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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공김씨 Jul 11. 2024

내 나이 37, 건강에 적신호가 오다

< 박사가 되고 싶은 일개미 >

나는 타고난 건강 체질이다.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도 없었을뿐더러 매년 감기도 찾아오지 않는 사람이었다. 비록 20대에 타이트한 다이어트를 한 이후 매년 겨울 감기에 걸리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수술이라고는 맹장 수술 외에는 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40대를 앞두고 건강에 적신호켜지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인스턴트 음식으로 혼자 요리를 하고 도시락을 싸면서 독소는 몸에 쌓이기 시작했다. 수험생 때는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빵, 과자로 끼니를 대신했다.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자취를 하면서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밖에서 먹었고 취업 이후에는 저녁 대신 술과 안주를 거의 주 3회 먹으면서 나도 모르게 건강이 악화되고 있었다. 물론 30대 중반까지는 몸이 아프지 않았다. 그래서 건강에 대해 과신했나 보다. 30대 후반이 되면서부터 건강은 눈에 띄게 나빠졌다. 소화가 되고 속이 더부룩한 증상을 시작으로 아무리 맛집에서 음식을 먹어도 먹고 나면 기분이 나빠졌다. 소화제도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먹는 것보다는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원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학하면서 휴직을 선택했고 외국에서는 요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시골이었기 때문에 식당이 많지 않았고 외식비가 한국보다 훨씬 비쌌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과일, 채소, 고기가 한국보다 싸서 직접 요리를 하는 것이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었고 마침 다이어트도 할 겸 삼시세끼 요리를 해서 먹었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체중이 감량되는 것은 물론이고 소화가 잘 되고 피부 두드러기도 거의 사라졌으며 아침에 기상하면 기분이 상쾌하기까지 했다. 내 눈으로 식재료를 살펴보고 요리에 들어가는 양념 하나까지도 내가 선택한다는 것에서 내 몸 주도권을 가졌다고 느꼈다. 할 수만 있다면 해외에서 계속 살고 싶었다. 몸의 상쾌함이 마음의 편안함으로 이어졌고, 내가 꿈꾸던 삶은 이런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밥벌이를 해야 하는 일개미로서 귀국날짜는 정해져 있었고 한국에서는 업무 스트레스를 다시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요리 습관은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아침을 해 먹고 출근하고 전날 저녁과 다음날 아침 시간을 모두 써서 도시락을 준비하고 회사에서 혼자 점심과 저녁 도시락을 먹고 퇴근하는 삶을 선택했다. 매주 주말에 장을 봐야 하고 잠을 줄여 가며 요리를 해야 하지만 나는 결코 의심하지 않는다. 이 시간이 내가 쓸 수 있는 가장 자유롭고 유용한 시간 중 하나라는 것을 말이다. 


아침은 주로 샐러드, 오픈 샌드위치를 먹고 점심으로는 닭고기를 활용한 볶음요리, 키토김밥, 쌈밥 등 다양한 메뉴를 고안해서 도시락을 싼다. 저녁은 조금 일찍 먹는데 요거트볼, 삶은 계란을 선택한다. 간식으로는 과일, 오이, 당근, 토마토와 같이 살이 덜 찌는 것들로 도시락에 함께 넣고는 한다.

< 회사에서 먹는 도시락 >


앞으로 직장과 학교를 병행하게 되면 더더욱 시간이 부족해지겠지만 요리는 지속할 것이다. 강의가 있는 날에는 도시락 대신 학식으로 대체하거나 요거트, 샐러드를 파는 가게에서 구입하는 대체 방안도 병행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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