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집 <전생집 테스트> 회고록
오늘의집 누적 앱 1,000만 다운로드 소식을 자연스럽게 알리기 위해 바이럴 마케팅 전략을 짜고 <전생집 테스트>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그 고민의 과정과 결과를 공유합니다.
오늘의집 앱 다운로드 수가 800만, 900만을 찍더니 1000만 다운로드가 코 앞에 보였다. 1000만 다운로드는 마케터에게 굉장히 상징적인 숫자다. 배달의민족, 야놀자, 지그재그 등 굵직굵직한 앱 서비스들이 1000만 다운로드를 찍고 국민앱으로 자리 매김 했을 때 어찌나 부러웠는데 우리 서비스도 이제 국민앱에 등극하다니!
다가오는 1000만 다운로드 시점에 맞춰 오늘의집 서비스의 대세감과 규모를 인지 시키고자 했다. 오늘의집을 이미 쓰고 있는 유저에겐 "내가 쓰는 앱이 벌써 1000만명이나 다운받았어? 벌써 이렇게 크다니!"라는 생각을, 오늘의집을 모르는 신규 유저에겐 "1천만명이나 이 앱을 다운받았다고? 그렇게 유명한 앱이야? 나도 써봐야지"라는 생각을 갖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의집이 인테리어 대표앱으로 인지하도록.
사실 사람들은 오늘의집 앱 다운로드 수가 1000명이든, 1000만명이든 관심이 없다. 이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굳이 돈을 써가면서 "우리 앱 1천만명이나 다운받았어요 잘했죠?"라고 해봤자 돌아오는 건 무관심일 것이 99%.. 사람들이 재밌어서 공유하고, 알아서 회자되게 하는 포인트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렇지만, 이 이벤트를 기획한 당시엔 심리테스트가 정말 핫했다. 포레스트에서 만든 <나만의 꽃심기>, 블라에서 만든 <대학교 학과 테스트>, <대통령 테스트>, MBTI 결과 변형 콘텐츠 등이 각종 커뮤니티와 카톡방, 인스타그램에 돌아다녔다. 친구들이 자신의 테스트 결과를 인증하면서 다른 친구에게 참여해보라고 권유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고, 나 또한 재미있게 테스트에 참여해보며 이 트렌드에 편승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바이럴 마케팅의 핵심은 "공유"다. 공유가 잘 되려면 1)재미있고 2)공감가고 3)타인과 이야깃거리가 되어야 하는데, 심리테스트 포맷은 이 3가지를 딱 충족했다. 질문을 잘 설계해서 재미를 주고, '나'를 제대로 분석해주어서 공감을 사고, 다른 사람들에게 권유해보고 싶도록 공유 포인트를 넣으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대중성와 공유 유도성이 좋은 이 심리테스트 포맷에 오늘의집 1000만 다운로드 소식을 자연스럽게 녹이면..?!
심리테스트 포맷을 정하고 각종 심리테스트 레퍼런스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친구들이랑 재미로 참여했던 심리테스트도 다시 일로서(?) 살펴보며, 이 테스트는 공유를 어떻게 유도하는지, 어떻게 테스트 주제와 서비스 특징을 연결하는지, 참여 허들은 어떤지, 결과를 보여주고 난 후엔 어떤 액션을 유도하는지, 질문과 결과의 신뢰성은 어느 정도인지 등등 꼼꼼히 따져가며 성공방정식을 세웠다.
오늘의집 천만다운 기념 <전생집테스트>를 기획할 땐 이 4가지를 메인으로 고려했다.
바이럴 콘텐츠는 참여하기 쉬워야 한다. 내가 찾았던 레퍼런스 중에는 심리테스트에 참여하려면 로그인을 해야하거나 앱을 설치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무조건 누구나 쉽게 하고 싶은 만큼 참여할 수 있도록 참여 허들을 아예 없앴다. 앱이든, 웹이든, 회원이든, 비회원이든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참 쉬운데 은근히 어렵다. 이슈화도 챙기고 싶고 앱 설치도 챙기고 싶고 쿠폰도 주고 싶은 마음 다 알지만.. 잠시 넣어두자)
그리고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 심리테스트 컨셉을 짤 때 우리 서비스와 연결되면서도 '재미'있으려고 열심히 아이데이션을 했다. 인테리어 취향 분석 테스트, 인테리어 레벨 테스트, 미래의 집 테스트 등등 여러가지 컨셉을 고민한 끝에 내가 전생에 살았던 집을 알려주는 <전생집 테스트>로 결정했다. 너무 전문적인 시험처럼 느껴지지도 않았고 허무맹랑한 이야기여도 흥미로운 주제였다.
하지만 심리테스트의 질문과 결과는 신뢰성이 있어야한다. 허무맹랑한 주제라고 허무맹랑한 결과가 나와버리면 사람들은 이 결과에 공감하지 못하고 "뭐야, 이 테스트 순 엉터리네. 나랑 하나도 안 맞아"라고 생각하기 떄문이다. 사실 <전생집 테스트>는 MBTI 성격유형검사를 살짝 비틀어 만든 것인데, 이걸 설계하기 위해 MBTI 유형 결과를 달달 외울 정도로 각종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또 분석했다. 질문마다 성격 유형을 가르는 판단 기준을 넣었고, 12개의 질문 중 어떤 답안지를 몇 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나오도록 로직도 설계했다. (이거 할 때 은근히 머리 아팠다!)
