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친한 남편과 같이 살기
살기 위해 하는 기록
대화를 할수록 서로를 이해하게 되기보다는 '우리는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구나.' 느끼게 되는 그런 대화를 해본 적이 있는가. 나는 해봤다. 5분 전에.
남편을 향한 서운함이 극에 달해 자주 눈물이 났다. 밥을 먹다가도, 글을 쓰다가도, 심지어 웃다가도 눈물이 났다. 눈물은 소리 없이 흐르기도 했고 기어이 내가 입을 크게 벌리고 '엉엉' 소리를 내게 만들기도 했으며 가끔은 콧물과 섞여 끈적해지기도 했다. 남편은 자주 나를 못 본 척했는데, 우는 순간에는 더 못 본 척했다. 나는 울 때마다 투명망토를 입고 있는 기분이었다.
어제는 남편에게서 도망칠 궁리를 했다. 도저히 이렇게 살 수는 없었으므로. 여러 생각을 하다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로 했다. 가출과 자살. 가출이 훨씬 쉽겠지만 내키지 않았다. 가출을 한 나는 나쁜 년이 되고 말 것이었고 자살을 한 나는 안쓰러운 사람이 될 것이었기에. 무심한 남편을 버티고 버티다 살아보려고 도망친 건데 나쁜 년 소리는 듣기 싫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한 가지. 내 손으로 다시 쓰기 싫은 그것. 하루 종일 그것을 검색했다. 검색하다 보니 자살 자가진단 테스트가 있었다. 궁금해서 테스트를 해 봤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점수가 꽤 높았다. 의외였다. 하지만, 걱정은 마시길. 나는 내가 절대로 자살 같은 건 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걸 잘 안다. 겁이 많아서 병원도 잘 못 가는데 자살이라니. 말도 안 된다.
남편과 마주 앉아 밥을 먹으면 100퍼센트 확률로 눈물이 난다.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씹어 삼키는 남편 얼굴을 가만히 보다가 서러움이 폭발한다. 내가 울면서 밥을 먹어도 남편은 밥만 먹는다. 밥만 잘 먹는 남편이 꼴 보기 싫어서 결국 입을 열었다.
"밥 먹을 때마다 질질 짜는데 왜 오빤 아무렇지도 않아?"
남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침묵이 흘렀다. 그냥 평소처럼 다시 밥을 먹으면 되는데 오기가 생겼다.
"말하기 싫어도 해. 오늘은 꼭 들어야겠어. 내가 우는데 왜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거야?"
남편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지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숟가락을 내려놓고 남편이 대답할 때까지 기다렸다. 몇 분이 흘렀을까. 남편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가만히 있는 거야."
조금은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그래도 답답했다.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뭐가 해결 돼? 나 도망가고 싶어. 집을 나가고 싶기도 하고, 죽고 싶기도 해. 어제는 계속 자살하는 방법을 검색했어. 나 죽으면 감당할 수 있겠어?"
"자살은 미련한 생각이지."
응?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내가 죽을 만큼 힘들다고 말해도 내가 얼마나 힘든지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자살은 미련한 생각이라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남편의 머릿속은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나는 남편에게 하는 것도 아니고 혼잣말도 아닌 것 같은 어정쩡한 태도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아무렇게나 주절거렸다.
"사실 나 도망갈 용기 없어. 우리 아이들 지켜내야지. 꼭 지킬 거야. 오빠를 '내 남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애들 아빠'라고 생각하면 고맙기도 해. 애들은 잘 봐주잖아. 그렇게 고마운 마음만 생각하면서 살면 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너무 괴로워. 나는 사랑받고 싶거든.(이쯤에서 눈물이 많이 났다.) 남편이 싫다고 브런치에 떠들었더니 많은 사람들이 댓글도 남겨주고 카톡이랑 인스타 DM으로 위로해 주고 응원해 줬어. 남들은 내 글만 읽어도 나를 걱정해 주는데, 왜 바로 옆에서 매일 우는 걸 지켜보는 오빠는 아무것도 안 할까? 내가 이런 상황을 정말 견딜 수 있을까?"
남편이 이번에는 빠르게 대답했다.
"응, 잘할 수 있을 거야."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응? 응원..이야..?"
도망갈 용기가 없어서 글을 쓴다. 남편과 살기 위해, 어쩌면 그냥 살기 위해. 안 친한 남편이랑 같이 사는 법을 고민해 보고 노력해 보려고 한다. 행복하기만 한 결혼생활이 없는 것처럼 불행하기만 한 결혼생활도 없을 거라고 믿어본다. 비록 불행이 더 크고 더 자주 찾아오는 것 같지만 기분 탓일 거라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