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틴 3기를 시작하며
브런치 작가가 된 지 3년이 넘었다. 그 기간 동안 규칙적으로 글을 쓴 건 아니지만 오늘도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으니 꾸준히 썼다고 할 수 있겠다. 내 글쓰기의 시작은 우울이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꾸준히 우울해서 꾸준히 글을 쓰는 건 아니다. 불쑥불쑥 우울할 때도 있었지만 우울하지 않을 때는 기쁨과 즐거움을 쓰기도 했다. 나는 글을 쓰며 자주 내 마음을 살폈다.
최근에 큰 위기가 찾아왔다. 남편의 무심함에 서운함이 쌓여 우울의 구덩이로 깊게 파고 들어갔다. 이 남자와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절망적으로 느껴져 차라리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바닥을 뒹굴며 울다가, 글을 썼다. 어쩌면 글로 울부짖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남편이 싫다고, 싫어서 미치겠다고 썼더니 조금 나아졌다.
남편에게도 글을 보여줬다. 남편도 느끼는 게 있었는지 갑자기 잘해주기 시작했다. 일단 눈만 마주치면 윙크를 날렸다. (그거 아니야 바보야) 나는 또 얼마나 쉬운 사람인지, 마음에 들지도 않는 윙크 몇 번에 마음이 녹았다. 이렇게 쉬운 나라면 남편과 앞으로 쭉 잘 지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는 걸 깨닫는 데는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지만.
힘든 마음을 글로 쓰면서 힘든 시간을 잘 극복해내고 있지만, 그뿐이었다. 여전히 나는 자주 우울했고 우울할 때마다 글이라는 약을 먹어야 했다. 평생 약을 달고 살아야 하는 난치병 환자가 된 기분이랄까.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우울은 팔 할이 남편이다. 내가 원하는 남편의 모습과 실제 남편의 모습의 차이에서 생기는 괴리감이 나를 힘들게 한다. 아마 남편도 나랑 사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딱히 잘못한 것도 없이 아내가 본인 때문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도 편치는 않을 것 같다. 기대를 내려놓으려고 여러 번 노력했는데 쉽지 않았다. 그러다 오늘, 글루틴을 함께하는 하얀곰작가님의 블로그 글을 보고 내 문제를 해결할 단서를 찾은 기분이었다.
작가님은 몇 년 전까지 퇴사를 두려워했다고 했다. 일을 하지 않는데서 오는 공허함을 두려워했지만 '직업= 자신'이라고 착각하지 않도록 내면을 잘 살펴 극복하신 것 같았다. 어쩌면 나도 '아내=자신'이라는 마음이 컸던 게 문제였던 것 같다. 내가 내 남편의 아내인 건 맞지만, 그게 내 존재의 본질은 아니다. 타고난 무뚝뚝함으로 나를 무심하게 대하는 남편을 볼 때마다 나는 스스로를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해 버렸다. 내가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나를 괴롭게 만들었고, '살아갈 가치도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까지 이르게 된 거다.
남편이 나를 사랑해주지 않더라도 내가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으려고 한다면 인생은 자주 괴로워질 수밖에 없다. 내가 나를 인정해 주고, 내가 나를 사랑해 준다면 주변의 어떤 반응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글을 썼다면, 이제는 조금 더 깊이 나 자신을 알아보기 위해 글을 쓰려고 한다. 남편의 아내가 아닌 '나'로 살기 위해,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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