객이 내 앞에 나타났다. 아이러니하게 한국인이 많은 여행지보다 한국인이 드문 여행지에서 한국인에게 말 거는 것이 더 쉬웠는데, 자연스럽게 B줄이 도착비자줄이 맞는지 물었다. 3개 국어에 능통하신 커플의 여성 분(앞으로도 많이 등장할 예정이므로, 이하 'I'라고 하겠다. Instructor)이 중국인들과는 중국어로, 다른 외국인들과는 영어로 얘기하며 알아본 결과, 뒤 편에 있는 C줄이라고 하여 같이 이동했다.
B줄에 잘못 서 있을 때부터 커플과 나 뒤로 한 여성분이 계셨다. 외형과 패션만으로는 중국인인지 한국인인지 사실 잘 분간이 가지 않았는데, 휴대폰 화면에 네이버 페이지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 한국인임을 알게 됐다. 그렇게 한국인 네 명이서 공항을 빠져나갈 때까지 유심, 인출 등의 도움을 주고받으며 소소한 대화를 나눴다.
여행 계획 이야기를 하다가, 혼자 오신 여성분이 3주나 계신다는 것을 듣고, '혹시 여행유튜브 하세요?' 하니까 그렇다고. 실례일 수 있어 여쭤보지는 않았지만, 유튜브에서 기적의 알고리즘으로 마주친다면 신기할 것 같긴 하다. 커플은 숙소가 나와 같은 기자 지구, 유튜버님은 뉴카이로 시내 쪽이어서 택시는 따로 타서 이동했다. 커플이 캐리어가 아닌 백팩이어서 같이 카풀이 가능했지, 사람 3명에 캐리어가 3개였다면 카풀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공항에서 기자 지구로 이동
택시 꿀 TIP
-우버, Indrive, Careem 앱이 있는데, 실질적으로 Indrive 앱만 잘 잡혀 이것만 사용한다.
-Cash Pay이고, 잔돈을 거슬러주기는 하지만 자연스레 10, 20 정도의 파운드는 팁으로 주게 된다.
-Indrive앱은 고객이 가격을 제시하고, 기사가 가격을 제안하면 고객이 승낙하는 구조인데, 기사들은 고객의 제시가격보다 많이 받고 싶을 뿐, 이 정도 가면 이 정도는 받아야지하는 마지노선은 없는 것 같다. 제시가격을 많이 낮춰서 시작하자.
-차량 번호판이 아랍숫자이니, 차종과 색으로 찾거나 아랍숫자와 아라비안숫자를 비교해서 눈치껏 찾아야 한다.
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인도는 삼발이 오토바이(뚝뚝)로 인한 무질서였다면, 이집트는 모두가 위협적인 운전자였다. 차선도 의미가 없으며, 양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다. 모든 차의 모서리는 다 사고로 움푹 파여있다. 사이드미러도 중요하지 않다. 운전자들은 언제든 하이빔과 클락션을 누를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의 1990년대, 2000년대 초반 자동차들이 다 어디 갔나 했더니, 여기 있다. 한국에서는 오래되어서 보기 드문 차들은 다 여기서 주력 자동차다. 자동차들은 전부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달린다.
어느 정도 달리다 보니 도로너머 피라미드가 보인다. 경이롭다. 경이롭다. 그리고 경이롭다. 나의 꿈. 나의 여행의 목표. 그것은 오직 '피라미드'다.
택시를 타며, 커플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분명 비행기에서는 한국인이 보이지 않았는데, 같은 비행기였고, 출국할 때도 같은 비행기를 탄다. 이집트 여행은 대부분 '카이로→아스완, 룩소르→후루가다→카이로'의 동선으로 다니는데, 내가 카이로에서 1박을 하고 떠나는 대신 아스완을 안 간다는 것 말고 완전히 동일했다. 커플 사이에서 낄끼빠빠의 딜레마가 있지만, 일정이 겹치면 같이 다니기로 했다. 인스타그램 교환도 하면서, 여행 기간 내내 적지 않은 대화를 나눴고, 여행의 반을 함께 하게 되었다.
Great Pyramid INN 숙소
비행기에서만 12시간 이상을 보냈으므로, 숙소에 도착했을 때 오전 11시로 몰골이 장난이 아니었다. 빨리 씻고 관광을 하고 싶은 마음에, 내심 얼리체크인을 기대했지만 그러지는 못했다. 씻기 전까지는 다른 곳은 돌아다닐 수 없었으므로 루프탑과 주변만 돌아다닐 수 있었다. Pyramid View를 자랑스럽게 내걸는 숙소답게 루프탑 뷰는 정말 아름다웠다. 두 큰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나의 한눈에 들어오는 그 아름다움이란 사진으로도,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체크인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배는 고파서 근처 구글리뷰가 좋은 샌드위치 집을 들어갔는데, 저 감자칩이 정말 일품이었다. 이렇게 해서 가격은 250파운드(약 7,500원) 이집트 물가에 비하면 비싼 편이지만, 다른 방도는 없었다.
1박에 5만 원도 안 하는 피라미드세권 숙소 치고는 나쁘지 않다. 외국 숙소에 오면 슬리퍼가 늘 고민인데, 모든 신발은 크록스로 퉁친다. 더러워진 바닥은 죄송합니다.
이집트 대박물관 (GEM)
씻자마자 택시를 타고 GEM으로 이동했는데, 정문이 아니었다. 관람을 하고 정문으로 나올 때는 밤이었기에 주간의 정문은 보지 못했다.
