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도 짧았던 조리원
출산 직후, 가족의 삶은 완전히 새로워진다. 특히 처음 겪는 부모의 삶은 기대보다 훨씬 더 낯설고, 때론 버겁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산후조리원이라는 제도는 우리 부부에게 큰 안도감이자 고마운 쉼표였다.
아내는 조리원에서 몸을 회복하고, 나는 퇴근 후 조리원으로 곧장 향하곤 했다.
그곳에 가면 깔끔히 정리된 방, 따뜻한 식사, 그리고 건강하게 잘 자고 있는 아기를 만날 수 있었다. 몸도 마음도 한껏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시기에, 전문가라 믿을 수 있다는 사람들이 상시 우리 곁에 있어 준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위로였다.
조리원 생활 2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우리는 그 시간을 최대한 알차게 보내고 싶었다. 식사 때마다 육아 선배 간호사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아기의 수면 습관이나 수유 자세 같은 것들도 하나하나 배우며 메모했다. 육아는 처음이라 어설펐지만, 덕분에 점점 아기와 눈 마주치는 시간이 즐거워졌다.
무엇보다 산후조리원은 부부가 육아에 대한 첫 걸음을 같이 맞출 수 있게 해준다. 아내는 회복에 집중하고, 나는 퇴근 후 조리원에 들러 함께 밥을 먹고, 육아 영상을 보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그렇게 우리 둘은 사람에서 점차 부모가 되어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건강상 문제로 육아휴직을 선택했다.
덕분에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조리원 비용은 큰 도움이 되었다. 금전적인 부담 없이 조리원 생활을 누릴 수 있었고, 그 여유는 우리 가족의 정서적인 안정으로도 이어졌다.
여건이 된다면 지원 기간 이후에도 자비로 며칠 더 머무르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산후도우미 선생님과의 관계도 중요했다. 집으로 돌아온 후, 아기를 돌보는 시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 때 도우미 선생님은 정말 큰 힘이 되었다.
산후도우미 선생님이 오기 전까지 부부가 함께 돌본다 하더라도 각자 기준으로 아기를 혼자서 보는 기분이었다.
우리끼리 아기를 돌볼 땐 걱정도 많고 실수도 많은데, 경험 많은 분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였다. 모유 수유 팁, 목욕 시 주의할 점, 트림 시키는 방법 등 작은 꿀팁 하나하나가 모여 우리 부부를 성장하게 해줬다.
이제 돌아보면, 조리원에서 보낸 시간은 단순히 아내의 회복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우리 가족이 새로운 삶의 리듬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다.
육아는 결코 혼자 해내야 할 일이 아니다. 가능한 모든 제도를 활용하고, 여러가지 도움을 받으며 함께 해내야 하는 여정이다.
누구나 완벽한 부모로 시작하진 않는다. 그러나 그 시작을 조금 더 따뜻하고 안정적으로 맞이할 수 있다면, 부모가 되는 길도 덜 두렵고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산후조리원과 산후도우미, 그리고 그 안에서 얻는 작고 소중한 경험들이 그 출발점을 든든하게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