우리가 말하고 싶었던 오늘의집 1000만 다운로드 소식은 <전생집 테스트> 콘텐츠 곳곳에 카피로 녹여냈다. "오늘의집 천만다운 기념", "국민앱 등극 기념으로 천만 명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당신의 전생집을 알려드립니다", "1천만 명의 빅데이터로 당신의 전생집 분석 중" 등등 카피가 이런 의도를 담고 있다.
결과 페이지를 만드는 데 시간을 가장 많이 쏟은 것 같다. 딱딱한 MBTI 성격 유형 검사를 전생집이라는 컨셉에 맞춰 재미있게 이야기해주는 게 매우 중요했다. 결과로 나오는 전생 집 유형 - 집 설명 - 성격 설명이 연관성이 있으면서도 하나의 스토리로 담기게끔, 찰진 워딩들을 써서 컨텐츠를 제작했다. 결과페이지를 기획하고 팀원들한테 한명씩 보여주면서 본인 성격과 맞는 것 같은지, 이걸 보고 재밌는지, 공유하고 싶은지 집요하게 물어봤던 듯.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과페이지에서 공유 유도를 제대로 하는 게 마케팅 핵심이다. 테스트 참여한 사람한테 쿠폰도 주고 싶고 앱 다운도 시키고 싶겠지만 이것저것 덕지덕지 붙이는 것보다 공유 버튼 하나를 제대로 만드는 게 정말 중요하다. <전생집테스트>의 결과페이지에는 나의 '전생의 웬수'를 알려주고 당신의 웬수를 찾아봐! 라는 메시지를 던져 사람들이 자신의 결과를 공유하고 웬수를 찾게 이야기하도록 유도했다. (물론 앱 설치 버튼도 넣긴 했지만 KPI가 아니라 그리 강조하진 않았다.)
그리고 공유 받는 사람에게 어떤 메시지를 날릴 것인지 꼭 고민할 것! 처음에 <전생집 테스트>는 공유하면 무조건 공통된 이미지로 공유되고(왼쪽 이미지), 클릭 시 <전생집 테스트>의 시작 페이지로 랜딩 되었다. 그런데 오픈하고 나서 결과 공유 시 본인의 결과 페이지가 랜딩되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체감한 후 16가지 결과 페이지에 맞게 공유 이미지가 다르게 나가도록(=본인의 결과 이미지가 나가도록), 클릭 시 친구의 결과 페이지를 볼 수 있도록 변경하여 배포했다. (오른쪽 이미지) 바꾸는 김에 본인이 '전생의 웬수'를 같이 알려주어서 친구에게 참여를 독려하는 공유 메시지까지 반영했다.
5월 19일, 온사이트 및 SNS 채널에 <전생집 테스트>를 한번에 오픈했다. 그리고 사실 첫째날 결과는 그냥 그랬다. 이벤트 페이지뷰가 N만 밖에 안 되길래 생각보다 낮은 숫자에 약간 실망했다. 그런데 바이럴 마케팅의 효과는 둘째 날부터 나타나더라!
각종 커뮤니티와 SNS, 카톡에 <전생집 테스트>가 돌기 시작하면서 '아 바이럴이 되고 있구나!' 를 몸으로 실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성격 설명도 재밌지만 집에 대한 설명 때문인지 (아무래도 나이가 많을수록 집에 대한 관심이 크니까?) 중장년층 커뮤니티, 특히 맘카페 중심으로 엄청나게 퍼지더라. 네이버 검색 결과를 보면 <전생집 테스트> 참여 후기가 실시간으로 올라오면서 사람들이 나는 이런 집에 살았네 ㅠㅠ 현생이나 전생이나 성격이 이랬네~ 하면서 자기 얘기를 공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벤트 PV는 급급급격하게 올라하면서 웹 트래픽이 평소 대비 2배나 급상승했다. <전생집 테스트>로 서비스 유입까지 연결시켰다는 것과 트래픽 중 90%가 신규 방문자인 걸 보면 신규유저에게 이 테스트가 널리널리 잘 퍼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네이버데이터랩으로 검색량을 조회해봤을 때 급 상승 곡선을 그리다가 그 주 주말에 가장 피크를 찍더라. 이런 심리테스트 포맷은 생명력이 짧을 거라는 걸 알기에 초반에 유저 반응을 보면서 공유 장치나 이슈가 될만한 문구들은 거의 실시간으로 개선했다.
그리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간증...! 바이럴 마케팅이 무서운 게 한 사람에게 노출되면 그 사람이 속한 집단 전체에게 퍼지기 참 쉽다. 내 주변 친구들도 "어느 회사에 전생집 테스트 싹 돌았대~" "A커뮤니티에 싹 돌았어요" 등등 집단 위주로 바이럴 되었다는 후기가 정말 많더라.
이제 함께 고생한 TF원들과의 회고만 남았다. 바이럴 마케팅의 기획법과 성과를 고스란히 느껴보면서 (솔직히 중간중간 너무 지치기도 했지만) 배운 거 많고 재밌던 경험이었다. 마음이 급해 브런치로 대략 정리해보았지만 기획, 개발, 디자인, 데이터까지 한 단계씩 뜯어보며 TF원들과 레슨런을 정리해볼 예정이다. 그리고 다음에 또 적용해봐야지. 역시 새로운 걸 해보는 건 짜릿해! 즐거워!
혹시 바이럴 마케팅, 심리테스트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는 마케터라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바랍니다. 궁금한 점이나 보충되었으면 하는 점, 그리고 공유헤주시고 싶은 점이 있다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저의 마케팅 경험 기록은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