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ollized(3)
반짝반짝 빛나는 준우에게
준우야 안녕! 나는 너를 보이스 프로듀스 프로그램에서 처음 본 장이현이라고 해.
준우야 요즘 프로그램 촬영하느라 많이 바쁘겠다.
미래의 슈퍼스타 준우가 내 편지를 볼 수는 없겠지만 응원하는 마음을 꼭 전하고 싶어서 편지를 쓰게 됐어. 준우야 나는 너를 응원하는 너의 팬이야! 나 맨날 이준우 투표한다! …
빛나는 사람, 준우에게
준우야 이번 주 방송 잘 봤어! 무대 정말 멋지더라!
무대 의상은 준우 네가 직접 고르는 거야? 준우는 웜톤인가봐! 어쩌면 그렇게 찰떡같이 예쁜 의상을 입은 건지! 화면에 나오는 준우 너의 모습에서 정말 빛이 나더라. 준우야 너는 무슨 색깔을 좋아해? 음식은 어떤 걸 좋아해? 궁금한 점이 정말 많은데 혹시 언젠가 인터뷰나 소속사 통해서라도 알려준다면 좋겠어…
오늘도 빛나는 준우에게
준우야 안녕! 이번 주 방송도 너무너무 잘 봤어!
준우야 너는 목소리가 정말 멋져! 그리고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야.
지금 비록 보이스 프로듀스에서 순위가 낮다고 절대 실망하면 안돼! 준우에게는 나같은 팬이 있잖아! 너는 내가 인정한 진짜 멋진 사람이야. 준우는 정말 빛나는 우주 대스타가 될 거야. 다른 사람들도 금방 너의 빛나는 매력을 발견하게 될 거야…
언제나 빛나는 준우에게
준우야 안녕! 나 이번 주에도 열심히 투표했어!
준우야, 지금 깜깜한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해. 준우는 준우 자체로 빛나는 사람이거든. 준우를 통해서 깜깜한 터널 전체가 환하게 빛날 거야…
앞으로 더 빛날 준우에게
준우야, 안녕! 잘 지내고 있니?
준우야 준우의 모든 모습은 그동안 차곡차곡 쌓여온 준우의 시간들이 모인 거겠지? 이제까지 너무너무 잘 해왔어. 준우가 만들어 온 모든 날들이 지금처럼 멋진 준우를 만들어 온 거라고 생각해.
준우야, 그래서 너는 앞으로도 꼭 정말 잘 될 거야. 너를 믿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예쁘게 빛나줘. 나는 너의 모든 순간들을 응원할게…
여전히 빛나는 준우에게
준우야, 준우가 꼭 계속 남아서 데뷔했으면 했는데, 네가 우는 모습을 보니까 나는 마음이 너무 슬펐어. 준우의 예쁜 모습을 더 이상 보이스 프로듀스에서 볼 수 없다는 것도 슬프다.
준우야, 나는 준우가 혹시나 다른 사람들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 같은데 너만 혼자 뒤처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까 봐 걱정이야. 그치만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
너는 너의 시간 속에서 너의 모습대로 지금까지 정말 잘 해왔고, 그래서 앞으로도 정말 꼭 잘될 거야. 어느 책에서 봤는데, 세상에 길이 하나만 있는 건 아니래…
별처럼 빛나는 준우에게
준우야, 너는 너라는 우주를 넘어 정말 밝은 별이 될 거야. 우리 준우 할 수 있다!
준우야, 별이 빛나려면 별빛을 산란하는 먼지 같은 게 꼭 있어야 한 대.
준우는 나만 알고 싶은 소중한 사람이지만, 준우가 빛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우주 먼지가 될게. 준우 너는 이왕이면 더 높이 올라가 줄래? 그래서 꼭 내 하늘도 비춰주면 좋겠어.
정말 빛나는 별이 되어서 언젠가 내가 힘들 때도 준우의 노래를 듣고 힘낼 수 있다면 좋겠다. 꼭 그런 날이 오기를 오늘도 열심히 응원할게! …
나는 준우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들을 일주일 동안 꼬박꼬박 수집했다. 전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많았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 가본 적이 없던 동네 문구점에 들러 샛노란 편지봉투를 골랐다. 소속사에 무더기로 도착할 팬레터 뭉치 속에서 조금이라도 눈에 띌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고는 수십 장의 편지지에 준우를 향한 나의 일주일을 쏟아냈다. 여전히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나의 평범한 일상과, 그런 나의 일상에 들어온 준우가 얼마나 환하고 눈부신지에 대하여, 그래서 내가 얼마나 행복했는지에 대하여, 준우가 나아갈 미래가 얼마나 높고 멋질지에 대하여 확신하는 문장들을 적었다. 최선을 다해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문장들을 빌렸고, 적은 편지를 꾹꾹 눌러 접어 샛노란 편지봉투에 풀을 더덕더덕 붙여 간절한 마음을 담아 따박따박 매주 월요일에 준우에게 보냈다. 순위가 낮은 준우가 보이스 프로듀스에서 중도 하차했을 때는 내 마음 아파할 새도 없이 다급한 마음으로 준우를 안심시키는 말들을 적어 보냈다. 이후 소식이 없어 걱정하던 차에 소속사에서 준우의 첫 브이라이브를 진행했을 때는 준우의 얼굴을 보고 내가 얼마나 안심했는지에 대해 적었다. 그러는 사이 내가 한 번의 시험과, 두 번의 면접을 보았다는 이야기도 간간이 알렸다. 준우의 엘리브 데뷔가 결정되었을 때와 첫 앨범 티저가 떴을 때, 준우의 첫 콘서트 티켓팅에 도전해서 성공했을 때는 넘치도록 벅차고 떨리는 마음을 편지지 다섯 장씩에 채워 보냈다. 나의 모든 마음들은 노란 편지봉투에 차곡차곡 담겨 준우에게 보내졌다.
