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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네필 Kimcine feel Sep 28. 2017

무슨 일 하세요?

되묻고 싶어요. 어떤 사람처럼 보이나요.

오늘 누가 나에게 내 직업에 대해서 물어왔다. 내가 항상 무언가를 하는 것 같지만 별 소득없이 돌아다니는 허당이라고 생각했을수도 있고. 반대로, 무언가 있어보이는 궁금한 사람이라서 물어봤을수도 있겠다. 그런데, 내 짐작은 전자다. 요새들어 무언가 나를 꾸민다는게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다. 제대로 씻고 깔끔하게 옷을 챙겨입는걸로 만족하는 정도지. 조금 더 세련된 느낌으로 꾸미는 일이 굉장히 불필요하게 느껴졌다. 


물론, 나도 한 때는 대학로 앞 구두가게에서 이걸살까 저걸살까 고민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친구들이 오히려 걱정할정도로 3개월에 한번은 머리를 하러 미용실을 찾았다. 남아나는 머리카락이 있냐며 걱정스러워했지만 다행히 다들 대리만족의 기분을 느끼며, 앞으로는 무슨 머리를 해볼거냐고 먼저 물어오기도 했다. 


하여간, 요새는 나를 꾸민다는 것에 많이 멀어졌다. 아니다. 생각해보니까, 꾸미는 모양새를 조금 바꾼것 같다. 지금 내 왼편에는 다이*에서 산 아주 큰 책상거울이 있는걸 보니 나는 꾸미는 일을 등한시 한 바는 아닌 것 같고. 조금 바꾸어진 것 같다. 


지금보다 어릴 때에는 겉으로 보이는 것에 꽤 매력을 느꼈다. 내가 매력을 느끼는 것들이 밖으로 보이는 것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여지기 위한 나의 수단은 아름답고 매력적이게 보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자를 매력적이고 아름답게 보이는 옷가지들과 메이크업, 머리스타일, 구두 등 안해본 것이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 많은 것들이 결국 본질을 잃었던 것이란 것 알게 되었다.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지식적으로 해박해지기도 하지만 지식으로 풀어갈 수 없는 지혜가 늘어남에 참으로 감사하다. 


머리로 알았던 것들을 

마음으로 알아가는 순간


그 모든 외형적인 것들이 별볼일 없다는 순간을 깨닫게 된다. 빈수레가 요란한다는 속담은 대체 누가 지어서 이렇게 후대로 이어져 내려오는지는 당최 알바가 없지만 기막힌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며칠전 폐지와 여러것들을 들고서 왕왕 우리집 앞을 다니는 사람이 있는데, 하루는 정말 가득차서 낑낑 거리며 끌고 가더라. 거기엔 폐지로 가득찬 리어카를 끌고 가는 사람의 턱을 타고 넘어오는 숨소리만 들렸을 뿐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한 번은 몇 개 안되는 종이와 박스를 담아 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때는 그 얇은 종이가지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더라. 종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뭐 얼마냐 크겠냐 싶지만. 은근히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소리다. 착착 거리면서 부딪치자가 몇 장은 날라가더라. 그 사람과 대화를 나눠본적도 없는 나는 그저 종이 몇 장이 공중에 흩뿌려지는 광경을 보고는 내 갈길을 마저 가기도 했다. 


마음이 빈 사람


마음이 빈 사람만은 되지 말자.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갈 수록 목표를 세우는 게 바로 이거다. 작년에 샀던 원피스는 세탁기 몇 번에 후즐근해지고, 두고 두고 입겠다 다짐하고 큰 맘 먹고 산 브랜드 니트는 손녀를 물려주기는 커녕 이러다 어디에 버려지는건 아닐지 싶을정도로 팔이 길게 늘어나버렸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채워지고 단단해지고 더 아름다워지는 건 마음이었다. 마음이 비어버리는 순간 우리는 우리를 채우던 그 모든 것에서 빛을 잃어버리게 된다. 


눈이 밝은 사람이 되는 것


눈이 밝은 사람과의 대화는 참 좋다. 눈이 밝으면 자꾸만 눈을 마주치고 싶고 대화를 이어가고 싶게 한다. 그 순간 그 사람의 외모나 기타 다른 것들은 사라지고 그 사람의 눈동자만 기억된다. 사람이 망각의 동물인지라 두고 두고 기억하려다가도 어는 부분만 뚜렷하게 기억되고, 혹은 미화된 채로 기억되기 마련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게 기억되기 위한 것. 눈이 밝은 사람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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