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다시 친해질 수 있을까?

위기를 극복하는 중

by 김채원

남편을 미워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이제 정말 남편이 남처럼 느껴졌다. 미웠다가, 싫었다가, 그러다 이렇게까지 돌아서 버린 내 마음이 너무 미안했다가 혼자 극심한 감정의 변화를 겪었다. 이제 남편의 얼굴을 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하필, 남편은 이제야 나와의 관계를 회복해 보려고 노력 중이었다. 내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눈치채고 무슨 일이 있는 거냐고 캐물었다. 말할 수 없다고, 말하지 않겠다고 버티다가 결국 털어놓고 말았다.

"난 이제 오빠에게 마음이 남아있지 않아."

남편은 슬픈 눈으로 물었다. 헤어지자는 거냐고. 그건 아니라고 대답했다. 남편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헤어져야겠다고 했다.

"헤어지고 싶은 건 아니라니까?"

"그 말을 듣고도 같이 살 수는 없을 것 같아."

"그럼 내가 그 말을 안 한 걸로 하자."

"그래, 그럼 그 말은 못 들은 걸로 할게."


대화의 흐름이 뭔가 이상했지만 정말 그걸로 끝이었다. 찝찝함이 남아서 뭐 자세히 물어보고 싶은 건 없냐고, 대화를 이렇게 끝내도 되는 거냐고 되물었지만, 자기는 아무 말도 들은 게 없다고만 했다. 앞으로 잠시 동안은 같이 있고 싶지 않으니 어디라도 나갔다 오라고 했을 뿐.


7년 넘게 같이 살면서도 처음 본 남편의 슬픈 눈이 계속 떠올랐다. 마주치지 않으려고 최대한 늦게 집에 돌아왔다. 남편은 자지 않고 있다가 평소보다 더 따뜻하게 나를 맞이해 줬다. 내가 없는 동안 무슨 생각을 했는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 늘 불만이었는데 위기 상황에서도 중심을 잡고 기다려준 모습에 크게 감동했다. 이런 순간에도 남편은 내가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사람이다.


남편과 안 맞는다고 자주 얘기했는데, 그렇게 안 맞아도 여기까지 함께 올 수 있었던 건 남편 덕분일지도 모른다. 자주 흔들리는 나를 잡아주지 않는 남편을 원망했었는데, 이번엔 자주 흔들리는 나를 떠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려 준 남편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큰 위기를 넘기고 나니 남편에게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어제는 저녁 약속이 있었다. 평소라면 뭐라도 배달시켜 먹으라는 말만 남기고 나갔을 텐데 어제는 남편이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끓여놓고 나갔다. 특별한 용건 없이 절대 연락 안 하는 남편에게 카톡이 왔다. 김치찌개가 맛있어서 밥을 두 그릇이나 먹었다고. 정말 오랜만에 둘이 동시에 서로를 향해 손을 건넸다. 우리도 다시 친해질 수 있는 걸까?

매거진의 이전글'나'로 살기 위한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