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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공김씨 Jul 18. 2024

내 나이 37, 운동에 몰두하다

< 박사가 되고 싶은 일개미 >

나는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초등학교 때 나의 달리는 모습을 보고 친구들이 흉내 내며 웃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체육과목을 가장 싫어했다. 중고등학교 때도 대학을 가기 위한 과목에 왜 체육이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남들이 국어, 영어, 수학을 공부할 때 나는 체육실기를 연습해서 겨우 평균점수를 맞추곤 했다. 어찌어찌 대학에 들어가서 수험공부를 하고, 앉아서 일하는 직업을 선택하기까지 육체적인 활동 능력은 거의 0에 가까웠다. 그 과정 속에서 내 첫 운동에 도전을 하긴 했다. 바로 다이어트였다.




1. 19살~21살 체중 감량을 위한 운동

고등학교 때 수험공부를 하면서 마음껏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편의점에 삼각김밥이라는 제품이 처음 들어올 시기였는데 그 맛은 신세계였다. 내용물도 다양했고 어디서나 간편하게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삼각김밥을 시작으로 편의점의 세계에 입문한 나는 편의점의 신상들은 다 먹을 정도에 이르렀고, 고3이 되자 불어난 체중으로 인해 교복을 입지 못하고 체육복을 입으면서 통학하게 되었다. 대학에 들어가면 살은 저절로 빠진다는 어른들의 감언이설은 허구였고, 나는 방학마다 고향에 내려가 집에서 가장 가까운 헬스장을 등록하여 하루 6시간 이상을 운동했다. 2년 동안 20kg을 감량했다. 오로지 살을 빼기 위한 운동이었기 때문에 러닝머신만 이용했고 두부, 고구마, 닭가슴살을 주식으로 했다.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종종 날 정도로 강렬한 경험이었다.


2. 20대~30대 중반 헬스장 등록과 포기를 반복

헬스로 다이어트에 성공했던 경험은 나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적당히 대학생활을 즐기면서도 가끔 헬스장에 등록해서 설렁설렁 운동을 했다. 이때 기구와 근력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정말 힘들었다. 한 번 운동하면 근육통으로 3일을 고통받았는데, 그 때문인지 무의식적으로 내 몸은 자꾸 편안한 러닝머신만 찾고 있었다. 10년을 운동했지만 체형 변화나 추가적인 체중 감량에는 성공하지 못했고, 바쁜 일이 생기거나 시험기간에는 자연스럽게 운동을 그만두는 등 이 시기에는 말로만 운동했다고 생각한다. 회사에 입사하고 경제적 여유가 생긴 후에는 줌바댄스, 에어로빅, 요가, 필라테스, 벨리댄스 등 다양한 운동을 시도했으나 최대 3개월이 한계였고 재미를 느끼지 못해 결국 헬스로 돌아오고는 했다. 반면 회식과 야근으로 불규칙한 생활이 반복되면서 체중은 불어갔고 아침은 생략, 점심은 회사 구내식당, 저녁은 회식 패턴이 반복되면서 내 몸이, 건강이 점점 나빠진다는 것을 느낄 만큼 위기였다.


3. 30대 후반 운동 중독

번아웃으로 한국을 잠시 떠나 있으면서 시작한 외국생활은 처음에야 신기하고 즐거웠지만 2개월이 지나자 심심해졌다. 일을 쉬면서 한결 시간의 여유가 생긴 나는 요리에 익숙해질 때쯤 다시 헬스장으로 향했다. 처음으로 살을 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몸을 돌보고 건강해지기 위해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유튜브는 좋은 PT 선생님이 되어 주었고 아침저녁으로 2시간씩 운동을 하면서 체형이 변하기 시작했다. 8시간씩 충분히 수면을 취했고 저녁 6시 이후에는 금식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 한 잔을 마시고 집 앞 헬스장에서 스트레칭, 유산소, 근력운동을 했다. 저녁에도 헬스장에 가서 동일한 패턴으로 운동을 한 번 더 했다. 거의 운동에 중독된 것처럼 몰입했다. 헬스장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도 매일 참가해서 강사들이 내 얼굴을 익힐 정도였으며, 나중에는 운동을 이렇게 열심히 할 거라면 PT강사가 되는 프로그램에 지원하라는 말까지 듣게 되었다.


4. 40대를 앞두고?

귀국하고 하서는 이전처럼 시간 여유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회사에 몰두하는 대신 새벽에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아침식사를 한 후 출근을 한다. 정시퇴근을 사수하고 저녁 9시에는 잠자리에 든다. 쉽지 않았지만 이러한 루틴을 정착하고 나서는 훨씬 편안하게 하루를 보낸다. 어제도 동일한 순서대로 지켰는데 12시에 잠이 깨버려 새벽운동을 가지 못했다. 충분한 수면을 위해 새벽운동을 포기했다. 대신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을 했다. 집에서 회사까지는 걸어서 90분이 소요된다. 무모하지만 90분을 걷는 것으로 새벽운동을 대체하리라 생각하고 집을 나섰다. 첫 30분은 너무 힘들어서 바로 포기하고 싶었다. 다음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겠다는 생각을 열 번도 더 했지만 결국 90분을 걸어서 회사에 도착했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보상으로 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입 마신 순간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쾌감이 밀려왔다. 정해진 것은 없으며 플랜 A가 실패하면 플랜 B를 선택하면 된다. 그럼 어떤 것도 실패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 회사와 학교를 병행하면서 운동까지 포기하지 않는 3개월을 목표로 도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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