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아플래?" vs "그거 먹는다고 안 죽어!"

by 킴치만두

코스트코에서 스테이크를 사 온 지 3-4일 차.

"이거 오늘 안 먹으면 상하겠다"라고 남편에게 말했다.

나의 남편은 답했다. "또 상한 거 먹고 식중독 걸리면 안 되는데..."

나는 물었다. "또?" "우리가 언제 상한 스테이크 먹고 식중독 걸린 적 있었어?"


그랬더니 남편이 혼자 막 웃기 시작했다... "사실은 지난달에, 네가 이상한 냄새난다고 했던 스테이크 있잖아? 나 그거 먹고 교회 친구들 만나러 나간 날."


남편 왈, 운전하고 가는 길에 심상치 않은 신호가 왔고, 제발 시간 안에 약속장소에 도착하기만을 바랐다고. 다행히 폭탄이 터지기 전에 도착했고, 친구들에게 얼굴만 비춘 뒤 화장실로 직행하여 급한 불은 껐지만, 그 뒤로도 몇 번을 들락날락했다고 고백했다.


친구들에게 '이상한 냄새가 났지만, 익히면 괜찮겠지 하고 스테이크 구웠고. 와이프가 모를 줄 알았지만, 바로 냄새난다고 뭐라 했고. 그렇지만 나는 아니라고 괜찮다고 우겼는데, 아무래도 고기가 상했던 게 맞았던 것 같아.' 요지의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나의 잔소리 공격이 두려웠던 남편은 그들은 함께 작전을 짰다고 한다. 집에 가서 내가 괜찮으면, 그냥 아무 말하지 않기로ㅋㅋㅋㅋㅋㅋ


당시 나는 이상한 냄새 때문에 절반만 겨우 먹었는데, 그래서인지 다음날까지 별 탈 없이 넘어갔고. 그렇게 남편은 본인의 식중독을 약 한 달 동안 비밀에 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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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쩐.

지!

원래대로라면 내가 남긴 스테이크를 본인 런치 도시락으로 쌀테니까 냉장고에 넣어두라 했을 텐데... 그날은 버리라고 하더라니.


남편에게 등짝 스매시를 연달아 내리꽂았는데, 그동안 잘 숨긴 게 그리도 자랑스러웠는지 혼자 미친 듯이 웃는 그가 어이가 없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그래서 나도 그냥 같이 미친 듯이 웃었다.




나는 항상 먹고 싶은 게 많아서 식재료는 이것저것 사다 놓는다. 하지만, 결국 나의 저질스러운 체력으로 인해 내가 먹고 싶었던 음식이 되지 못하고 냉장고에서 바로 음식물 쓰레기로 직행하게 되는 식재료가 많다. 그리고 나의 남편은 그것을 <극혐> 한다. 때문에, "이미 벌어진 걸 어떡해. 먹고 아플 거야?" vs "음식 낭비하는 건 아주 나쁜 버릇이야. 그거 먹는다고 안 죽어!"로 종종 대립하곤 한다.


본인의 신념이 맞음을 보여주려고, 아무 말하지 않은 채 스테이크를 구웠지만... 결국 그 사달이...


그래도 이런 남편이랑 같이 살다 보니 음식물 낭비하는 습관이 (나름대로) 많이 줄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처음으로 18구 계란을 (유통기한 조금 넘어) 전부 끝낸 후, "남편 남편, 이거 봐. 계란 다 먹었어"하고 빈 계란판을 자랑했더니, 남편이 매우 흐뭇해했다ㅋㅋㅋ


그럼에도, 남편은 아직도 갈길이 멀다고 생각하는지... 멋대로 내 새해 목표를 "음식물 낭비 없애기"로 정해주었다. 남편... 2인 가구는 식재료를 전부 사용하는 게 너무 힘들어ㅠㅠ 특히, 파, 양파, 계란.


하지만, 올해 목표로 challenge accep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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