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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끌 Feb 16. 2024

11. 신임 리더 교육 II

서른 살 대기업 초짜 팀장의 고군분투기

첫 번째 신임 리더 교육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벌써 두 번째 교육을 듣게 되었다. 아침에 인재 경영을 주관하는 부서의 상무님이 등장해 "축하의 마음과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같이 드립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교육의 포문을 여셨다. 이 자리는 그런 자리다. 예전 회사의 프로젝트 리더분을 만나 내가 팀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너무 잘됐다, 어린 나이에 대단하다' 하시면서도 '내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제 이해할 수 있겠다'라고 하셨다.


그렇지만 나만 어렵고 힘든 게 아니어서 다행이다. 각 세션에서는 전 계열사의 팀장님들이 모여 평소 본인이 팀을 이끌면서 조언을 얻었으면 하는 부분들을 공유하였다. 매사 불만이 많은 팀원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평가 결과에 대한 정당성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등등... 나랑 비슷한 고민들도 있었고, 나보다 훨씬 커 보이는 고민들도 많았다. 모두 속 시원한 해결책은 없었지만 서로 유사한 고민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는 시간이었다.


누군가 본인은 40대인데, 20대인 팀원 분들한테 다가가기 어렵다고 말씀하셨다. 강사님이 요즘 젊은이의 가치관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등의 베스트셀러를 예로 들며 설명하셨다. 언제부터 MZ를 대표하는 책들이 저 책들이 되어버렸을까? 나는 MZ가 아닌가? 나는 살고 싶고 떡볶이도 먹고 싶고, 비교적 열심히 살고 있고, 무례한 사람에게 안 웃고 대처하기도 하는데... 직접 나서서 그 팀의 조직 문화나 분위기를 들어보고 최적화된 조언을 드리고 싶었으나 내향형 인간은 그럴 깜냥이 부족했다.


하지만 의외로 내 리더십 성향을 테스트하는 설문에서 나는 '외교형' 리더라고 나왔다. 이거 잘못된 것 같은데... 하다가 결과지를 읽고 어느 정도 납득했다. 내 잠재력이 발휘되는 때는 타인에 대한 공감, 이타를 바탕으로 주변 이들을 살피거나 다른 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감지해야 하는 상황, 또는 인간적이고 온정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맞는 것 같다. 이번에 팀원분들과 면담을 진행하면서 작년에 내가 그들을 업무적으로 배려했던 사례들을 언급하며 고마웠다고 말씀해 주셔서 큰 힘이 되었다.


반면에 내가 선호하지 않는 대인관계 순간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 친분을 쌓고, 다양한 분야에서 네트워킹을 통해 관계를 확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너무 정확해서 소름이 돋는다. MBTI 검사를 할 때도 나는 '주기적으로 새로운 친구를 만든다'에 무조건 비동의, '파티나 행사에서 주로 알고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편이다'에 무조건 동의를 체크한다. 하지만 리더에게는 폭넓은 네트워크가 필수적임을 잘 알고 있다. 용기를 내어 유관부서의 신임 팀장님께 다가가 앞으로 자주 뵐 것 같은데 친하게 지내자고 웃으며 말해보았다. 미션 클리어.


이번 교육을 통해 스스로에게 내린 결론이 있다면, 나는 내 안에 잠재된 30%의 외향성을 쥐어짜 사회적 가면을 두텁게 쌓고, 진정한 '외교형 리더'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것.


팀장 교육에서 구석에 처박힌 저를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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