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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공김씨 Nov 11. 2024

박사 1년 차, 몸에 이상신호가 오다

< 박사가 되고 싶은 일개미 >

회사와 학업을 병행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특히나 나 같은 중간관리자는 회사에서 승진경쟁에 뛰어드는 시기이기 때문에 더욱 바쁘다. 박사과정에 지원할 때만 해도 회사에서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수험공부와 회사업무를 병행하는 것에 큰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박사 1년 차에 회사에서도 승진을 위해서는 실적을 내라는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바쁜 부서로 인사발령이 난 것이다. 발령 후 일주일 동안 야근을 하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로 바빠지기 시작했다.


학업과 생계를 위한 회사. 둘 사이에 균형을 잡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욕심쟁이인 나는 둘 다 포기할 수 없기에 병행하기로 마음먹었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포기해야 하는 것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나의 경우에는 식단이었다. 매일 점심 도시락을 싸서 회사를 다니던 나는 장보기, 요리하기, 설거지하기를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도시락 싸기를 포기했다. 점심에 약속을 잡아서 외식하거나, 써브웨이에서 샌드위치를 포장해서 먹었다.


겨우 일주일 요리를 포기했을 뿐인데 몸에서는 이상신호가 금세 찾아왔다. 몸이 붓기 시작하고 입술이 터졌으며, 소화불량이 발생했다. 삼십 대에는 이상신호가 금방 찾아온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다. 전략을 바꾸어야 하겠다. 엄마에게 SOS를 쳤다. 직접 만드신 반찬들을 공수해 오기로 했다. 일주일치 반찬을 엄마에게 지원받기로 했다. 오랜만에 본가에 갔더니 나를 위한 12첩 반상을 차려 주셨다. 역시 엄마의 집밥은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들었다. 먹고 남은 반찬들까지 넉넉히 싸주셔서 도시락을 싸기에 충분한 양이되었다. 엄마에게는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학업, 승진, 건강까지 잡고 싶은 욕심 많은 딸내미를 위한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나 혼자가 아니라 주변의 배려와 돌봄을 받으며 결승선까지 달려가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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