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일잘할 마케터로 만들어주신 이사님의 조언
“마케터가 되려면 뭘 잘해야 하나요? 콘텐츠 제작? 광고 집행? 브랜딩?” 주니어 친구들이 이런 고민을 꺼내면 나는 “일 잘하는 마케터가 되세요. 3년 차까지는 일의 기본기만 다져도 엄청 잘한 거예요”라고 말한다.
일의 기본기가 탄탄하기란 은근히 쉽지 않다. 이따금씩 연차는 꽤 높은데 일의 기본기가 부실해 보이는 사람들을 본다. 시니어도 챙기기 어려운 게 일의 기본기다. 요 기본기를 튼튼하게 다지고 난 다음에 내가 구체적으로 어디에 강점을 있는 마케터로 거듭날지 고민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많은 주니어 마케터들이 기본기에 대한 중요성은 놓치고 입사할 때부터 콘텐츠 마케터, 퍼포먼스 마테터, SNS 마케터 등 진로 고민을 한다..는 내 얘기)
나한텐 운 좋게 일의 기본기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려준 상사가 있었다. 첫 직장인 스타트업에서 우당탕타앙탕탕 일하고 있을 때, 우리 화사에 새로 오신 마케팅 이사님이 오셨다. 며칠간 우리 팀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관찰하시곤 제일 처음 하셨던 건 티타임. 마케팅팀 팀원들을 불러놓고 캐주얼하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일 할 때 꼭 기억해야 할 13가지 일의 기본을 말씀해주셨다.
그때 아! 하는 충격을 받고 열심히 기록해둔 글은 5년 차가 되어가는 지금도 가끔씩 내가 일을 잘하고 있나 의심이 들 때 꺼내보는 글이 되었다. 다른 주니어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브런치에 적어본다.
1. 목표
내가 하는 업무의 목표를 명확히 알고, 그에 따라 일하기. 목표를 잘 이해해야 올바른 방향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음. 목표를 이해하지 못하면 일의 방향이 흐트러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럴 경우 리더에게 목표에 대해 설명해줄 것을 요청할 것. ex. 우리 이거 왜 하는 거예요? 이걸로 어떤 걸 하려고 하는 건가요?
2. 일정
업무 일정은 상호 간의 약속, 업무 초반에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일정 확인. 그리고 약속한 일정은 반드시 준수하기. 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일정을 어기면 그 뒤의 업무들이 모두 꼬이게 되니까 꼭 꼭 주의.
3. 피드백
상호 간의 피드백은 빠르게, 확실히. 업무 요청이 오면 확인 및 일정 회신을 준다던지, 처리에 대한 답변을 빠르게 준다던지. 또, 혹시 내가 피드백을 주면 저 사람이 기분 상해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 때문에 피드백을 주저하는 일이 없도록. 서로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주고받을 것.
4. 중간 공유
업무 진행상황에 대한 중간 공유를 통해 방향이 엇나가지 않게끔. 처음에 서로 목표를 공유했다고 하더라도, 일을 진행하다 보면 방향이 흐트러질 수도 있고 내가 이해한 것과 상대방이 이해한 게 다를 수 있어 합의된 결과물이 안 나올 수 있음. 그러니 중간중간 끊어가며 이렇게 가는 게 맞는지 서로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 (그래야 최종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불상사가 안 일어남..)
5. 질문
모르는 것에 대한 or 다른 사람의 의견이 필요할 때 질문은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것에 부끄러워하지 말고, 질문을 받아줄 때도 친절하게 답변해줄 것.
6. 기록
단발성 업무가 아닌 경우에는 업무의 기록이 필요. 기록이 필요한 경우에는 메일을 통한 업무 진행. 메일 스레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추후에 히스토리를 검색하기에도 용이. 슬랙에서는 가볍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업무만, 또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서로 나눠야 하는 경우에.
7. 시작과 끝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어야. 시작할 땐 목표를 명확히, 끝낼 땐 결과를 명확히 정리하여 마무리. 시작만 요란하고 끝은 흐지부지 되지 않도록.
8. 정리
논의 내용, 일의 결과는 정리하여 기록하는 습관. 그래야 스스로 일하고 있는 내용이 정리가 되고, 공유도 용이함. 정리가 되지 않으면 우리가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성과를 냈는지 알 수 없음. 항상 업무가 끝나면 결과 리포트를 써서 기록을 남기도록. 이 업무를 진행하지 않은 사람이 보아도 쉽게 알 수 있게 정리해둘 것.
9. 숫자
숫자를 보는데 익숙해져야. 특히 내 업무와 관련된 숫자는 더 잘 파악해야 할 필요. 데이터를 기록하는 원장을 잘 관리하고, 그 데이터를 가공해서 인사이트를 끌어내는 연습이 필요. 숫자를 다루는 엑셀도 알아야 할 필요.
10. 우선순위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급한 것부터 진행. 결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리더에게 문의하여 정리 필요.
11. 업무의 범위
내가 하는 업무를 main 업무. 우리 팀 전체의 일/목표를 sub 업무로. 넓게 봐야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시너지가 나올 수 있음.
12. 의견
나의 의견은 명확하게, 주저하지 않고 말하기.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들을 수 있는 열린 자세 역시 중요.
13. 업무의 속도
대부분의 업무는 초기 방향 설정 및 집중도에 따라 성과가 좌우됨. 시간이 많이 주어진다고 업무의 성과도 늘어나지 않음. 업무 성과는 특정 소요 시간에 이르면 정체되고 늘어지기 마련. 타이트한 일정을 정하고 그 기간 내 업무에 몰입하고 속도를 붙이자.
뻔한 얘기 같아도 은근히 어렵다. 일의 기본이 흐트러지지 않아야 그 위에 뭘 쌓아도 좋은 마케터가 될 수 있기에, 이번 주의 나에게도 리마인드!
여러분의 생각하는 “일의 기본”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다들 일잘할이 되자구요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