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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공김씨 Jul 22. 2024

내 나이 37, 등록금을 마련하다

< 박사가 되고 싶은 일개미 >

나는 대학원 박사 과정에 합격했다. 이제 9월부터는 학생인 것이다. 동시에 나는 직장인이다. 한 달 뒤에는 등록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솔직히 비용을 마련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월급을 저축해 둔 돈을 쓰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한 달 월급은 1. 월세 및 관리비, 공과금, 2. 식비, 3. 생필품비, 4. 경조사비, 5. 기타 잡비 및 고정비, 6. 적금으로 모두 사용되기 때문에 남는 돈이 별로 없어 적금을 해지해야 할 위기에 이르렀다. 매달 수입과 지출이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몇 백만 원에 이르는 신입생 등록금을 추가로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출을 줄여야만 했다. 월급 외엔 추가적인 수입이 없기 때문에 지출 감소가 유일한 방법이었다. 나는 최대한 지출을 줄이고 남은 비용은 적금 해지나 대출을 통해 충당하기로 했다.




1. 요리로 식비 줄이기 : 60만 원⇨40만 원

나는 원래 점심을 밖에서 먹었다. 구내식당이나 회사 근처 식당을 이용했는데 비용은 6000원~15000원 정도가 들었다. 저녁은 회사 사람들과 술자리를 가지면서 때우곤 했다. 다음날 숙취로 아침은 먹지 못했다. 주말에는 늦은 아침, 점심과 저녁의 중간 시간 2차례 외식으로 20000원 정도 사용했다. 이 경우 한 달 식비는 60만 원 정도가 들었다. 그러나 요리를 시작하면서부터 비용은 대폭 감소했다. 매주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면 평균 5만 원 정도 든다. 주중에는 온라인으로 먹거리를 쇼핑하는데 한 달이면 20만 원 정도 들기 때문에 식비로 40만 원 정도만 지출하면 된다. 비용이 30% 이상 감소했지만 식사는 더 건강해지고 풍성해졌다. 아침을 챙겨 먹기 시작했고 점심은 도시락으로 배부르게 먹었으며, 저녁은 가볍게 먹었다. 주중에도 주말에도 비슷한 식단을 챙겨 먹었다. 처음에는 시간도 많이 걸렸지만 습관이 되면 요리하는 시간도 짧아지고, 제철 음식으로 식단을 짜면 비용도 아낄 수 있다.


2. 커피값 절약하기 : 30만 원⇨10만 원

다른 회사원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매일 커피를 달고 살았다. 출근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점심 먹고 아이스 라테 한 잔, 오후 근무 중 집중력이 떨어질 때 달달한 음료 한 잔을 마셨다. 커피나 음료 값으로 하루 만 원 정도를 썼고 주말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건강을 위해 카페인을 줄이기로 마음먹으면서 비용도 절약하기로 했다. 인스턴트커피를 구매해서 아침에 한 잔 마시면서 운동을 한다. 집에서 인스턴트커피와 두유를 적정량 섞어 아이스 라테를 만들고, 디카페인 커피도 한 잔 만들어 출근길에 챙겨 간다. 이 경우 한 달 비용은 10만 원으로 줄어든다. 카페인이 포함되지 않은 다양한 종류의 차 티백도 구매하고, 콤부차도 마시기 시작했다. 커피보다 다양한 종류의 차를 접하면서 카페인도 줄이고 대량 구매로 비용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었다. 약속이 생겨서 카페를 가는 경우도 대비해야 했다. 앱테크로 캐시나 포인트를 벌어 활용했다. 체인 카페에서 음료를 사는 쿠폰으로 교환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매우 유용했다.


3. 쇼핑과 생필품비 줄이기 : 50만 원⇨20만 원

예전에는 주말이면 쇼핑에 하루를 다 썼다. 오프라인으로 옷과 화장품을 사고 온라인으로도 할인이 큰 생필품들을 대용량으로 구매해서 집에 쌓아 두었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신용카드 결제 횟수는 증가했고 심할 때는 카드값이 100만 원 이상 나올 때도 있었다. 오로지 옷, 신발, 화장품, 생필품으로만 말이다. 이런 생활을 10년 하고 나서 깨달았다. 집에는 물건이 쌓여 가지만 사용하지 않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물건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대용량으로 구매한 휴지, 샴푸, 일회용 비닐 등은 아무리 써도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을 말이다. 쇼핑이 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자 집을 비우고 싶어졌다. 할인율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사고 싶은 욕구를 누르고, 다 쓴 생필품만 구매하기로 원칙을 만들었다. 옷과 신발은 더 이상 사지 않기로 했다. 옷장을 비우는 기쁨을 느끼기로 한 것이다. 생각보다 남들이 내 옷과 신발에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옷과 신발에 대한 대화는 그저 일상적인 인사와 같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월요일에 입은 옷을 수요일에 다시 입어도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지출이 140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이 돈은 비상금 통장에 넣어서 굴렸다. 반년이 지나자 등록금이 마련되었다. 처음 목표는 대출을 최소화하는 것이었는데 목표를 초과 달성해서 대출받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돈을 모은 것이다. 너무 뿌듯했다. 열심히 절약한 돈으로 가장 유용한 곳에 사용했으니, 열심히 학교를 다니고 빨리 졸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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