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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지않는돌고래 Dec 15. 2023

20대 유럽인 베이비시터와 정국의 입대보다 중요한 뉴스

새벽의육아잡담록 -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뉴스였다 

1.

나의 아내는 '아미'다. BTS 팬덤을 가리키는 말로 군대(Army)에서 유래했고, '군대와 방탄복처럼 방탄소년단과 팬이 항상 같이 있다'는 의미다. 


덕분에 우리집은 때때로 아미들의 전진기지가 되는데 한미일연합은 기본에 스페인, 이탈리아 등 어느샌가 유라시아로 범위를 넓혀 젊은 아미들이 곧잘 방문하는 지역 명소(?!)가 되었다.

 

주로 20대들이 방문하다 보니 재미있는 정보도 얻게 되는데 개중 가장 인상 깊은 건 이들의 주요 아르바이트가 베이비 시터(!)라는 게다.

 

…으응?!?


나는 한국에서 단 한 번도 유럽인 20대 베이비 시터를 본 적이 없다. 무척 신기했는데, 근무지(?)를 물어보니 납득이 갔다(초고가 거주지 대거 등장). 


돈이 넘쳐나는 한국의 일부 사람들은 선진국 대학생들을 베이비 시터로 고용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식들을 제2외국어에 노출시키고 있었던 게다. 


초고급 언어(부산어 네이티브)를 구사하는 내 입장에선 하찮아 보이지만,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도 있다. 참고로 하루와 하나는 이미 부산어(나)와 광주어(아내)까지 습득한 다중 언어 구사자이므로 이만하면 앞으로 먹고살 걱정은 없을 듯하다. 


아, 이 이야기를 하려던 건 아닌데 어쨌든. 


2.

‘아미’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아내는 BTS 중에서도 정국이 최애다. 해서 정국의 노래는 우리 가족에겐 노동요 느낌이라 모두가 익숙하다. 


나야 막귀에 몸치이긴 하지만 10년을 무대에서 살아온 아내에게 ‘왜 정국의 노래와 퍼포먼스가 훌륭한지’, 경험에 근거한 이론을 바탕으로 예복습을 받다 보니 반 아미가 되어버렸다(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을 씹어먹는 아내의 교육열). 


과연 부모의 취향은 자연히 이어지기 마련이라 하루와 하나는 뽀로로 노래보다 BTS 노래를 즐겨 듣는데 특히나 스탠딩 넥스트 유는 어느 정도 추임새를 넣는 상황에 이르렀다(덕분에 둘 다 춤에는 재능이 없다는 것도 일찌감치 알게 되었다). 


이 와중에, 아는 사람은 알겠으나 BTS의 정국이 최근 군대에 갔다. 하루와 하나도 정국이 삼촌을 좋아하므로 아내가 첫째인 하루에게 말했다. 


“정국이 삼촌이 군대에 가서 이제 당분간은 정국이 삼촌 신곡이 나오지 않…”


6살인 하루가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급하게 외쳤다. 


엄마아아아!! 그것보다 더 중요한 뉴스가 있어!!!!”


“…?!?”


“내일부터 1월 15일까지 백지나(가명) 선생님이 유치원에 안 나오신대..!!!(결혼하심) 대신 김뽀론(가명) 선생님이 오신대…!!!”


하루는 아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1월 15일까지라는 날짜를 또박또박 강조하며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소식’을 숨넘어갈 듯, 전했다. 


과연, 뉴스의 가치는 청자의 상황과 입장에 따라 결정된다. 


오늘 밤에도 언론의 미래를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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