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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공김씨 Jul 15. 2024

내 나이 37, 직장과 학교를 병행하는 것

< 박사가 되고 싶은 일개미 >

나는 직장인이다. 동시에 대학원 박사 과정에 합격했다. 직장인들 중에서도 학업에 뜻을 품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점은 내가 직장과 학교를 병행하려는 결심에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러나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사람, 직장을 다니면서 석사 과정(야간)을 병행하는 사람들은 많이 봤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전일제 박사 과정에 진학한 사람은 주변에서 찾기 힘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사람들에게 나의 상황을 설명하고 조언을 구하기가 힘들었다. 또한 학교와 병행한다는 것이 알려지는 경우 회사 생활에 집중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회사에 이 사실을 말하기는 쉽지 않다. 회사에 말하지 않고 대학원 생활을 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감 외에 실질적인 고민이 두 가지 더 있다.




1. 수료에 필요한 학점 채우기가 쉽지 않다.

대학원 과정을 수료하기 위해서는 일정 학점 이상의 강의를 수강해야 한다. 물론 이것은 최소 요건이며 학점을 다 채우더라도 논문제출자격시험, 영어시험, 졸업논문 등과 같은 요건들을 추가로 획득해야만 비로소 졸업을 하고 학위를 딸 수 있는 것이다. 졸업 요건이 되는 학점은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으로 채울 수 있다. 필수과목은 졸업을 위해 반드시 수강해야 할 강의를 의미하며, 강의들은 해당 전공의 졸업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과목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선택과목은 학점에는 포함되지만 필수적으로 수강할 필요는 없고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선택해서 수강하는 강의를 의미한다. 

문제는 필수과목들이 주로 평일 아침부터 오후에 배정된다는 점이다. 하나의 필수과목만 수강한다고 해도 매주 1일 3시간, 총 13~14주 정도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매주 동일한 요일과 시간대에 직장 대신 학교에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매주 동일한 패턴으로 휴가를 쓴다면 주어진 휴가일수를 모두 강의 수강에 써야할 것이고 그 외의 긴급한 상황에 쓸 휴가가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 더한 문제는 회사에서 그런 휴가를 쓰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회사에 급한 일이 있을 때는 휴가를 쓸 수도 없을 텐데 매주 꾸준히 필수과목을 수강하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2. 강의 외 활동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대학원 과정은 학부 생활보다는 좀 더 개인에게 주도권이 있는 편이다. 졸업 요건 학점이나 필수과목이 비교적 적은 편이기 때문에 그 외에는 본인의 관심사나 적극도에 따라 활동을 조절할 수 있다. 나는 강의 외에 논문을 작성하기 위한 수업이나 교수와의 면담, 전공 과목의 학회 참석, 각종 학회지에 논문 게재 등의 활동을 할 계획이다. 대학원 진학 목적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였기 때문에 그 결과를 논문으로 표현하고 외부에 발표하거나 학회지에 게재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연구활동이다. 

그러나 이도 역시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공부하고 연구해야 가능한데 직장에 8~9시간을 할애하면 나머지 시간의 일부만을 떼어 내서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과연 마흔을 앞둔 내가 체력적으로 직장과 연구를 병행하면서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이 된다. 사실 올해 대학원 입시 공부를 하면서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예전처럼 밤샘공부를 하기 어렵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운과 노력으로 박사 과정에 합격했지만 이제 겨우 첫걸음을 디뎠다고 생각한다. 박사 과정은 입학보다 졸업이 훨씬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사를 졸업한 누군가는 졸업 시즌이 되어 박사 학사모를 쓴 졸업생들을 볼 때 마다 뭉클해진다고 했다. 그들이 얼마나 힘들게 노력해서 학사모를 쓰게 되었는지 잘 알기 떄문이라고 했다. 나 역시 처음에는 합격이 그저 기뻤지만 수강 신청을 앞둔 지금 현실적인 어려움과 한계들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느리지만 포기하지 않고 졸업이라는 성과를 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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