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사랑입니다
엄마는 교회를 갔다 오면 김치나 반찬을 얻어서 돌아온다. 며칠 전엔 강권사님이 고향 전라도에 가셔서 친언니와 함께 고들빼기와 민들레 김치를 담그셨는데 우리 엄마를 위해 김치 한통을 들고 오셨다. 고춧가루가 아닌 생고추를 불리고, 생새우를 갈아 넉넉히 양념을 만들어 고들빼기가 양념에 푹 잠기게 담그셨다. 너무 짜지도 너무 맵지도 않은 딱 적절한 간의 고들빼기김치. 엄마와 나는 고들빼기김치를 한입 먹자마자 밥통에 밥을 꺼냈다.
엊그제 새벽기도를 다녀온 엄마의 손에는 커다란 김치통이 하나 들려있었다. 최권사님은 가을무로 알타리 김치를 큰 통에 담가서 가지고 오셨다.“이 몸도 성치 않은 사람이 , 그 아픈데 왜 또 손은 커가지고 아이고,,,” 엄마는 아침밥상에 무김치를 올리며 말씀하셨다.최권사님은 몇년전부터 암투병중이신데, 원래도 손이 큰데 요즘은 이렇게 새벽마다 반찬을 해서 나눠주고 사람들이 잘 먹는 다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셔서 더 열심히 해오신다고 했다. 아직 익지 않아 무가 살짝 매콤하지만, 무가 덜 익으면 덜 익은 대로 또 아주 생동감 있는 맛이 참 좋았다.
엄마는 김치와 밥을 드시며 “세상에 김치 담가 주는 사람이 제일 고마운겨 이게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데~ 질(제일) 고마워 질!" 말씀하셨다.나도 엄마와 이모를 따라 김치를 담가본 적이 있다.“이거 먹을라고 이렇게 고생을 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손이 많이 가는 걸 알게 되었고, 그래서 누군가 정성 들여 담근 김치를 김치를 주면 그 마음과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김치를 담근 사람의 이야기를 같이 곁들어 김치를 만든 이의 근황과 함께 먹으면 , 더 맛있기도 하고 더 소중하고 애뜻하게 느껴진다.
교회를 갈 땐 어디서 들어온 식재료를 싸서 나가는 우리 엄마, 그리고 또 누군가가 가지고 온 식자재를 들고 들어오는 우리 엄마. 오고가는 반찬의 정이 참 따뜻했다. 김치를 나누는 착한 사람들,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좋았다. 이번주 주말엔 부모님을 따라 오랜만에 교회에 갔다. 어릴 적 듣던 익숙한 찬송가와 성경봉독 소리가 여전히 지루하게 하지만 그래서 정겹게 들려왔다. 여전히 이곳에 남아 오래도록 교회를 다니고 있는 익숙한 사람들, 몇십년째 같은 설교를 듣는 사람들 , 비슷한 안부를 매주 묻는 사람들. 이 오랜 김치 같은 사람들.
점심식사에는 육개장과 밥과 작년 김장김치가 나왔고 오랜만에 먹는 교회 밥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나는 오랜만에 성경구절이 생각났다.
“결국 최후까지 남는 것은 믿음, 희망, 사랑입니다. 그런데 이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입니다.“
그리고 김치를 나누는 것은 정말로 사랑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