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밥에 김치를 먹을 때 생각 하는 것

by 짠지

맛있고 값비싼 음식점에서 평소 먹는 음식의 몇배 가격을 지불하고 놀다 집에 들어올때 즈음 난 황당함을 느낀다. 그 돈 주고 먹었으면 내일 오후까지는 안먹을 수 있어야 되는데, 또 슬슬 배가 고파진다.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비싼 음식도 몇시간 뒤면 다시 똑같이 배가 고픈게 너무 어이가 없다.


출출한 나는 냉장고를 열어서 한번 스윽 훑고는 그래 저녁을 먹지 말자 다짐하며 김치와 밥을 꺼낸다. 식탁에 앉아서 김치랑 밥을 먹자 남편은 김치를 먹으려고 밥을 꺼낸 것인지, 밥을 먹으려고 김치를 먹는 것인지 묻는다. 대답은 안했지만 후자다.


우걱 우걱 밥과 김치를 먹는다. 밖에서 먹은 음식위에 김치와 밥으로 속을 정리하는 느낌이다. 김치의 매콤함이 느끼해진 내 속을 눌러준다. 개운한게 아니라 깨-운하다. 김치를 씹으며 머리속에 늘 맴보는 노랫말도 같이 씹는다.


진수성찬 산해진미 날 유혹해도 김치없으면 왠지 허전해~ 김치없이 못살아 정말 못살아 나는 나는 너를 못잊어~


먹고 있으면 더 어이가 없어진다. 왜냐면 아까 밖에서 먹은 것 보다 솔직히 조금 더 맛있기 때문이다. 참 할매같은 소리지만 , 역시 인생에 노련한 할매들이 진리를 알았던것같다.


밖에서 나가서 다 무봐라~ 김치만하나!


식탁에 앉아, 이 김치를 비싼 돈 줘야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늘 내 곁에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를 생각한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든다. ‘세상에서 정말 좋은 것들과, 가장 꼭 필요한 것들은 이렇게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있는 것이 아닐까?’김치를 먹다 갑자기 철학자가 된다.


김치를 유난히 좋아하는 내가 김치에 관한 글을 써보려 한다. 앞으로 김치와 함께하는 나의 일상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아주 특별하지 않더라도, 늘 곁에 있는 이야기들을 쓰게 될 듯하다. 그래서 편안하고 꾸준하게 읽히는, 김치 같은 글이 되길 바란다. 밥상에 늘 김치가 함께 하듯, 내 글도 누군가의 일상 속에 소박하게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