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아기는 자꾸 오전 5시에 일어난다. 저녁 9시에 재워도 5시에 일어나고, 저녁 7시에 재워도 5시에 일어난다. 그래서 이제는 아예 7시에 재운다. 아침에 젖달라고 찡찡대는 아기를 안고 비몽사몽 수유쿠션을 찾는다. 남편이 깰까 봐 조용히 젖을 먹이고 거실로 나간다. 아기를 바닥에 눕히고 아기가 손에 잡고 빨 수 있는 장난감을 쥐어준 다음, 나는 옆에 누워 아기를 비몽사몽 말을 건다. "우리 아가 일어났어요~ 아고 착해요~ 그래그래~ 아이고 아이고..."눈을 감고 주문을 외듯 중얼거린다. 그런데 말을 하다가 졸음에 빠지는 데, 가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뱉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기억도 안 나는 헛소리를 떠들다가 스스로 기가 막혀 깬다. 아기가 찡찡대기 시작하면 나는 다른 장난감을 손에 쥐어주고, 아기는 또 그걸 빠느라 정신이 없는틈에 나는 또 잠과 깸 경계에서 어쩌구 저쩌구 비몽사몽 말을 건넨다. 이제 살짝 정신이 들면 급격하게 배가 고파진다.
수유를 하면 달리기를 하고 집에 돌아왔을때 배고픔과 흡사하다. 아기를 식탁의자에 앉혀두고 나는 커피를 내리고, 밥과 김치를 꺼낸다.김치 하나로 밥을 먹어서 되겠냐 싶겠지만 김치 안에서도 부위마다 맛이 다르다. 회 부위를 골라 먹듯 맛있게 먹는다. 밥과 김치 그리고 디카페인 드립커피를 함께 곁들인다소박한 밥상에 다소 럭셔리한 커피 조합이다. 아침네 커피 가루 위에 물을 붓는 순간, 나는 잠시 도시여자가 된 기분을 느낀다. 이 향을 맡으면 카페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던 시절이 생각난다. 절대 인스타그램에는 올릴 수 없는 내 밥상.ㅎ
밥을 먹고 설거지통에 그릇을 넣을 즈음, 아기는 눈과 귀를 긁으며 졸려한다. 나는 신이 나서 "아이고 울 애기 졸려요~" 하며 아기를 방으로 데려가 재운다. 아기가 잠들면 나도 더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시간이 아까워서 방 밖으로 뛰쳐나온다. 졸음을 참고, 나는 이렇게 글을 쓰거나, 뉴스를 검색하며 발버둥 친다. 이 시간이 쉼을 얻는 시간 일 수도 있겠지만, 더 정확히는 효율적으로 나를 챙기려는 시간이다.열심히 육아를 하면서도 도태되지 않으려고 애쓰는 나의 마음. 잘 쓰지도 못하는 글이지만, 지금 내가 아는 것 중 유일하게 생산해 낼 수 있는 것이기에 애써서 쓴다.
효율성과 생산성과는 거리가 먼 육아와,
여전히 뒤처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내 마음이서로충돌하는 나의 아침이다. 김치와 커피로 버티는 하루, 짬을 내어 글을 끄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