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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채원 Nov 02. 2022

제 브런치북은 실패했습니다.

결혼 흐즈 믈르그 흐쓸튼드

https://brunch.co.kr/brunchbook/dontgetmarried

저의 자랑스러운 첫 브런치북 제목은<그러니 제발 결혼하지 마세요>입니다. 남편과 더럽게 안 맞아서 미쳐버리기 직전에 쓴 책이죠. 남편을 팔아서 책이라도 쓰자는 마음으로 한 꼭지 한 꼭지 써 나갔습니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재미있다고 해주셔서 뿌듯했습니다.


제 브런치북 애독자 한 분이 계십니다. 멀리 울산에 살고 계신 분인데, 이 분과는 글쓰기 모임에서 만났습니다. 저보다 몇 살 어린 남자분인데 인상도 좋고 성격도 좋고 참 괜찮은 사람입니다.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줌으로 만나 술을 마시는 모임 아바매술(아무리 바빠도 매일 술마시기)을 결성하기도 했지요. 저는 회장, 그 분은 회원을 맡고 있습니다.


몇 개월 전, 애정하는 회원님께서 저에게 진지하게 할 말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혹시 무슨 힘든 일이 생긴 건 아닌가 걱정이 됐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는 건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회원님의 입에서 나온 말은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무려, 결혼을 한다는 거였습니다. 제가 그렇게 현실 결혼 생활의 고달픔을 글로, 카톡으로, DM으로, 전화로 알려줬는데 제 말을 모두 무시하고 결혼을 한답니다. 사람이 이래도 되는겁니까?


저는 많은 분들이 결혼이라는 늪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브런치 북 제목도 <그러니 제발 결혼하지 마세요>라고 지었습니다. '그러니'라는 말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할 수만가지 이유를 다 담은 책이라는 뜻이고, '제발'이라는 말에는 저의 진심과 간절함이 담겨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제 브런치북 애독자를 자처하시는 분께서 결혼이라는 이상한 결심을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제 글의 설득력이 부족해서였겠지요. 네, 맞습니다. 제 브런치북은 실패했습니다.


오늘 학교로 택배가 왔습니다. 택배를 시킨 적이 없는데 택배가 와서 내용물이 궁금했습니다. 누가 보낸지도 모르고 받은 그 택배 상자 안에는 센스 있는 청첩장과 더 센스있는 쿠키세트가 들어있었습니다. 저는 왜 결혼할 때 청첩장과 쿠키를 같이 보낼 생각을 못했는지 아쉬울 정도로 감동이었습니다. 혹시 결혼을 앞두고 계신다면 청첩장 보낼때 작은 선물을 같이 보내는 걸 추천드립니다. 아, 물론 결혼을 안 하시는 게 최고의 선택이긴 합니다.


이러이러한 청첩장과 쿠키를 받았다고 교감선생님께 자랑을 했습니다. 교감선생님은 어쩜 이렇게 센스 있는 사람이 다 있냐며, 그런데 그런 센스있는 사람이 왜 결혼이라는 이상한 선택을 한 거냐며 안타까워하셨습니다. 그러더니 이내 마음을 고쳐 먹으시고는, 본인만 죽을 수는 없다는 듯이

"그래, 젊은 사람이 고생도 해보고 해야지! 결혼 축하한다고 꼭 전해주게!"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축의금 두둑히 하라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제 브런치북은 실패했지만, 회원님의 결혼은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우리 회원님은 뭐든지 해낼 사람입니다. 지옥 같은 결혼 생활도 천국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분명 있을 겁니다. 회원님, 항상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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