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개짱이 Nov 04. 2022

의지는 돈으로 사는 겁니다

살 수 있더라고요

나는 다짐과 실패를 반복하는 사람이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은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뭐든 꾸준히 하는 게 어렵다. 의지도 약하고 유혹에도 약해서 흐지부지 끝낸 일이 많았다. 반복된 다짐과 실패는 나를 점점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결국 나는 다짐을 망설이는 사람이 되었다. 어차피 지키지도 못할 거, 다짐은 해서 뭐하나 싶었다. 


그렇다고 또 놀기만 하는 성격도 못되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때면 걱정이 한가득이다.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글을 너무 오래 안 쓴 거 같은데? 운동은 언제 했더라? 지난달에는 책을 몇 권 못 읽었잖아!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에 뭐라도 해야 하나 싶은데 눈치 없는 몸뚱이가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아, 괴롭다. 


남편은 나를 이해 못 한다. 하고 싶으면 하면 되고,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지 뭘 그렇게 복잡하게 사냐고 한다. 하고 싶은데 하기 싫은 그 마음을 이해 못 하는 사람이 있다니 나로서도 참 유감이다. 바쁜데 안 바쁘고, 좋은데 싫고, 안 졸린데 졸린 그런 마음을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는지. 나도 정말 내가 의지만 있다면 뭐든 해내고 싶다. 누가 내 앞에서 당근이라도 좀 흔들어주고 채찍질이라도 해주면 좋을 텐데 하는 상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나는 전생에 말이었나 보다. 


그러던 어느 날, 팀라이트 마마뮤 작가님께 카톡이 왔다. 4주간 매일 글쓰기 모임을 하려는데 보증금을 보관해 줄 수 있냐고. 말이 나왔으니 나도 그 모임에 함께 하는 건 어떠냐고. 보증금 5만 원을 걸고 월~금 주 5일 매일 글을 쓰는 게 규칙인데, 만일 주 5일을 채우지 못하면 가차 없이 만 원을 차감한다고. 내가 도망칠 틈을 노리는 사이 마마뮤 작가님이 내 목에 목줄을 거셨다. 내가 한 발 늦었다. 그렇게 나는 매일 글쓰기 모임 단톡방에 초대되었다. 방 이름은 무려 <한 달 울면서 글 쓰는 방> 


방 이름이 너무 현실적이라서 더 무서웠다. 앞으로 4주간 나는 울며 키보드를 두드리겠지. 5만 원이 뭐라고. 그냥 쿨하게 기부한 셈 치면 되는데 그게 아까워서 또 꾸역꾸역 글을 써내겠지. 걱정이 앞섰다. 나는 지금 이 글을 웃으면서 쓴다. 오늘은 그 4주간의 대장정의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다. 4주 동안 나는 총 19편의 글을 써냈고, 4만 원을 지켰다.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었던 일을 단 돈 만 원에 산 거다. 남는 장사도 이런 남는 장사가 없다. 


4주간 매일 글쓰기 프로젝트에 도전하면서 얻게 된 가장 큰 소득은 아무래도 함께 울며 글 쓰던 작가님들이다. 매일 단톡방에서 글쓰기 전 막막함과 글 쓴 후의 후련함, 반응 좋은 글에 대한 분석, 브런치 메인 비법 등을 함께 나누며 함께 울고 웃었던 작가님들 덕에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 한 번씩 목줄을 끊고 도망칠 어림없는 시도를 할 때마다 당근을 챙겨주며 끌고 와준 작가님들께 감사하다. 


두 번째 소득은 브런치북 공모전에 응모한 거다. 혼자 썼으면 글 10편을 못 채워서 응모도 못 했을 텐데 함께 쓴 덕분에 응모의 기쁨을 누렸다. 수상 소감은 남길 일이 없을 것 같으니 응모 소감이라도 한 번 남길 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이 들지만 이제 와서 뒷북인 것 같으니 조용히 지나가겠다. 


매일 쓰다 보니 시간에 쫓겨 퇴고는커녕 읽어보지도 못하고 올린 글도 많다. 그렇게 억지로 쓰는 글이 무슨 도움이 되겠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안 쓰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게 내 생각이다. 뭐라도 써내려고 젖은 수건을 쥐어짤 때처럼 머리를 쥐어짜다 보면 물이 후드득 떨어지듯 생각도 토독토독 떨어졌다. 쓸모없는 생각은 그대로 버리고 쓸만한 생각만 주워 담았다. 매일 쓰다 보니 내가 봐도 자주 쓰는 단어나 표현이 있었다. 최대한 다른 표현을 찾으려 노력하며 국어사전을 가까이하게 되었다. 필력도 중요하지만 어휘력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조금 더 알맞은 단어, 조금 더 재미있는 표현을 찾으려 노력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이제 정말 끝이라고 생각하며 후련해하는데, 알레 작가님이 무서운 말씀을 하셨다. 

"일주일 쉬고 다시 시작하는 거 어때요?"

와, 독한 사람. 알레 작가님은 끝이 있으면 시작도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같은 방에서 한 달을 울고 웃으며 썼어도 이렇게 다르다. 일주일 동안 도망칠 궁리를 좀 해봐야겠다. 

개짱이 소속 직업 교사
구독자 597
매거진의 이전글 단골 김치찌개 집이 배달을 안 하는 이유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