이집트대박물관 꿀 TIP
-시간별 예약제로 운영(11.23. 기준), 그러나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학생 할인은 대학생 신분이어도 만 25세까지만 가능
-되도록 정문으로 가자
-아는 만큼 보인다고 유튜브에서 역사 공부를 많이 하자
이집트대박물관은 11월에 정식 개관을 했는데, 인기가 너무 많아서 예약제로 운영한다. 대박물관 입장료가 4만 5천 원 정도로 매우 비싸, 할인받고 싶어 국제학생증을 만들었는데(50% 할인), 만 25세가 아니라고 적용받지 못했다.
이집트 대박물관을 구경하며 느낀 점은, 이렇게 초기에 발달했던 문명이 그리스와 로마의 지배로 인해 한 순간에 쇠락하였는가에 대한 안타까움.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석하게 해 주어, 이집트 문명 연구에 큰 밑거름이 된 '로제타석'이 왜 이집트가 아닌 대영박물관에 있는 것인가.
박물관이 정말 잘 되어있어, 마음만 먹으면 하루 종일 머물 수 있을 듯하다. 관심 있는 유물만 설명을 읽더라도, 두세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박물관 내에 Zooba 식당에서 이집트 전통음식인 코샤리, 스타·쌀·렌즈콩을 함께 익혀 토마토소스와 병아리콩·양파 튀김을 곁들인 간편식을 먹었는데 가격도 5,000원 정도로 저렴했고 건강해지는 맛이었다. 시간이 더 많았다면, 석상 옆에 앉아서 커피도 마시며 여유도 즐겼을 텐데 그러지는 못 했다.
칸 엘 칼릴리 시장
조르디, 갈랄, El Fishawy
박물관을 빠져나오니 해는 저물었고, 사람들은 잡히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길거리에 앉아있었고, 나도 그 무리 중 한 명이었다. 택시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오랜 비행과 쉬지 않는 관광으로 인해 체력이 고갈되자, 계획했던 시장을 구경할까, 약해진 마음에 호텔에서 쉬며 맥주를 한 잔 할까 수없이 고민하다가 결국 전자를 택했다. 택시를 기다리던 중 오전에 만난 커플을 마주쳤고, 정말 때마침 택시가 잡혀서 인사만 나눈 뒤 택시를 탔다.
박물관과 시장은 카이로의 끝과 끝으로, 거리가 꽤 됐고 택시로도 한 시간 가까이 소요됐다. 타지에서 밤에 혼자 타는 택시이기에 네비게이션대로 잘 가고 있는지 모니터를 하고 싶었지만, 중간중간 찾아오는 졸음은 피할 수 없었다. 갑자기 택시기사가 네비게이션 길을 잘못 들더니, 영어 단어를 섞어가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계속 말을 한다. 파파고 어플을 깔아 둘 것을, 쉬운 영어단어만 말해도 택시 기사와 소통이 전혀 되지 않았다. 험난한 이집트 도로에서 기사가 위험을 감수하고 휴대폰으로 자판을 치며 구글 번역기를 통해 결국 기사의 의도를 파악했는데, '잘못된 목적지를 설정했으니 돈을 더 내라'였다. '나는 그런 적 없고, 설정한 목적지에 내려줘라'로 끝났다.
이집트 시장에서 상품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다. 대부분의 가격이 상품에 표기되어 있는 한국과 달리 이집트에서는 상인에게 가격을 물어봐야 하고, 자신의 구입 기준에 맞을 때까지 가격을 흥정해야 한다. 한국 사람들은 이집트의 이러한 문화를 '사기'라고 한다. 관광객들한테 사기 친다고. 그러나 이집트인들은 외국인들에게 비싸게 파는 것은 본인의 '능력'이며, 외국인들은 그런 지불을 할 정도로 부유하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문화를 단순히 '사기'라고 일컫는 것은 다소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는 외국인들에게 얼마나 정직한가. 예를 들어, 음식의 가격은 정해져 있지만, 양은 정해져 있지 않기에 엄청 조금주는 것을.
정찰제로 판매하고 한국에게 유명한 조르디, 갈랄 상점이라고 있는데, 그곳에서는 상품의 시세만 파악하고 정찰제가 아닌 상점을 구경했다. 조르디에서 180 파운드에 팔던 머리에 두르는 이슬람 스카프를 60 파운드에 샀다. 피라미드에서 좋은 아이템으로 쓰기 위해서.
카이로 시내에는 'El Fishawy(엘 피샤위)'라는 유명한 카페가 있는데, 1797년에 오픈한 이집트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커피, 음료, 술보다는 시샤를 하고 있었고, 비흡연자이지만 나도 시샤를 피웠다. 니코틴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므로.
시샤를 피우면서 아무 말도 안 하고 계속 사람들을 구경했다. 가족 단위로 와서 아이 앞에서 부모가 번갈아 시샤를 피우고, 더러운 옷을 입고 있는 아이들이 들어와서 '1달러' 하면서 작은 물품을 팔고, 몸이 불편한 아저씨가 들어와서 담배를 팔고, 잼배와 기타를 들고 와서 테이블에 앉아 노래를 불러주는 대신에 대가를 받고. 지금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한국에서도 두 어번 시샤를 피웠던 적이 있는데, 그때는 수증기를 활용한 시샤였지 이번처럼 정말 숯 연기를 사용한 시샤는 처음이었다. 앞 외국인들은 숨을 내뿜을 때 나보다 연기가 훨씬 많이 나서, 원인을 찾아보니 나는 겉담을 하고 있었다. 숨을 깊게 들이쉬니 가슴이 따갑고 기침이 났다. 속담은 불가였다.
숯을 계속 채워주니 시샤의 끝은 보지 못했다. 비흡연자의 흡연자 흉내가 흥미가 떨어질 때쯤,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카이로에서 피라미드 및 자말렉 동네를 구경한 하루를 소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