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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네필 Kimcine feel Sep 28. 2017

여행자

혼자 또는 같이

나는 겁이 워낙에 많아서 혼자 여행을 불가능하다. 한 번은 몇 년전에 부산에 혼자 놀러갔던 적이 있는데 부산행 버스를 올라타던 순간에도 다시 내릴까?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는 내리지 않은게 아니라, 그 고민의 답을 시간내에 내리지 못하고 버스가 출발해 버려서 멀어지는 터미널을 멍하니 바라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정말 집순이의 성향을 버리지 못하고, 부산 터미널에 내리자 마자 전주로 돌아오는 버스를 예약했다. 나는 내가 그렇게 집을 좋아하는 사람인 줄 그 때서야 처음 알았다. 


여행은 무언가를 버리기 위해서 가능 여행이지만 도리어 무언가를 갖고 오게 되는 일정이다. 나도 사실 부산 여행에서 굉장히 많은 것을 버리고 오고싶었다. 사람에 대한 기억과 사랑에 대한 추억 나에 대한 기대. 뭐 이런 모든 것들. 그래서 가장 먼저 바다로 갔다. 영화를 본 건 많아가지고 그 곳에서 꼭 한 번 양 손을 얼굴에 대고 파도를 향해 소리치고 싶었다. 꺼져! 라든지 악! 처럼 괴성을 지르고 싶은게 목표였지만 앞서 말했든 워낙 겁도 많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바람이 불어오는 모래사장에 잠시만 않아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나선 여행이었다. 그런데 왠걸 비바람이 몰아치는 태풍이 오면서 나는 온 몸이 쫄딱젖어버렸고, 바람을 등지고 서면 나는 걷지 않아도 술술 앞으로 나아가는 상태에 까지 갔다. 이러다 기억, 추억, 기대를 버리기는 커녕 내 몸이 버려지겠다 이러다 죽는거 아닌가 싶어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었다. 


그리고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지만 혼자서 방에 앉아 책을 읽는 것으로 부산의 첫 , 그리고 마지막 밤을 대신했다. 전주에서 부산으로 갔건만 룸메 2명이 모두 전주에서 왔다는 거다. 나참, 이럴거면 집에서 티비나 볼 걸 하던 찰나. 게스트 하우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남자 직원이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며 말을 걸어왔다. 혼자 왔냐기에 그렇다고 하니 부산을 구경시켜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괜찮다고 연거푸 거절을 했는데. 아무튼 그 친구의 제안을 거절하고 방안에 꼼짝 않고 앉았다가 누웠다가 스트레칭도 했다가 그렇게 부산의 나홀로 밤을 보냈다. 


그런데, 여행을 가보고 싶다. 혼자. 이제 그 때보다는 다섯쯔음 더 나이를 먹었으니까 다시 한 번 테스트를 해볼 때가 됐지 싶은데 언제 어디로 떠날지는 나도 모르겠다. 내 통장이 알 뿐. 꼭 올해즈음에는 혼자 여행을 다시 떠나보고 싶다. 뭔가를 버리고 오든 얻고 오든. 오늘의 글처럼 뭐 하나는 남지 않겠나 싶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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