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서 인생의 가장 큰 두려움 중 하나는 엄마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이다. 엄마가 죽는다는 게 두려운 것은, 심신 미약인 내가 무너질것이 무서운 것같다. 엄마가 죽어서 엄마 음식이 너무 먹고 싶어서 서러운 날 나는 어떡하지? 엄마가 너무 그리워도 더 이상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건 어떡하지? 그런 상상을 하면 벌써 코가 찡해지고 마음이 먹먹하다. 30대가 넘어서 나는 더 자주 엄마가 사라지고 난 후 내가 할 후회들에 대해 걱정하며 산다. 내가 이 이야기를 엄마에게 하면, "그때가 되면 너는 니 자식을 키우느라 또 정신 없이 잊고 생각보다 그럭저럭 살아질 거야"라고 대답하신다.
중학교 때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엄마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두고두고 하시는 말이 있었다. “내가 그 당시 경제적으로 너무 살기가 힘들었는 데 할머니가 며칠씩 집에 와있으면 당장에 쌀이 없고 반찬 할 돈이 없었어. 근데 그게 미안하면서도 몇일 계시는 게 너무 부담이 되는 거야. 할머니도 그걸 눈치를 챘는지 얼마 있다 가겠다고 하더라고 ”건강이 좋지 않은 할머니가 우리 집에 놀러 오면, 엄마가 없는 살림에 새 반찬을 해드려야 하는데 당장에 돈이 없는 게 참 힘드셨다고 했다. 엄마는 부담이 되었던 그 때의 마음도 미안하고, 맛있는 것을 마음껏 못 해 드린것도 두고두고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엄마는 매번 그 이야기 끝엔 “너도 지금에야 내가 좋지만, 내가 너를 도울 수 없는 상태가 내가 짐이 될 수가 있는데 그건 당연한 거야 ”라고 말씀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는 나는 “아니 나는 부자 될 건데? 걱정마”라고 말을 했고 엄마는 늘 “살아 봐라. 쉽지가 않다“라고 답을 하고 이야기는 끝맺음을 지었다. 나는 그 이야기가 아주 오랫동안, 그리고 내 안에 아주 깊게 자리를 잡았다.
“가난이 대문으로 들어오면 사랑이 창문으로 나간다."는 너무 슬픈 속담이 있다. 결국 내 형편이 쪼들리고 가난하면 사랑도 식는 거고 마음도 작아지는 거라는 게 무섭다. 돈도 없는데 마음까지 가난해진다니 너무 잔인한 거 아닌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 가장 사랑을 줘야 할 사람을 서운하게 하는 것이 가난이라니, 꼭 가난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었고 지금도 내 삶의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런데 엄마 말처럼, 살아보니 생각보다 여유롭게 살 수가 없겠다는 걸 알게 되고 있다. 난 내가 대단할 걸 해내서 가세를 일으킬줄 알았다. 점점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고 하다 보니 자신감도 줄고 일에 대한 열정도 사라지는 나를 보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복직 후 회사일을 다시 열심히 한다고 해도 그리 넉넉지 않을 것인데 난 무엇으로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일용할 양식만으로 살아온 우리 부모님,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의 은퇴 이후에 내가 여전히 부모님을 사랑하고 부담스럽지 않기 위해서 나는 정말 넉넉하고 싶다. 돈이 생겨도 맹세코 명품하나 사지 않을 테니 , 언제나 사랑하는 사람, 사랑을 드려야 할 사람들에게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