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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1년 차, 개강이 기다려지는 이유

<박사가 되고 싶은 일개미>

by 주인공김씨

나이가 들어 학업을 시작하니 힘든 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많다. 대표적으로는 공부가 재미있다는 것이다. 10대나 20대에는 공부의 목적이 좋은 점수, 좋은 학점이었는데 목적에 대해 한 번도 의심해 보지 않고 그저 다른 학생을 이기기 위해, 다른 학생보다 비교우위에 서기 위해 공부를 했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고 인생의 평지풍파를 겪고 나니, 그때 내가 얼마나 단순했는지, 나아가 내 삶에 무관심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는 안 되었다. 모든 학생들이 갖는 그 목적이 과연 내 삶에도 필요한 목적인지, 내가 원하는 삶에 그 목적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깊게 고민하고 나만의 목적을 설정했어야 했다. 이 점은 나의 10대와 20대를 회고했을 때 가장 후회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박사 과정으로 진학하는 결정은 오롯이 내가, 나의 삶과 미래,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수단을 생각하면서 결론을 내린 일이다. 물론 진입 과정과 1학기 course work 과정이 쉽지 않았고 직장생활과 병행하면서 스트레스와 지방을 얻은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았고 가끔 힘들어도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세운 목표와 중심이 확고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학기를 잘 마무리하고 겨울방학이 되었을 때 처음에는 신났다. 학업 시간이 오롯이 내 시간으로 확보되었기 때문에 푹 쉬고 푹 자는 나날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자 나는 다음 학기 개강이 기다려졌다. 얼른 course work을 마무리하고 논문을 써서 졸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학 동안 논문들을 읽어 보면서 학계의 흐름을 파악하려고 했다. 나중에 논문을 쓸 때 최대한 시간을 절약하고 싶기 때문이다. 아직은 초보 연구자라서 논문을 읽어도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나만의 메모를 추가하는 일들이 어렵기만 하다.


다음 주면 드디어 2학기가 시작된다. 한 번 해냈으니 두 번째는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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