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복직 D-193

by 짠지

매일 나는 복직날을 디데이로 체크하며 일기를 쓰고 있다. 내게 남은 행복의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오늘은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기록하기 위해서 세고 있다.


내가 휴직을 하기 위해 상사에게 사인을 받을 때, 상사는 경력단절이 되어서 현재 일을 다시 할 수 없게 된 본인 아내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꼭 돌아오는 게 나를 위한 일이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 우리는 맞벌이를 해야하기 때문에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답변을 했었다. 대단할 것없는 커리어지만, 나에겐 소중한 경력이었기에 육아휴직 후 복직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고민 없이 아기를 그냥 낳았다.


아기를 낳아보니 마음이 달라졌다. 이 아무것도 모르는 작고 어린 아기를 볼 때면, 얼마뒤 이 아이를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한다는 너무 미안하고, 현재가 벌써 아련해진다. 특히나 현재 모유수유를 하고 있는 나는 자꾸 꿈에 회사에서 일을 하러 갔다가 아기에게 9시간째 젖을 주지 못한 상황임을 깨닫게 되고, 전전긍긍하는 꿈을 반복적으로 꾼다. 엊그제 꿈에는 복직 후 회식에 가서 팀원들 안 궁금한 안부를 억지로 물었고, 속으로는 애기 밤잠을 재워야 하는데 어쩌나 하는 꿈을 꿨다.


복직을 하지 않고 조금 더 집에서 내가 아기를 키울 수 없을까 생각을 하다가 결국 답이 안 나와서 어제는 연금 복권을 한 줄 사 왔다. 연금복권을 사면서 나는 당첨금을 어떻게 쓸지 완벽한 시나리오를 구상해두었다. 20년 연금으로 안 받고, 한 번에 받아서 서울 변두리에 넓은 집을 한채 사고, 나는 조금 여유롭게 회사를 쉬면서 아기를 돌보다가 부모님이 은퇴하시는 시점에 나는 다시 회사를 돌아가서 일을 하고, 아기가 초등학교 들어갈때 우리 집에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아기를 키우는 삶을 상상했다. 나는 지금 글을 쓰며 먼저 복권을 긁어두었다.


돈이 많았으면, 이게 모두 해결될 텐데라고 생각을 하다가, 나보다 더 힘든 상황에 살고 있는 그 누군가의 삶을 생각하며 지금에 감사해야지 끝없이 뭘 또 바라냐고 나를 다시 책망하다가, 서울에서 살지 말고 지방으로 내려가서 절약하면서 살아야 할까 싶다가, 공무원 할걸 생각하다가 등등.. 계속 결론이 나지 않은 생각들이 하루종일 스쳐 지나간다.


대책 없이 시간이 흐르고 있고, 대책을 세우고 더 깊이 고민해서 결론을 내리기에는 하루종일 아기랑 놀고 재우고 먹이다 보면 그것도 어렵다. 이 밤 소중한 시간이 또 하루 사라진 193일이 되었다. 어른들의 말처럼 “다~ 키우게 되어있다”라고 하는데 그게 과연 어떻게 될지 참,,, 모르겠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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