*
처음 상경한 사람처럼 두리번거리며 사인회장에 입장하면서 마주했던 할로겐 조명이 내리쬐는 무대 위에는 준우가 앉아 있다. 준우는 팬 한 명 한 명에게 눈을 맞추며 웃는 얼굴을 하고 나에게는 들리지 않는 대화를 쉴 새 없이 나누고 있었다. 준우는 저 사람들과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40번대 팬들이 우르르 일어나자 캠코더 화면이 흔들리며 가려졌다. 앞자리 의자들이 텅 비었다. 무대 위의 준우와 캠코더 화면 속의 준우를 번갈아 가며 보고 있던 나는 문득 캠코더의 배터리 상태를 확인했다. 그러다 엘리브 멤버들이 입장하고 사인회가 시작할 때 녹화 버튼을 눌러 켜둔 채로 지금까지 중지하는 것을 잊었다는 사실을 아차하고 깨달았다. 중간중간 끊어주는 것이 나중에 편집하기 좋다고 했었는데, 4K로 찍히고 있는 몇십 분짜리 동영상의 용량이 얼마일지 감이 오지 않았다. 나는 황급히 종료를 누르고 그제야 조금씩 영상을 끊어서 찍기 시작했다. 40번 팬을 기점으로 캠코더의 녹화 버튼을 눌렀다가, 40번 팬이 무대에서 내려오는 시점에 캠코더의 녹화 버튼을 종료하려고 버튼을 눌렀다. 캠코더의 LCD 화면에 ‘녹화를 종료할까요?’라고 묻는 창이 떴다. 녹화종료 버튼을 한 번 더 꾹 눌렀다. ‘03:17:26’에서 ‘03:17:27’로 막 넘어가는 순간 녹화가 종료되었다.
3분 17초. 팬 한 명이 사인회 무대에 올라 있던 순간은 3분 남짓이었다. 준우의 신곡을 한 번 재생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이었다. 3분… 3분이구나. 엘리브 멤버는 세 명인데. 그렇다면 내가 저 무대 위에서 준우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만큼일까. 나는 꺼진 휴대폰 화면을 두 번 톡톡 두들겨 시간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준우에게 줄 선물을 한 손에 들고서 렌트한 캠코더와 삼각대 가방을 양어깨에 걸쳐 메고 강남역에서 택시를 탔던 2시간 전을 떠올렸다. 사운드웨이브 홈페이지에서 당첨 공지를 확인하고는 빈손으로 사인을 받을 수는 없다며 준우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갔던 백화점 매장에서 났던 냄새가 기억났다. 나는 도착한 사인회장 앞에서 당첨 문자와 함께 신분증 확인을 하고, 왼쪽 손목에 형광색 띠 팔찌를 두르고, 반대쪽 손을 박스에 넣어 사인회 번호표를 뽑던 시간들을 생각했다. 오늘 아침 현관문 앞에서 마주했던 궤짝 두 개가 떠올랐다. 그것을 주문하러 1호선을 타고 용산역에 내렸던 시절을 생각했다. 구걸하듯 여기저기 디엠을 보내 물어본 팬싸컷만큼 결제하고 나오는 길에 사운드웨이브 매장 앞을 서성이며 누가 몇 장 샀는지 눈치를 살피는 한 무리의 하이에나들과 마주치고, 다시 매장에 들어가 스무 장을 추가 결제했던 나를 생각했다. 150만 원 쓰고 광탈하는 것보다는 50만 원 더 쓰고 확실하게 준우를 보는 것이 낫다는 데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12개월 유이자 할부로 카드 결제를 하던 순간을 생각했다.
“준우야, 볼하트! 꺄아!”
사인회 무대 의자에 앉아 있던 팬이 일어나기 무섭게 객석에 앉은 팬들이 준우에게 볼하트를 요청했다. 준우가 볼하트를 하고 양 눈을 깜짝였다. 객석의 팬들이 환호했다. 내 캠에도 볼하트를 하는 준우가 담겼을 것이다. 눈앞에 돌아가고 있는 캠코더의 6시간 렌트 비용은… 얼마였더라. 준우의 데뷔앨범 콘서트를 보러 갔을 때,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 모든 불이 꺼지고 올림픽홀에서 수만의 응원봉이 빛날 때, 아니 그 전에 이미 피 튀기는 콘서트 티켓팅을 할 때부터 나는 내가 마치 새우젓 통에 빼곡하게 들어있는 작은 새우의 눈알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지금 여기에서도 나는 여전히 한 마리의 새우젓에 지나지 않았다. 입안으로 한가득 짜디짠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