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즐거운 나의 집
3박 4일을 보내고 돌아온 지 3분 4초 만에 나가고 싶어
목요일에 집을 떠났다가 일요일에 돌아왔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눴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고 서로 힘껏 안아줬다.
언제나 그랬듯 내 남편과 내 아이들은 내가 없는 동안에도 나를 찾지 않았다. 가끔 나와 함께 있는 사람들이 "집에 전화 한번 할 때 되지 않았어?"라고 물으면 "원래 용건 없이 전화 안 하는 사이야."라고 대답하면 그만이었다.
마지막날 밤,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친한 친구네서 와인을 마셨다. 친구와 친구 남편은 이제 정말 서로에게 꼭 맞는 반쪽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며칠 전 남편과 다퉜던 이야기를 했다. 그렇구나. 이렇게 예쁜 부부도 다투는구나. 보통의 부부가 다 그렇게 사나 보다 하는 생각을 하며 나도 며칠 전 남편에게 서운했던 이야기를 했다. 친구 남편이 말했다.
"채원아, 그냥 남편이 싫다고 말해."
나는 자주 남편과 안 맞는다고 말해왔지만 싫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내 기억엔 그렇다.) 나랑 안 맞긴 하지만 내 남편이고, 내 아이들의 아빠니까 "남편이 싫어."라고 말하는 건 뭔가 배신인 것 같았다. 남편은 좋은 사람인데 나랑 안 맞을 뿐이다. 내가 남편을 싫어하는 건 아니라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몇 마디 나누자마자 또 서운해졌다. 눈물이 났다.
집에 돌아가기 싫었다. KTX 창가 자리에 앉아 창 밖을 바라봤다. 건물이 지나가고 나무가 지나가고 꽁꽁 얼어붙은 강과 눈이 쌓인 산이 지나갔다. 나는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빠르게 집에 가까워지고 있는지 실감했다.
예상대로 내가 집에 들어가도 아무도 반응이 없었다. 도어락 누르는 소리와 현관문에 달린 종이 흔들리면서 내는 소리를 들은 건 나뿐인 것 같았다. 집 안 깊숙이 들어가자 남편이 애들한테 엄마가 왔다고 알려줬다. 둘째는 나를 보더니 아빠를 꼭 끌어안았다. 첫째는 기분이 안 좋으니까 말 걸지 말라고 했다.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어제 나를 서운하게 했던 게 마음에 걸렸던지 의무감에 가득 찬 말투로 말을 걸었다.
"어디 구경하고 왔어?"
"구경하러 간 거 아니잖아. 사람들 만나러 갔지."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랑 어디에 갔어?"
"신림이랑..."
말을 시작하자마자 아이들이 아빠를 불렀다. 남편은 대답을 듣지도 않고 휙 가버렸다. 나에게 말을 거는 것까지가 남편의 임무였던 것 같았다.
어디에 있어야 할지 모르겠어서 작은 방에 웅크리고 누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불속에 꽁꽁 숨겼다. 한 번씩 누군가 방에 들어와서 불을 켜고 필요한 걸 챙긴 뒤 다시 불을 끄고 나갔다. 내가 여기에 있는 건 나만 아는 것 같았다.
남편이 싫다. 나를 외롭게 만드는 남편이 싫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남편이랑 소리 높여 싸울 때가 좋다. 그때는 무슨 말이라도 하니까. 그때는 남편이 나를 바라보니까. 그런데 싸움조차 안 하는 남편은 너무 싫다. 집이 떠나가라 큰소리로 엉엉 우는 나를 모르는 척하는 남편이 싫다. 용기 내서 말을 걸어도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리는 남편이 싫다. 남편이 싫다고 말하고 나니까 조금 후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