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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공김씨 Aug 05. 2024

내 나이 37, 회사에서 힘 빼는 법

< 박사가 되고 싶은 일개미 >

나는 다시 학생이 되기로 결심하면서 걱정이 많아졌다. 회사생활과 학교생활을 병행할 수 있을지, 20대 학생들의 체력에는 비할바가 못 되는 체력으로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 되는 것이다. 이미 10년 전에 회사와 학교를 병행하면서 결국 내 자신의 한계로 학교를 포기한 적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겁이 덜컥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또 포기하게 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불안감의 원천인 것 같다. 다행히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기 때문에 괜찮을 것이라고 자기 최면을 매일매일 걸고 있다.


1. 10년 전에는 사회 초년생이었지만 지금은 시니어이다 : 첫 사회생활은 어렵기만 했다. 거의 20년을 학교생활만 하다가 20대 후반에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말조심, 입조심해야 할 것도 많았고 불합리한 일에도 불평불만 없이 성실히 일해야 했다. 학교 때 교우관계를 맺듯 인간관계를 맺었다가 실망한 적도 많았다. 10년 직장생활에 남은 것은 아쉬움이 가장 크기 때문에 향후 5년은 다르게 살고 싶었다. 다행히 내 뿌리는 단단해졌고 생각도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 내 경로를 재설정했다 :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으로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고 10년이 지났다. 앞으로 20년을 더 직장생활을 하게 된다는 생각은 할 수가 없어졌다. 버티기만 하는 회사생활은 10년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이 내 커리어가 되고 내 것이 되는 생활을 꿈꾸게 되었다. 그런 포부와 경로설정으로 박사에 지원한 만큼 직장생활이 더 이상 내 중심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처음 마음먹은 대로 경로를 바꾸어 걸어가기 위해 회사에서 힘 빼는 법을 매일 상기시키고 실천하고자 한다.


첫째, 남의 말에 무뎌지려고 노력한다.

나는 타인이 내게 '일 열심히 한다', '일머리가 좋다'라는 칭찬을 하거나 '너무 자기주장이 강하다', '딱 자기 할 일만 한다'라는 비난을 하는 것에 예민했다. 직접 내게 말하는 경우 또는 제삼자를 통해 전달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떤 경우라도 그 말들은 화살촉이 되어 내 마음속에 깊이 박혔고, 행동을 바꾸거나 강화하려고 노력해 왔다. 결국 나 자신을 잃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나만 남았다는 것을 10년 만에 발견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 가 납득할만한 내 자신을 찾고 바로 세우는 것만이 직장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의심하고 성격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생활은 결국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나 자신을 계속 부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잘못하거나 나쁜 사람이 아니다. 사회에서 규정한 틀에 맞지 않을 뿐이며, 그렇다고 해서 틀에 맞춰 사는 것이 옳은 것도 아니다. 결국 내가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 후회하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지름길이다. 그러려면 우선 나 자신, 내 성격,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 내가 살고 싶은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마음속에 뿌리를 내린다. 그 후에는 그 누구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고 남의 말은 듣고 흘려버린다. "그러라지 뭐. 어차피 회사 밖에서 볼 일 없는 사람들이니까"


둘째, 생각보다 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회사에서 나를 압박하는 상사들은 '기한을 맞춰야 한다', '네가 하지 않으면 일이 펑크 난다', '이 일이 잘못되면 네 책임이다'라는 말들로 내 마음을 어지럽힌다. 다 헛소리다. 오늘까지 해야만 하는 급한 일이라고 해도 이런저런 이유로 못한다고 해서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다. 결국 상사들은 당장 급하다고 하지만 그 일이 다수면 스스로도 상당수를 잊어버린다. 당장 일에 착수하지 않아도 좋다. 적당히 시늉하다가 일의 옥석이 가려지고 정말 급하다고 나 스스로 판단이 될 때 해도 늦지 않는다. 마음이 급하다고 야근을 해서 완벽히 처리한다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내 체력만 소진될 뿐이다. 상사가 지시한 일을 다 하지 못한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지 말자. 하늘은 무너지지 않는다.


셋째,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의미가 없다.


입사하면서 그 전의 교우관계가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그때는 아쉬움이 없었다. 내게는 회사에서 마음 맞는 또래들이 있었고 그들과 대화하는 것이 접점이 적어진 대학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보다 즐거웠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때 친구들과 연락을 끊은 것이 조금은 아쉽다. 결국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친분이 유지되기도 단절되기도 하고, 뒤에서는 내 흉을 보기도 한다. 어릴 때 이해관계 계산 없이 만나던 친구들과는 관계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내 옆에는 단 한 명의 친구이자 인생의 동반자가 남아 있기 때문에 아쉬움은 크지 않다. 회사 사람들과는 적당히 사회생활만 할 정도로 대화하면 충분하다. 내 개인사나 생각에 대해 오픈할 필요도 없거니와 입을 열지 않고 귀를 여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나를 퍽 좋은 직장동료라고 생각한다. 나는 더 이상 회사에서 인간관계를 맺지 않는다. 일 관련으로만 사람들과 대화하며 점심은 집에서 싸 온 도시락으로 혼밥을 한다. 그랬더니 점심시간이 오롯이 내 차지가 되었고 건강에도 좋으며 식비도 절약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 중심으로 회사생활이 돌아가도록 세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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