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육아잡담록 - 도촬에 감사하다
1.
가족과 3일간, 부산 부모님 집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KTX를 탔다.
첫째인 하루는 열차가 출발한 후, 할아버지, 할머니와 헤어지는 것이 슬픈 모양인지 창밖을 보며 훌쩍 거린다. 이내 조막만 한 손으로 눈물을 연신 훔친다. 만비키 가족에서 노부요역을 연기한 안도 사쿠라가 떠오른다. 그런 식으로 눈물을 닦은 건 어쩌면 아이에게 영감을 얻은 것일까.
아내도 눈시울이 붉어진다(둘째인 하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진 알 수 없지만 그냥 멀뚱히 쳐다보고 있다). 내 부모인데 왜 지들(?!)이 그러는진 모르겠다.
2.
이때다.
뒷 좌석의 중년 여성분이 말을 건다. 할머니와 손자가 창을 사이에 두고 작별 인사를 하는 모습이 예뻐, 딸한테 도촬이라고 한 소리 들어가며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민폐가 아니라면 번호를 가르쳐 달라고, 사진을 보내주겠다고 한다.
요즘처럼 서로가 날 선 세상에 이렇게 자신의 의사를 곱게 전해주는 사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