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에 꽃다발 받고 기분 좋아서 쓰는 글
입이 찢어지는 중
아침 6시 50분. 남편이 침실에서 나왔다. 이내 주방에서 고소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한참 글을 쓰다가 출출해져서 밥 준비는 다 됐는지 주방에 갔다가 내 눈을 의심했다. 미역국과 꼬마김밥이 놓여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조합이란 말인가.
"꼬마김밥은 뭐야?"
"그냥 만들고 싶었어."
김밥을 싸고 남은 밥을 보니 색이 너무 진했다.
"참기름을 얼마나 넣은 거야?"
"이 정도는 넣어야하는 줄 알았지."
머쓱해하는 남편을 귀엽게 바라보다 꼬마김밥을 하나 입에 넣었다. 어? 이게 왜 맛있지? 참기름도 다다익선인 건가.
남편은 미역국도 정말 잘 끓였다며 자신만만해 하며 얼른 먹어보라고 했다. 한 숟가락 떠 먹어보니 진짜 맛있었다. 앞으로 요리는 남편한테 시키면 되겠다는 생각을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오늘은 나만 출근하는 날이었는데 남편이 학교까지 태워다주겠다고 했다. 그럼 올때는 어떻게 오냐고 했더니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아무리 내 생일이지만 사람이 너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던데, 살짝 걱정이 됐다. 1년 중 단 하루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니 마음껏 누리기로 했다.
일을 마치고 남편에게 데리러 오라고 했더니 커다란 노란색 꽃다발을 가져왔다. '우리가 어제 싸웠던가?' 꽃을 본 순간 안 좋은 기억이 사라졌다. 무심한 척 하며 꽃을 찍었다. 찍은 사진을 인스타 스토리에 올리며 괜히 한 마디 덧붙였다.
"아는 언니가 그러는데, 남편이 준 거는 똥도 찍어서 올리는 거랬어."
내가 노란색 꽃을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는지 신기했다. 관심 없는 척 하더니 나를 좋아하고 있었나보다. 생각해보니 지난 주말 아침에 술 마신 나를 위해 '속풀이라면'이라고 써 있는 컵라면도 사다줬다. 남편은 나를 좋아하는 게 분명한 것 같다. 사귀자고 하면 오케이 해야할지 한번 튕겨야 할지 고민했다.
벽에는 파티커튼이, 가랜드가, 풍선이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남편은 내가 생각보다 일찍 와서 아직 미완성이라며 잠깐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했다. 이벤트도 해 본 사람이 하는 거지 안 하던 사람이 하려니까 뭐가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는데 너무 능숙한 것보다 오히려 이게 좋았다. 남편의 성의를 생각해서 꽃다발을 들고 입이 찢어지게 웃으며 셀카를 찍었다. 내년에는 남편이 꼬마김밥보다는 미역국에 더 어울리는 메뉴를 준비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