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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채원 Nov 13. 2021

결국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올 한 해 많은 ‘시작’을 했다. 2월에 브런치작가 레이블 팀라이트에 들어왔고, 6월에 인사이트 나이트에서 처음으로 강연을 했다. 3월에는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복직을 했고, 새로운 업무를 맡았다. 시작은 언제나 설레지만 적응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여러 시작이 모이면 적응의 힘듦은 두 배, 세 배로 늘어난다. 결국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어야 하는 순간도 찾아왔다. 숨을 고르고 있을 때 남편이 말했다.

“힘들면 그만둬.”


남편의 해결책은 명쾌했다. ‘교사’와 ‘글쓰기’ 중 어떤 걸 그만둘까 고민했다. 사실 두 가지 일을 다 붙잡고 있으니 어떤 것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둘 중에 하나라도 깊이 파고들어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글쓰기를 그만두고 교육 연구에 관련된 모임에 들어가 활동을 해 보는 건 어떨까 생각했다. 교사를 그만두고 글만 집중적으로 써 보는 건 어떨까 생각도 했다.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답 없는 고민을 안고 매일 출근하고, 글도 쓰던 어느 날 머릿속에 번개처럼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결국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잖아!

'교사'와 '글쓰기'를 떼어놓고 생각할 게 아니었다. 나는 교사이기 때문에 자녀교육 강연을 할 수 있었다. 교사이기 때문에 쓸 수 있는 글도 있다. 국어 수업을 할 때 내가 쓴 글을 수업 자료로 쓰면 아이들이 훨씬 재미있어한다. 며칠 전 학교에서 마음에 상처가 되는 말을 들었을 때는 글을 쓰며 치유했다.


육아휴직도 마찬가지였다. 남들 다 일할 때 집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뒤처지는 기분이 들어 조급했었다. 그런데 내 아이를 키워본 경험은 학교에서 아이들과 학부모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엄마'로 산 시간 덕에 글감도 풍부해졌다. 결국 모든 것은 다 연결되어 있었다. 아니, 연결할 수 있었다. 서로 등을 돌리고 있는 것 같았던 '교사', '작가', '엄마'라는 점을 하나씩 연결해보니 '나'라는 우주가 더 확장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올 한 해는 나에게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는 걸 깨달은 해'였다. 인생이 늘 계획처럼 되지 않아 실망한 적도 많았지만, 우연히 발을 들인 세계에서 원하던 풍경을 만나게 되고 나아갈 길을 발견하게 되니 인생의 흐름에 몸을 맡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2022년에는 어떤 경험으로 새로운 '점'을 찍어 내 우주를 넓혀나갈까 생각하니 설렌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을 담아가고 있습니다.
11월의 주제는 <나의 한 해를 돌아보며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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