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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채원 Nov 03. 2022

단골 김치찌개 집이 배달을 안 하는 이유

알고 보니 너무 별 거 아니었던...

나만 알고 싶은 맛집이 있다. 실제로 나만 아는 맛집인 것 같기도 하다. 몇 번 갔는데 아직 한 번도 대기를 해 본 적이 없다. 이렇게 맛있는데 왜 유명하지 않은지 궁금하긴 하지만 널리 알리고 싶지는 않다. 지금처럼 계속 편안하게 즐기고 싶다.


이 집에는 대표 메뉴 2개가 있다. 하나는 매운 갈비찜, 하나는 김치찌개. 나는 계란찜도 메인 메뉴에 넣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계란찜도 맛있다. 매운 갈비찜과 김치찌개를 모두 먹어본 결과, 둘 다 맛있다. 그냥 더 좋아하는 음식을 고르면 된다.


이 집은 배달도 된다. 어린아이가 있어 외식이 어려운 우리에게 배달이 된다는 건 너무 반가운 일이다. 몇 달 전, 이 집 김치찌개가 너무 먹고 싶어 배달 어플을 켜고 주문을 하려는데, 메뉴에 김치찌개가 없었다. 가게 이름도 위치도 전부 맞는데, 매운 갈비찜있고 계란찜도 있는데 왜 김치찌개가 없지?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다른 음식을 시켜먹었다.


김치찌개가 배달이 안 되는 이유가 뭘까? 나는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려고 매운 갈비찜과 김치찌개의 차이점을 찾아보기로 했다. 매운 갈비찜은 배달이 되고 김치찌개는 배달이 안 되는 이유가 뭘까? 간혹 마라탕을 주문하면 옥수수면은 배달 안 해주는 집이 있다. 배달하는 사이에 붇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치찌개에는 옥수수면은 커녕 당면도 안 들어가는데 왜 배달을 안 해줄까? 배달하는 사이에 식어서 맛이 없을까 봐? 매운 갈비찜도 식는 건 마찬가지다. 나는 결국 김치찌개만 배달이 안 되는 이유를 못 찾았다. 안 되면 서 먹으면 되지 뭐.


오늘 오랜만에 남편과 이 식당을 찾았다. 출발하는 차에서부터 나는 남편에게 미션을 줬다.

"오늘은 꼭 김치찌개는 왜 배달이 안 되냐고 물어봐."

몇 개월 동안 궁금했던 그 비밀, 지금 파헤치러 갑니다.


이 집 김치찌개는 특별하다. 찌개용 고기가 아니라 돼지갈비가 들어간다. 그것도 얼리지 않은 생고기라고 한다. 고기가 어찌나 부들부들한지 젓가락을 갖다 대기만 해도 갈라진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 적당히 맵고 적당히 짜고 적당히 시고 적당히 달다. 쓴 맛 빼고는 다 있다. 문득 오미자가 생각난다. 다섯 가지 맛이 나서 오미자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과일. 이 김치찌개는 네 가지 맛이 나니까 사미자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건 너무 아니잖아. (사미자를 이해했다면, 반갑습니다. 동년배입니다.)


내가 극찬했던 바로 그 계란찜. 중탕을 하는 건지 그릇까지 뜨겁다. 집에서 배달시켜 먹을 때는 계란찜을 두 개 시킨다. 우리 집 꼬맹이들은 이 계란찜 하나면 밥 한 공기씩 뚝딱 해치운다.


아, 이제 비밀을 밝힐 시간이다. 너무 허무할 수 있으니 기대를 내려놓고 읽으시길 바란다. 김치찌개만 배달을 안 하는 이유는 오토바이로 배달하다가 국물을 쏟을까 염려되기 때문이란다. 네? 이런 허무한 이유라고요? 국물 배달해주는 식당이 얼마나 많은데... 아쉽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손님들에게 온전한 한 그릇을 제공하고 싶은 정성 어린 마음이지 않을까?



매장에는 이런 안내 문구도 붙어 있었다. 음식에 대한 정성이 느껴진다. 맛집은 다 이유가 있다. 김치찌개는 배달이 안 돼서 아쉬워하는 우리를 보며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가게로 전화 주시면 김치찌개 배달해 드릴게요."

아싸! 역시 간절함은 모든 걸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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