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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공김씨 Aug 12. 2024

내 나이 37, 기숙사 입사를 신청하다

< 박사가 되고 싶은 일개미 >

지방러인 나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처음으로 다른 지역에 거주하게 되었다. 그것도 서울로. 설렘도 있었지만 나 혼자 먹고 자고 생활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치열한 경쟁으로 기숙사 당첨에 실패하면서 학교 근처 고시원에서 첫 자취를 시작했다. 2평 남짓한 공간에 침대, 책상, 냉장고, 옷장이 빼곡히 들어가는 고시원은 신세계였고, 5만 원을 더 주고 계약한 창문 있는 방은 나만의 세계가 되었다. 움직임이라고는 있을 수 없는 좁디좁은 공간에서 불편함으로 시작한 자취 생활은 점차 익숙해졌고 그렇게 고시원을 전전하며 대학을 졸업했다. 다행스럽게도 석사에 진학하면서 신축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2인 1실 기숙사는 공용부엌, 휴게실, 학생식당, 체력단련장, 세탁실 등이 가까이 있어 편리했지만, 화장실을 타인과 같이 쓰는 생활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고시원보다는 넓었지만 룸메이트와 공유하는 공간이 많았고 내가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는 점을 처음 느꼈다.

이후 취업을 하면서 회사 근처 원룸으로 생활공간을 바꾸었다. 방도 훨씬 넓었고 화장실이며 부엌을 혼자 쓸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음악을 크게 들어도 TV를 보면서 웃어도 되는 첫 공간이었다. 핫플레이트와 전자레인지로 간단한 식사는 내 방에서 해결할 수 있었고 빌트인 된 드럼세탁기로 빨래도 할 수 있었다. 비록 고시원, 기숙사, 원룸으로 주거형태를 바꾸는 동안 요리를 거의 하지 않고 외식만으로 생활을 유지했지만 나만의 부엌이 있는 삶은 나의 로망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내게는 큰 기쁨이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원룸에서는 볶음밥 이상의 요리는 힘들었기 때문에 이사를 가고 싶었다. 전세대출을 받아 경기도의 14평대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그때의 감정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내가 생각했던 집의 형태를 갖춘 첫 집이었기 때문이다. 방 2개에 부엌 겸 거실, 화장실이 있는 집은 너무나 넓게 느껴져서 한동안은 외로움이 더 컸던 것 같다. 두어 달이 지나자 집에 적응했고 넓은 부엌에서 나만의 요리교실을 열게 되었다. 찌개나 찜요리, 삼계탕까지 섭렵하면서 요리실력은 나날이 늘어 갔다. 주중에는 회사에 출근하고 주말에는 직접 장을 보고 냉장고를 채워 넣으며 요리하는 일상이 행복했다. 비록 다량의 지방을 얻게 되었지만...

다시 학교로 돌아가면서 나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대학 기숙사 신청을 할 것인지 아니면 현재의 아파트에 머무를 것인지 말이다. 각각의 선택지별 장단점을 생각해 보았다.



1. 기숙사

 - 장점 : 월세가 현재보다 절반 줄어든다, 학교 안의 다양한 시설(헬스장, 수영장, 카페, 식당 등)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학생이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1인실이기 때문에 불편함이 거의 없다

 - 단점 : 직장 출퇴근 시간이 지금보다 두 배 증가한다, 음식을 사 먹기엔 쉽지만 장을 보기는 어렵다


2. 아파트

 - 장점 : 시장과 마트가 근처에 있어 장을 보고 요리하기 편리하다, 직장까지 출퇴근이 용이하다

 - 단점 : 월세가 기숙사의 2배이다



내 결정은...






일단 기숙사 입사를 신청하는 것이다. 입사가 보장되지도 않는데 일단은 지원하기로 했다. 기숙사는 이번이 아니면 앞으로 내 삶에서 거주할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점 때문에 강하게 끌렸다. 아파트보다 기숙사가 장점도 단점도 많았지만 희소성 측면에서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기숙사를 신청하기로 한 것이다. 결과를 기다리면서 두근대는 마음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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